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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산울림소극장 ‘판 페스티벌’…“소규모 극단·가수도 코로나 생존 기회를”

등록 2020-09-21 17:28수정 2020-09-22 02:34

5년째 해마다 이어온 행사
올핸 신진 단체 우선으로
소규모 음악극·연극·콘서트로 채워
관객 “식당보다 감염 우려 적어”

공연 영상화? 갸우뚱
“아무리 작은 공연이라도
수천만원 자금 필요해
대부분 극단은 불가능”

“온라인 치중한 지원책
맞춤형 다변화 필요해”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음악극 <인템포>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음악극 <인템포>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재즈 선율이 울려 퍼지는 무대의 배경은 ‘클럽 줄리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부모의 유산으로 조지 테스만(전희수)이 마련한 곳이다. 그는 여동생 베르테 테스만(정하나)과 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천재 재즈 드러머이자 조지의 옛 친구인 에일럿 로브보르크(이기웅)가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로 한 날, 인간의 욕망으로 뒤엉킨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극단 ‘프로젝트19’의 음악극 <인템포>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조지의 부인 헤다 가블러(김평온)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헤다가 겪은 치욕을 애써 모른 척하는 인물이고, 에일럿은 옛 연인 헤다를 조지에게서 빼앗으려는 이다. 클럽 줄리아에서 이들의 욕망은 서로 부딪혀 솟구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 작품의 원작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표한 희곡 <헤다 가블러>로, 연극계의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원작은 독립된 존재로서 살아가길 희망한 한 여성의 이야기지만, <인템포>는 헤다가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도 학자에서 재즈 연주자로 바꿨다.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재즈 연주도 한다. 연극의 외형에 재즈 공연의 옷을 입힌 독특한 형태의 음악극인 셈이다.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음악극 &lt;인템포&gt;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음악극 <인템포>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공연과 콘서트 개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18일부터 28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이 마련한 ‘판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음악,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한다는 뜻에서 산울림이 2016년부터 해마다 이어온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 가운데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단체나 가수에게 우선하여 무대를 열어줬다. 산울림의 유주현 기획팀장은 “규모가 큰 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사는 발 빠르게 온라인 유료 영상 사업을 마련해 활로를 찾고 있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소규모 극단이나 인디 가수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신진 단체들에 판을 제공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예년처럼 산울림의 대표 공연을 실황 영상 등으로 선보이거나 독립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음악극·연극·콘서트로만 채웠다. 신인 음악가와 인디 밴드 24개 팀의 공연도 마련했다. 규모는 축소했지만, 다양성은 넓혔다는 것이 산울림 쪽의 설명이다. 지난 18~20일 페스티벌 개막을 알린 <인템포>에 이어 22~24일에는 ‘문화발전소 깃듦’의 연극 <예라고 하는 사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이 선을 보인다. 이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을 좀비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도심을 배경으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연극 &lt;예라고 하는 사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gt;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의 연극 <예라고 하는 사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의 한 장면. 산울림 소극장 제공

26~28일에는 퓨전국악 그룹 ‘연희별곡’의 <힐링 콘서트: 데일리 뮤직 트립>이 관객을 기다린다. 이번 페스티벌에 힘을 보탠 홍대 인디 음악 공연장인 ‘카페 언플러그드’에서는 21, 28일 신인 가수들의 공연인 ‘오픈 마이크’ 행사가 진행되고, 26~27일에는 인디 음악가의 콘서트가 계획돼 있다. 관람료는 산울림에서 열리는 공연이 2만원, 인디 음악가 콘서트는 3만원이다. 청년이나 마포구민은 20~30%의 관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오픈 마이크 관람은 음료수 한잔을 사면 무료다.

공연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열린다. 체온 측정과 정보무늬(QR코드) 체크인, 공연장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이다. 객석도 대폭 줄였다. 거리두기를 위해 앞뒤, 좌우 1칸씩을 모두 비우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도 두면서 전체 100석 규모를 40석으로 축소했다.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80명대로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다 차지 않는다. 그나마 공연이 가능한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 덕분이다. 공연장을 찾은 이아무개(37)씨는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객석에 앉아 공연을 보기 때문에 식당이나 카페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할 수 있는 공연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에서는 퓨전국악 그룹 ‘연희별곡’의 &lt;힐링 콘서트: 데일리 뮤직 트립&gt;이 무대에 오른다. 산울림 소극장 제공
산울림 소극장이 오는 28일까지 여는 ‘판 페스티벌’에서는 퓨전국악 그룹 ‘연희별곡’의 <힐링 콘서트: 데일리 뮤직 트립>이 무대에 오른다. 산울림 소극장 제공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방역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논의가 ‘공연 영상화’에만 쏠려 있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온라인 미디어·공연 영상화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인템포>의 강현욱 연출은 “공연은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현장 예술로 이를 영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하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주현 팀장도 “정부의 지원사업이 늘기는 했지만 대상이 한정된데다, 아무리 작은 공연이라도 이를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선 2천만~3천만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유료화 시스템까지 갖추려면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대형 공연 기획사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극단이나 공연 제작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연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온라인에 치중한 지원책을 다변화해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이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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