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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 ‘꽃탱크’가 그 ‘꽃탱크’? 스타작가 최정화 표절 시비 휩싸여

등록 2020-10-07 16:18수정 2020-10-08 02:33

최 작가 ‘강원 키즈트리엔날레’ 출품 ‘그린 커넥션’
탱크에 꽃 덮어 ‘전쟁 무기를 자연으로’ 메시지
이용백의 2012년 ‘플라워 탱크’와 외양·컨셉 흡사
이 작가 “표절·저작권 침해 관련 법률 자문 받아”
한국 대표하는 두 작가의 표절시비에 이목 쏠려
지난달 5일 강원도 홍천읍 옛 탄약정비공장에서 최정화 작가가 탱크를 소재로 작업한 신작 <그린 커넥션>을 뒤로 하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5일 강원도 홍천읍 옛 탄약정비공장에서 최정화 작가가 탱크를 소재로 작업한 신작 <그린 커넥션>을 뒤로 하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대표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한 유명작가가 지난달 신작인 ‘꽃탱크’를 만들었다. 전투용 전차(탱크) 표면에 관객과 함께 수 천송이 꽃을 꽂거나 붙여 평화를 상징하는 설치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는 처음 나온 발상이 아니었다. 또다른 스타 작가가 8년 전 만든 대표작을 그대로 빼어 닮았다. 평화의 상징물이란 성격은 물론, 대중과의 공동작업이라는 과정 또한 별반 차이가 없다. 올해 나온 ‘꽃탱크’는 8년 전 ‘꽃탱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소쿠리 탑과 남비 조형물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최정화(59) 작가의 최근 신작이 이런 의문과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강원도 홍천에서 개막하는 어린이 시각예술축제 ‘강원 키즈트리엔날레’에 <그린 커넥션>이란 제목으로 출품한 최 작가의 꽃탱크를 둘러싸고 표절과 저작권 침해가 아니냐는 시비가 불거진 것. 최 작가는 1990년대 이래 일상 용품이나 폐품을 활용한 팝아트 계열의 기발한 조형물을 국내외 대형 전시와 비엔날레에 선보이며 설치미술가·디자이너·기획자로 활약해왔다.

2012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열린 ‘디엠제트 다큐영화제’ 때 이용백 작가가 연작 ‘앤젤 솔저’의 일부로 선보인 &lt;플라워탱크&gt;의 모습. 한눈에도 최정화 작가의 신작과 외양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꽃 군복을 입고 꽃 탱크를 따라가는 행진 대열에 참여한 시민들이 탱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용백 작가 제공
2012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열린 ‘디엠제트 다큐영화제’ 때 이용백 작가가 연작 ‘앤젤 솔저’의 일부로 선보인 <플라워탱크>의 모습. 한눈에도 최정화 작가의 신작과 외양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꽃 군복을 입고 꽃 탱크를 따라가는 행진 대열에 참여한 시민들이 탱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용백 작가 제공

<그린 커렉션>은 홍천 옛 탄약창고터에 상설 전시됐던 낡은 구형 탱크가 소재다. 서울 현충원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한 뒤 버려진 인공 조화를 탱크 전면에 꽂고 덮어 ‘살육하는 전쟁 기계가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얼개를 담고있다. 작가는 지난달 초 <강원일보> 등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무기가 용도를 다한 뒤 자연으로 회귀해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작품이 설치작가 이용백(54)씨가 2012년 ‘디엠제트 국제다큐영화제’에 선보인 연작 ‘앤젤 솔져’의 일부인 <플라워탱크>와 형식·내용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는데 있다. <플라워탱크>는 이 작가의 대표작으로, 영화 소품이었던 탱크 표면에 조화를 붙여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설치작품이다. 2012년 당시 영화제가 열린 경기도 파주에서 연예인과 시민들이 탱크를 따라가는 퍼레이드 퍼포먼스를 벌였고, 트레일러에 실어 서울 광화문 도심을 돌며 평화를 기원하는 동영상도 찍은 바 있다.

이용백 작가의 대표작과 거의 같아 표절 시비가 일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신작 &lt;그린 커넥션&gt;. 강원 키즈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홍천읍 옛 탄약정비공장에 선보이고 있다. &lt;강원도민일보&gt; 제공
이용백 작가의 대표작과 거의 같아 표절 시비가 일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신작 <그린 커넥션>. 강원 키즈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홍천읍 옛 탄약정비공장에 선보이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제공

<그린 커넥션>을 소개하는 기사가 보도된 뒤, 작품 이미지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퍼지자 이를 본 상당수 미술인은 “이 작가의 <플라워탱크>와 형식·내용이 거의 일치해 표절과 저작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 키즈트리엔날레의 예술감독 한젬마씨는 “신작을 제작하기 전 이용백 작가 작품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최 작가는 ‘내가 꽃을 주된 소재로 작업을 만들어왔고, 이번 작업에 들어간 꽃도 현충원에서 수거한 가짜 꽃이며 전시 장소도 홍천이다. 제작 장소나 맥락 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최 작가의 해명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12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열린 ‘디엠제트 다큐영화제’ 때 이용백 작가가 연작 ‘앤젤 솔저’의 일부로 선보인 대표작 &lt;플라워탱크&gt;. 꽃으로 수놓은 탱크 위에서 시민과 연예인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광기 기획자 제공
2012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열린 ‘디엠제트 다큐영화제’ 때 이용백 작가가 연작 ‘앤젤 솔저’의 일부로 선보인 대표작 <플라워탱크>. 꽃으로 수놓은 탱크 위에서 시민과 연예인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광기 기획자 제공

이용백 작가는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상 소송 여건이 충분하다는 자문을 받았지만, 학교(홍익대 미대) 선배라 진흙탕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창작의 윤리성 측면에서 책임을 따지고 공론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보더라도 표절과 저작권 침해 의혹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유사 작품을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가 버젓이 만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최 작가에게 작품 제작 경위와 의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려 한다”고 밝혔다. 최정화 작가는 2005년, 이용백 작가는 2011년에 각각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대표작가로 출품했다. 설치작품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간판급 작가들이기에 둘 사이에 불거진 논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이용백 작가·<강원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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