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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디지털은 질렸다” 손맛 느끼려는 밀레니얼 작가들

등록 2020-11-30 16:50수정 2020-12-07 09:18

80~90년대 출생 작가들 회화·수작업 경향 뚜렷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에 차려진 청년작가 기획전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의 전시장. 가장 깊숙한 안쪽 벽에 컴퓨터 바탕화면의 이미지를 끌어와 조합한 윤두현 작가의 디지털 페인팅 작업이 보이고 아이패드로 스케치한 이미지를 물감으로 화폭에 그린 박현정 작가의 그림(가운데)과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를 아크릴 회화가 붙은 나무패널 설치물로 표현한 주슬아 작가의 <포스포필라이트>(맨 오른쪽)가 이어지는 풍경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에 차려진 청년작가 기획전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의 전시장. 가장 깊숙한 안쪽 벽에 컴퓨터 바탕화면의 이미지를 끌어와 조합한 윤두현 작가의 디지털 페인팅 작업이 보이고 아이패드로 스케치한 이미지를 물감으로 화폭에 그린 박현정 작가의 그림(가운데)과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를 아크릴 회화가 붙은 나무패널 설치물로 표현한 주슬아 작가의 <포스포필라이트>(맨 오른쪽)가 이어지는 풍경이다.
“디지털 전시는 질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젊은 미술인 사이에서 직접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린다. 최근 청년·소장 작가들의 아날로그 회화 전시가 대안공간과 화랑가에서 잇따라 열리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전시’만 강조하는 코로나 시대 예술 흐름에 대한 식상함이 쌓이면서 대작 회화나 수작업 조형물을 제작하며 손맛을 느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전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의 전시장에 나온 설고은 작가의 연작 중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 속 가상공간의 기하학적 이미지들을 상상 속에서 환영을 보듯 조합하며 캔버스 위의 평면에 아크릴과 유채 물감으로 그렸다.
기획전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의 전시장에 나온 설고은 작가의 연작 중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 속 가상공간의 기하학적 이미지들을 상상 속에서 환영을 보듯 조합하며 캔버스 위의 평면에 아크릴과 유채 물감으로 그렸다.
강석호, 이은주 기획자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에 11월부터 차린 청년작가 5명의 그룹전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12월26일까지)는 젊은 미술계의 아날로그 유행을 대표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아날로그 회화로 변주하는 과정을 주로 담은 이 전시의 주역은 밀레니얼 세대(90년대 이후 출생 세대) 작가들. 가상공간 속을 떠도는 디지털 이미지를 따다 모아 세부의 색채와 뒤엉킨 구성까지 묘사하면서 공들여 색칠하고 세공한다. 픽셀들의 조합으로 처리되는 아이패드나 컴퓨터 그래픽의 추상적 이미지들이 화폭 위의 대작으로, 정체 모를 기하학적 조형물로 빚어진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동욱 작가의 초상화 근작. 디지털 시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 초상화의 전형적 양식 속에 지금 시대 젊은 군상의 단면을 포착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동욱 작가의 초상화 근작. 디지털 시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 초상화의 전형적 양식 속에 지금 시대 젊은 군상의 단면을 포착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왼쪽 벽에 윤두현 작가의 거대한 디지털 프린트 작품(세로 3m20㎝, 가로 5m)이 눈에 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바탕화면의 이미지를 내려받기해 포토샵으로 편집해 찍어낸 뒤 다시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오려내 콜라주한 것이다. 기하학적인 선과 도형, 덩어리들이 원색의 색면과 뒤얽힌 디지털 수공 세계를 보여준다. 찢긴 단면 혹은 떠도는 파편 같은 형상이 색면과 뒤얽힌 박현정 작가의 연작은 아이패드로 작업해 저장한 이미지들을 아크릴 물감, 구아슈 등으로 선을 긋고 채색한 것이다. 3D 애니메이션을 담은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아크릴 회화를 붙인 나무패널로 표현한 주슬아 작가의 신작은 회화의 촉감적 질감과 디지털의 시각적 매끈함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의도다. 김민경 작가는 속이 꽉 찬 서랍이나 진열장을 갖춘 ‘유사 가구’로 규격화한 가구를 의문 없이 쓰는 타성에 의문을 표시했으며, 설고은 작가는 가상공간의 기하학적 이미지를 거대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유채 물감으로 그려냈다. 이은주 기획자는 “가상세계 속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지하고 현실 속 실체로 가상을 소환하는 작업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추세다. 코로나가 장기화할수록 이런 경향성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9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대안공간 탈영역우정국에서 선보였던 전혜림 작가의 산수화 연작 중 일부. 산수화 도상의 전형적 요소인 하늘과 산, 물, 숲 등을 명쾌한 선과 울긋불긋한 원색조의 색감으로 표출했다.
지난 29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대안공간 탈영역우정국에서 선보였던 전혜림 작가의 산수화 연작 중 일부. 산수화 도상의 전형적 요소인 하늘과 산, 물, 숲 등을 명쾌한 선과 울긋불긋한 원색조의 색감으로 표출했다.
낡은 장르로 여겼던 초상화와 산수화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가도 있다. 서울 북촌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서동욱 작가의 개인전 ‘그림의 맛’(12월6일까지)은 지금 시대의 정통 초상화 연작을 보여준다. 청춘 군상을 영화의 서사적 연출 공간이나 근대 전시 초상화 구도로 배치하고 묘사한 근작을 내놓았다. 치밀한 사생으로 외모는 물론 내면까지 담아낸다는 전통적 방법론 아래 일상의 한구석에서 불안과 공허감을 내비치는 남녀의 상을 세필로 그려냈다.

탈영역우정국 전시공간 2층에 나온 전혜림 작가의 채색 조형물들. 조화 잎에 젯소를 칠하고 유화 물감을 칠한 작품도 보인다.
탈영역우정국 전시공간 2층에 나온 전혜림 작가의 채색 조형물들. 조화 잎에 젯소를 칠하고 유화 물감을 칠한 작품도 보인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대안공간 탈영역우정국에서 지난 29일까지 개인전을 연 전혜림 작가는 흔히 명작이나 사진을 통해 친숙해진 산수화 도상의 전형적 요소인 하늘, 산, 물, 숲 등을 명쾌한 선과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표출했다. 조화를 소재로 인공 잎에 젯소를 칠하고 유화 물감을 칠한 이질적인 채색 조형물도 내보이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달라진 산수화 감성을 내보였다. 이런 전시는 다분히 고답적인 붓질과 채색론을 견지한 것이지만, 디지털 아트가 방기했던 회화의 본질을 새로운 시대의 감성에 맞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시도들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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