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삶을 위로한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도 노래가 피어난 이유다. 코로나19 시대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이 멈춰 선 초유의 사태 앞에 오늘의 삶을 위로하는 노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위로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멈춰버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평범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거나, 좀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래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새앨범 <비>(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느끼는 불안감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여기 넘어져 있는 나//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의 고립감과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함을 노래한다.
나훈아는 좀 더 직접적이다. 그의 노래 ‘테스형’은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표현하며 코로나 시대 대중의 마음을 대변한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이런 노랫말은 젊은 세대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우울감과 분노를 담은 곡도 있다. 코드 쿤스트와 잔나비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이 협업한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는 팬데믹 시대의 일상을 공감할 만한 노랫말로 전한다. “집에 혼자 있는 거 좋아하지만 나도 답답한 건/ 참을 수 없네 끝내 터져 나오는 지겨운 신음// 괜히, 짜증만 늘어가고 사는 낙이 없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연말이 오네.”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건네는 노래도 있다.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적이 지난 4월 “코로나19로 마음이 복잡한 날들, 희망을 꿈꾸며 갑자기 노래를 지었다”며 에스엔에스(SNS)에 공개한 곡으로, 지난달 11일 발표한 정규 6집 앨범에도 수록됐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폴킴의 ‘집돌이’도 한때 당연했던 일상을 그리며 대중의 마음을 위로한다. “너와 걷는 거리/ 저녁 하늘 노을도/ 침 튀기며 떠들던 날들/ 그 모두 다/ 가장 그리운 게 뭐야/ 지겹도록 흔한 일 말이야/ 너무 평범해서 이리도 그리울 줄 몰랐던/ 내 일상 말이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래도 눈에 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은 지난 4월 공개한 기념앨범 <마이 페르소나스>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담았다. 코로나19 시대를 힘겹게 견디는 이들을 희망의 메시지로 다독이는 곡이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잖아/ 언제나 햇살일 순 없잖아// 힘내란 말은 하지 않을게 이것만은 기억해줘/ 거센 강물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최백호, 유익종, 이치현, 최성수가 함께 발표한 코로나 위로곡 ‘이번 생은 이대로 살기로 하자’는 모진 세월을 지나온 이 시대 어른의 노래다. 이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때에도/ 그래도 힘내서 살았다/ 홍역을 치르고 벌떡 일어나 밥 달라고 울던 우리다// 언젠가는 끝나리라 이 모두가 지나리라//그때 우리 웃으리라”며 고립의 시대를 견디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코로나19 위로곡 ‘라이프 이즈 어 미러클’도 고통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을 다독인다. “모든 것이 다/ 예전으로 돌아갈 거야// 상상해봐. 그리고 봐/ 너와 내가 기적이야.”
전문가들은 때론 노래가 어떤 약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고 말한다. 동물원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는 최근 펴낸 책 <노래가 필요한 날>에서 “음악으로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할 순 없지만, 음악 덕분에 우리는 덜 번민하는 사람으로 산다”며 “마음이 복잡할 때는 노래가 필요하다. 노래를 들으며 쉬면, 지치지 않을 수 있고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썼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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