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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예술작품이 된 동아일보 회장 집무실

등록 2020-12-13 15:40수정 2020-12-14 02:35

일민미술관 ‘황금광시대: 1920 기억극장 프로젝트’
‘황금광시대…’전을 열면서 처음 공개된 일민미술관(전 동아일보 사옥) 3층의 김병관 전 회장실도 전시장이 됐다. 동아일보를 경영해온 역대 사주의 집무실로 쓰였던 이 역사 공간에서 미디어아티스트 권하윤 작가는 ‘따르릉~’‘윙윙윙’‘윤전기 멈춰요’ 등 과거 이 공간에서 일어났을 법한 소리들을 엘이디(LED)발광 문자로 표현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해 시각적 불협화음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황금광시대…’전을 열면서 처음 공개된 일민미술관(전 동아일보 사옥) 3층의 김병관 전 회장실도 전시장이 됐다. 동아일보를 경영해온 역대 사주의 집무실로 쓰였던 이 역사 공간에서 미디어아티스트 권하윤 작가는 ‘따르릉~’‘윙윙윙’‘윤전기 멈춰요’ 등 과거 이 공간에서 일어났을 법한 소리들을 엘이디(LED)발광 문자로 표현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해 시각적 불협화음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한국신문협회 회장 김병관’.

명패엔 12년 전 이승을 떠난 동아일보 사주 겸 회장의 이름과 직함이 새겨졌다. 지금도 그대로 보존된 그의 집무실 탁자 위에 여전히 현직인 듯 놓여 있다. 명패가 마주 보는 가장 안쪽 벽엔 그의 할아버지이자 동아일보 창업자 인촌 김성수(1891~1955)의 흉상도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흉상과 명패 사이 공간에 여러 개의 의성어 글자들이 이상한 빛을 내뿜으며 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드드드득’ ‘따르릉~따르릉~’‘위~잉 윙윙윙윙’ ‘윤전기 멈춰요!’

지난 10월 초부터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동아일보 옛 사옥)에서 개막한 기획전 ‘황금광시대: 1920 기억극장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장은 전시를 맞아 처음 공개된 역대 사주 회장의 집무실이다. 3층에 있는 어둑어둑한 옛 회장실은 박제화된 공간이다. 동아일보를 경영해온 역대 사주의 집무실로 쓰였던 이 역사 공간에서 미디어아티스트 권하윤 작가는 ‘따르릉’‘윙윙윙’‘윤전기 멈춰요’ 등 과거 이 공간에서 일어났을 법한 소리들을 엘이디(LED)발광 문자로 표현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해 시각적 불협화음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3층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가상현실을 실제 공간처럼 체험하게 하는 브이아르(VR) 헤드셋을 끼고서 권하윤 작가가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가상 도시 공간을 산책하고 있다. 작가는 1934년 박태원이 발표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내용과 당시 신문, 잡지의 사진과 만문만화 등을 토대로 전차 속 공간, 카페와 서울역 경내 등을 가상 공간에 재현해 관객이 관찰자의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3층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가상현실을 실제 공간처럼 체험하게 하는 브이아르(VR) 헤드셋을 끼고서 권하윤 작가가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가상 도시 공간을 산책하고 있다. 작가는 1934년 박태원이 발표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내용과 당시 신문, 잡지의 사진과 만문만화 등을 토대로 전차 속 공간, 카페와 서울역 경내 등을 가상 공간에 재현해 관객이 관찰자의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빛을 내뿜는 의성어 글자들은 2000년대 이후 친일 민족반역자 명단에 오른 인촌의 벽장 속 데스마스크, 아들 김상만이 국내 주요 정치인과 찍은 기념사진들, 손자인 김병관의 명패와 트로피, 상장들과 기묘하게 조응한다. 사주 3대의 자취가 켜켜이 쌓인 이곳에서 신문사의 역사를 발칙한 음성 시각물로 형상화한 작품은 복잡미묘한 감회를 안겨준다. 근대기 공간이자 한국 족벌 언론의 공간이 전시 무대가 되고, 그 안에 현대미술이 상상력으로 개입해 들어갔다. 1940년의 동아일보 폐간, 1975년 펼쳐진 동아투위 기자들의 자유언론 투쟁과 이후 대량 해직 등의 역사가 이곳을 무대로 펼쳐졌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회장실은 한국 언론사의 단면이 현대미술의 소재로 변신한 첫 무대라고 할 수도 있다.

일민미술관에 소장된 도자기, 서화 등의 고미술 컬렉션은 놀이동산처럼 연출된 색다른 틀거지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회전목마, 회전그네,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 모양의 좌대나 작품틀 위에 작품들을 걸치거나 올려 입체성과 유동성을 강조했다.
일민미술관에 소장된 도자기, 서화 등의 고미술 컬렉션은 놀이동산처럼 연출된 색다른 틀거지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회전목마, 회전그네,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 모양의 좌대나 작품틀 위에 작품들을 걸치거나 올려 입체성과 유동성을 강조했다.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금광 채굴 열풍을 제목으로 삼은 ‘황금광시대…’전은 일종의 역사 체험극 무대다. 지어진 지 94년째를 맞는 근대건축물인 동아일보 옛 사옥에서 1930년대 근대 경성과 조선의 일상을 작가들이 만든 현대 예술작업들을 통해 색다르게 겪어보고 뜯어보는 자리로 비친다. 1920~30년대 발행된 주요 신문과 잡지의 기록 등을 미술, 문학, 춤 등 다양한 분야의 현대 예술가들이 해체하고 재구성해 내놓은 색다른 틀거지의 기획이다. 그 옆 공간에서 관객들이 브이아르(VR) 체험이 가능한 헤드셋을 끼고서 1930년대 경성의 가상 도시 공간을 산책하는 권 작가의 ‘2020 경성 방랑’도 주목할 만하다. 1934년 박태원이 발표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내용과 당시 신문, 잡지의 사진과 만화 등을 토대로 전차 속 공간, 카페와 서울역 경내 등을 가상 공간에 그래픽처럼 재현해 관객이 환상 체험하듯 살펴보게 했다.

1층에 나온 작가 듀오 뮌의 설치작품 &lt;픽션 픽션 논픽션&gt;. 1930년대 일본식과 양식이 절충된 이른바 문화주택에 살았던 피아니스트 ‘신여성’ 윤성덕의 집 내부 공간을 빛을 내는 엘이디 뼈대의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단순화했다. 관객은 무선헤드폰을 끼고 1933년 &lt;신여성&gt;에 실린 윤성덕의 주택 체험담 인터뷰를 육성으로 들으면서 빛이 명멸하는 설치물 안을 거닐거나 바라보면서 당대의 주거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1층에 나온 작가 듀오 뮌의 설치작품 <픽션 픽션 논픽션>. 1930년대 일본식과 양식이 절충된 이른바 문화주택에 살았던 피아니스트 ‘신여성’ 윤성덕의 집 내부 공간을 빛을 내는 엘이디 뼈대의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단순화했다. 관객은 무선헤드폰을 끼고 1933년 <신여성>에 실린 윤성덕의 주택 체험담 인터뷰를 육성으로 들으면서 빛이 명멸하는 설치물 안을 거닐거나 바라보면서 당대의 주거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2층에 안무가 이양희씨가 만든 가상 카바레 공간 ‘클럽 그로칼랭’은 전례 없이 파격적인 전시 공간이다. 인디 공간의 시끌벅적한 공연 장면과 무용수가 몸을 푸는 안무 장면이 명멸하는 대형 영상을 배경으로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 작품 50여점이 벽에 한가득 내걸리거나 이동식 좌대에 얹혀 여기저기 떠다닌다. 이런 파격적 구도를 통해 근대기 시각문화 특유의 역동성을 21세기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해냈다. 1층에 나온 작가 듀오 뮌의 <픽션 픽션 논픽션>은 30년대 이른바 문화주택에 살았던 피아니스트 ‘신여성’ 윤성덕의 집 내부 공간을 빛을 내는 엘이디 뼈대의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단순화했다. 관객은 헤드폰을 끼고 1933년 <신여성>에 실린 윤성덕의 주택 체험담 인터뷰를 육성으로 들으면서 빛이 명멸하는 설치물 안을 거닐거나 바라보면서 당대의 주거 모습을 상상하는 감상 경험을 하게 된다. 역사적 현장이나 흔적들을 재료 삼아 현대적 상상력으로 변주한 전시의 작품 공간 배치와 구성은 역사 공간에서 차린 역대 어떤 기획전시보다도 실험적이다. 언론사주의 기념 공간을 작품 무대로 내놓고 평면적인 미술작품들을 다양한 틀거지의 역동적 전시 방식으로 풀었다는 점 등에서 식민지 근대 도시의 경관을 21세기 시각문화의 차원에서 새롭게 탐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7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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