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흥에서 회고와 위로로…음악 예능 ‘변화의 시간’

등록 2021-02-02 04:59수정 2021-02-02 07:19

SBS 창사기획 ‘…아카이브 K’
대중음악사 종합적으로 다뤄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음악집중·악마 편집 없어 호평
디스커버리 채널 ‘싱투게더’
코로나 지친 소상공인에 콘서트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이야기를 나눈다. 인디 페스티벌도 아니고, 방송에서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브로콜리너마저, 데이브레이크, 옥상달빛, 카더가든, 잔나비, 새소년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인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 가수들이 한자리에서 펼치는 공연 자체도 특별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이들을 통해 듣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인디음악의 성장사’다.

지난 31일 방송한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케이(K)>(에스비에스)의 주제는 ‘홍대 앞 인디음악’이었다. 서울 홍대 앞은 어떻게 인디음악의 아지트가 될 수 있었고, 지금의 인디음악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가 희귀 영상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펼쳐진다. 오는 7일에도 같은 주제로 못다 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경연과 트로트 일색인 최근의 음악 관련 방송 프로그램 경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과 억지 스토리가 아닌 기록과 보존, 재조명, 위로 등에 방점을 둔 시도가 이어지면서 음악 예능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아카이브 케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순간과 인물, 유의미한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르별 음악과 가수뿐만 아니라, 이태원 ‘문나이트’, 대학로 ‘학전’ 등 음악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까지 종합적으로 조명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과 번영, 위기 등을 기록하고 전한다. 그동안 유행처럼 번진 레트로 음악 예능과 달리 ‘추억팔이’에 머물지 않고,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찰하는 초대형 다큐 음악쇼다. 이를 위해 대중음악 종사자 207명을 1만5012분 동안 인터뷰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중음악사의 주요한 순간을 담은 희귀자료를 제보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에스비에스>가 2년 가까이 준비한 창사 특별 기획이다. 발라드부터 케이팝 아이돌 음악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1월3일 첫 방송을 해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제작진은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명반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고 뛰어난 가수는 어떻게 배출되었는지 명료하게 정리해놓은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주인공을 한자리에 모아, 전설의 무대를 기록하고 의미 있는 자료를 보존할 필요가 있어 이번 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관련 자료를 누리집 ‘우리가요’(www.urigayo.kr)에 게시하고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오는 8일 막을 내리는 <제이티비시>(JTBC)의 <싱어게인―무명가수전>도 음악 예능의 새로운 모델을 개척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기본적으로 경연을 주제로 한 방송이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앨범을 낸 적이 있는 숨은 실력자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 집중하고, 그들에게 대중 앞에 다시 설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기획은 기존 경연 프로그램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참가자의 과거 이력이나 가정사 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대와 음악에 집중한다. 준결승까지 참가자의 이름을 가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불필요한 선입견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장르에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불화와 경쟁을 강조하거나,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과도한 편집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경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대안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당시 3.2%(닐슨코리아 집계)였던 시청률은 1월25일 8.5%까지 치솟아, 주요 시간대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름겨운 소상공인을 위로하기 위해 제작 중인 음악 예능도 있다. 케이블 채널인 <디스커버리채널>은 오는 22일 <싱투게더>를 처음 방송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 위로와 음악의 메시지를 전하고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열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엠시(MC)로는 가수 김태우와 테이가 나선다.

전문가들은 이런 음악 예능의 변화는 범람하는 트로트·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티브이(TV)만 틀면 나오는 트로트, 경연 예능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면서 새로운 형식의 음악 예능에 대한 갈증이 커진 상황”이라며 “<아카이브 케이>처럼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관심이 높아진 1990년대 음악을 다루면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의 포맷을 선보인 <싱어게인>은 피난처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인기 있는 프로그램과 유사하거나, 단순한 노래 대결 또는 신변잡기식 한담으로 채운 음악 예능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방송사들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느낄 프로그램을 만들어낼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1.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2.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3.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4.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교 동문도 포함돼” 5.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교 동문도 포함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