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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클래식 공연 중 ‘띵동~’ 문자음 따라 친 정명훈의 여유

등록 2021-04-29 18:27수정 2021-04-30 02:32

휴대폰 안 끈 관객 ‘부드러운 책망’
악상 잊거나 음 흔들려 아쉬움
“테크닉 무뎠지만 웅숭깊은 음색”
베토벤보다 브람스 연주 돋보여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정명훈이 연주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정명훈이 연주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테크닉은 무뎠지만, 연륜이 배어 나오는 공연이었다.”

“베토벤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브람스는 인상적이었다.”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을 본 평론가들과 시민 반응이다.

지휘자에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정명훈은 대구(23일)·군포(24일)·광주(25일)·수원(27일) 공연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을 받았다. 지역 공연을 본 평론가들과 시민들은 그가 연주 도중 악상을 잊어버리거나 음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몇몇 실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마지막을 장식할 서울 공연에서는 악보를 놓고 연주할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날 서울 공연에서도 악보는 없었다. 7년 만에 피아노 무대로 돌아온 그는 이번에도 ‘암보’(악보를 외어 연주하는 것)로 연주했다.

정명훈은 1부에서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을 선보였고, 2부에서 브람스의 ‘3개의 인테르메조’와 ‘4개의 피아노 소품’을 연주했다. 클래식 거장 3명이 1950~60대 인생 후반기에 완성한 피아노곡이다.

아쉬웠던 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이었다. 지역 공연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연주 도중 악상을 잊어버려 정적을 낳기도 했다. 이날은 그런 실수는 없었지만, 기술적으로 힘에 부치는 대목이 살짝 비쳤다. 정명훈은 연주할 때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머리를 갸우뚱거리거나 손가락을 털었다. 연이은 공연으로 피곤했는지 손으로 얼굴을 자주 문지르고, 손으로 허리를 두드리기도 했다. 나성인 평론가는 “1부 베토벤 연주에서 호흡 유지가 안 돼 소나타의 일정한 패턴이 무너진 것 같았다”며 “이 때문에 베토벤 소나타의 아름다운 선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베토벤보다는 브람스였다. 정명훈은 기교가 많이 필요한 베토벤 소나타보다,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브람스의 소품을 시처럼 연주했다. 허명현 평론가는 “이날 연주에서 브람스 곡이 가장 특별했다”며 “톤과 리듬을 순간순간 변화시켜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아니라 브람스를 부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정명훈이 연주에 앞서 허리를 두드리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정명훈이 연주에 앞서 허리를 두드리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2부 때 객석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몇차례 울리며 공연을 방해했지만, 정명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알림음 리듬을 피아노 건반으로 옮기며 전화를 꺼달라는 제스처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정명훈의 여유에 관객들은 웃으며 즐거워했지만, 공연을 방해한 관람 매너는 비판받을 만했다. 공연을 본 정소영(대학원생)씨는 “정명훈 선생님이 공연에 방해되는 휴대전화 소리를 재치있게 넘겨 좋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관람 매너가 안 된 일부 관객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정명훈은 앙코르로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트로이메라이’를 선택했다. 마지막 앙코르는 하이든 ‘소나타 13번’이었다. 그는 “하이든으로 시작했으니 하이든으로 끝내겠다”며 곡을 연주했다.

이전에 열린 대구 공연을 본 황장원 평론가는 “노년이라 테크닉은 좀 무뎌졌어도 웅숭깊은(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은) 음색으로 무심한 듯 정성 들여 풀어가는 음악이 좋았다”고 평했다.

정명훈 리사이틀 마지막 공연은 30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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