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관리, 일제식민지 관리되다>(도서출판 법현). 원로행정학자인 안용식(80·사진) 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박종두 목포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펴낸 책이다. 한말 대한제국 관리들이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 식민지 관리로 옮겨간 실태를 분석한 논문 한 편에 더해 조선총독부 관리로 변신한 대한제국 관리 명단과 승진·이동 현황 등 여러 관련 자료를 함께 실었다.
안 교수는 자신이 1990년대에 정리해 펴낸 한말과 일제하 한국인 관리 임면 자료집을 토대로 이 논문과 명단 등을 작성했다.
“일제는 식민통치 중심 기구에 조선인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식민통치는 전적으로 우리가 한다’는 게 일제의 식민지 통치 술책이었죠.”
지난 16일 전화로 만난 안 교수의 이런 확신은 그가 정리한 통계로 확인된다. ‘한말 한국인 관리의 43.7%인 2928명이 강제병탄이 되면서 일제의 관리가 됐다. 이는 총독부 전체 관리(1913년 3월 기준)의 35.5%에 이른다. 하지만 강제병탄 초 식민통치의 본산인 총독부 본부에 배치된 한국인 관리는 19명에 불과했다. 1913년까지 하면 모두 35명으로, 이 중 고위직인 고등관은 3명에 불과하다. 반면 총독부 본부 일본인은 462명이나 됐다. 총독부 본부 고등관 기준으로 한국인 3명 대 일본인 90명이었다.’
안 교수는 “총독부 본부 한국인 고등관 3명 중 두 명은 70대 고령으로 기상 관측을 담당했고, 통역관을 하다 고등관이 된 다른 한 명은 주로 회계 일을 했다”며 “일제는 한국인에게는 회계와 서무 등 변방의 일만 맡기고 식민통치 정책 결정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한말 관리 두 명이 총독부 국장을 지냈는데 둘 다 학무국장이었어요. 일제가 한국인에게 배려한 최대 관직이 학교를 담당한 교육직이었던 거죠.” 그는 “대한제국 관리 중 일제 식민 기간 내내 관리와 중추원(총독부 자문기관)직을 지니고 있었던 이는 모두 40명인데 이 중 36명은 중추원직”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올해 안에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1967년 박정희 민선 1기 정부가 끝났을 때까지 관료 임면에 어떤 변동이 있는지 살핀 책을 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고위직은 모두 군인이 차지했더군요.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많아 책이 나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일제에서 대한민국 정부로 넘어온 관료 변동을 살핀 책도 내려고 해요. 일제 때 창씨개명을 많이 해 동일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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