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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길사 판 칸트전집’ 문제는 불순한 기획과 불법적 홍보다 / 백종현

등록 2018-06-23 16:46수정 2018-07-02 12:58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
학회 내 다수 회원이 협력하여 발간을 시작한 ‘칸트전집’ 1차분을 받아들고 함께 기뻐하고, 그로부터 무엇이라도 더 익혀 공부를 더 깊게 하는 것이 마땅한 학회의 원로 회원으로서 분란에 휩싸이게 되니 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학회가 학문권력의 본거지가 되는 것이야말로 학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니만큼, 학회가 그렇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또한 회원의 책무라 생각한다.

<한길사 칸트전집> 출간과 함께 불거진 분란은 번역어 이견이나 칸트철학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의 문제―이것은 순전히 학술적인 것으로 학계 내에서 논저를 통해 쟁론할 일이지, 언론 매체를 통해 토막말을 주고받으며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학회 집행부를 장악하고 학회를 권력기구로 만들어, 그를 이용해 자신들과 다른 해석을 말살하려는 일부 사이비 회원들의 비학문적인 기획 의도와 이러한 불순한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전집에 학회 이름을 내세워 거짓 권위를 얹히고 불법적 광고를 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누가 “백종현 번역어[를] 바로잡으려 전집[을] 내”(김상봉. <한겨레>, 2018년 6월21일)고자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는 사람들이 모여 백종현과 다른 번역어로 책을 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학자의 권리이며, 만약 자기 생각에 학계에 그릇된 것이 확산되면 그것을 막는 것은 학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활동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나 예외 없이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 이름으로 해야 한다. 한국칸트학회에는 백종현의 번역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충분히 많이 있다. 설령 백종현과 생각을 같이 하는 회원이 상대적으로 소수라 하더라도, 학회가 그러한 견해를 학회 이름으로 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학회가 이미 ‘학회’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독일 칸트협회의 학술지 <칸트연구>가 “칸트 연구의 다양한 방향에 대해 입구를 막지 않는 것”을 첫 번째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듯이, 공식적인 학술 기구는 한 때의 일부 회원의 생각을 ‘기준’으로 정해 회원들의 생각을 일원화하고, 이전의 학자와 이후의 학자의 사념을 재단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런 짓이야말로 학자가 하는 가장 나쁜 짓이다.

문제의 발단

백종현은 2002년 처음으로 <실천이성비판>(아카넷) 연구 번역서를 펴낸 이래 2014년에 이 같은 칸트 연구번역서가 10권에 이르자, 이를 바탕으로 동료학자 4인과 함께 <한국어 칸트전집>(전24권)을 기획하여 2018년 1월 현재 전집 중 11권이 출간되어 있으며, 그 취지가 연구 번역에 있기 때문에 완간 시기는 미정이다.

아카넷 칸트전집은 학술 연구 번역서를 지향하므로, 상세한 해제와 함께 칸트 해당 원전의 각종 판본을 비교하여 서로 다른 점을 낱낱이 표시하고 각주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마다 대표적인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서와 비교 해설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부록으로 국내외의 이전 번역서 목록, 국내외 연구 논저 목록, 번역어 대조표, 상세한 찾아보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분란은 한길사가 <칸트 전집>(전16권)을 2019년 말까지 완간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칸트학회 기획’이라 표시된 1차분 3권을 2018년 5월에 출간하고, 이것의 홍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2018년 6월 4일 ‘한길사 칸트전집’ 기획 대표자를 앞세워 하는 자리에서 기존의 책들을 비방하고 자사의 책을 허위로 과장 광고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 기자회견장에서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언행의 내용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아래와 같이 기사화되어 사실인 양 유포되고 있다.

이충진: “고 최재희 교수, 백종현 교수(서울대)의 번역본이 주로 읽혀왔지만, 원전 번역이 아니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 특히 “백종현 서울대 교수 번역본은 가독성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건 칸트 연구자들은 모두가 하는 이야기다.”

최소인: 우리 번역서는 “정본 번역서”로서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이충진: “이번 전집이 학회가 공인한 번역서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전에 나온 번역서는 물론이고 미래에 나올 번역서도 모두 [이] <칸트 전집>을 기준으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소인: 이 전집을 통해 “칸트학회가 칸트 용어를 통일하면 헤겔, 하이데거, 후설 연구자들도 동일한 용어를 쓰게 될 것”이다.

문제 인식

이러한 기사를 접한 백종현은 특히

1) 최재희 교수(한국 칸트학 태두, 1955년에 신태양사에서 최초로 칸트, <순수이성비판(상)>을 출간)나 백종현의 번역서가 원전 번역이 아니고, 백종현의 번역서는 “칸트 연구자들은 모두가” 가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말한 점과

2) 한길사 전집은 ‘정본’ 번역으로 학회가 ‘공인’한 것이니, 과거의 번역서뿐만 아니라(그러니까 최재희 교수와 백종현 것을 포함해서) 장래의(그러니까 후학의) 번역서도 이 전집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 1차로 당일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던 한길사 칸트전집 번역자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1)은 그러한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되, 결국 사실이 아니므로 중상모략이다. 이는 학회 내 타 회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켜 회원 간 불화와 반목을 일으키고 있으므로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칸트학회 회칙(제2조)을 심하게 위반한 것이다.

2)는 한길사 칸트전집이 ‘정본’일 수도 없고, 어떠한 ‘공인’ 절차를 밟은 바도 없으니, 한길사 칸트전집에 거짓 권위를 입혀 번역에 따른 원문 해석과 번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칸트 주요 철학용어 사용을 일반에게도 강제하고자 하는 기만적 술책이다. 이는 학자라면 누구나 원문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기 해석에 알맞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학문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칸트철학의 주요 용어 사용 선택은 학설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학회’라는 이름으로 획일화하려는 것은 ‘국정 국사교과서’ 발간과 똑같은 기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과 2)를 합하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기존의 번역서를 공연히 폄하 비방하고 자신들의 신간 전집을 허위로 과장 광고함으로써 독자(소비자)를 오도한 것으로, 상거래 일반 법규에 저촉되는 범법 행위에 해당하며, 학술토론회 장도 아니고, 학술지 지면도 아닌, 자신들의 신상품 출시 기자회견장에서 일방적으로 전혀 사실과 다르게 “원전 번역이 아니”라느니, 또 과장되게 “칸트 연구자들 모두가” 가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느니 하여,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학술적 비판이 아니라 동료 학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고, ‘경쟁 상품’에 대한 비방이자 소비자(독자)를 속이는 짓이다. 이는 신제품 출시 설명회에서 A사가 근거 없이 B사의 경쟁 상품을 비방하고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거짓으로 과장 광고하여 소비자를 기만하고, 공연히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형사상의 범죄적 행위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백종현의 대응

설령 한국칸트학회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칸트전집’을 기획했다 하더라도, 이 연구비의 성과물은 학술 문헌 연구 일반이 그러하듯이 최소인 ‘칸트전집’ 간행사업단 책임연구자와 사업 동참자 33인(합계 34인)에게 귀속한다. 그리고 이들이 학회 내 타 회원의 의사나 학술적 견해와 상관없이 사업을 주체적으로 그리고 배타적으로 수행했으므로―그들은 ‘칸트 용어 토론 카페’에 백종현이 가입 신청한 것조차 승인하지 않았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그 공과를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고, 발표도 그들의 이름으로 해야 함이 마땅하다. 문헌 번역은 번역진 34인의 칸트 해석과 자체 지침에 따라 해놓고서, 엄연히 칸트를 다르게 해석하는 다른 회원들이 다수 공존하는 학회의 이름을 사용하고, 거짓으로 ‘정본’이니 ‘공인’이니 하는 표시를 붙이는 것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학설을 강제적으로 유포하고 학계를 전제하려는 폭거이다.

이에 백종현은

6월 12일에 번역자 일동에게

“1. 홍보문에서 내용상으로 전혀 맞지 않은 ‘정본(定本)’이라는 표현을 거둘 것,

2. 절차상 부당하고 반문명적인 ‘한국칸트학회 공인 칸트전집’이라는 표현을 거둘 것,

3. 앞으로는 ‘한길사 판 칸트전집’ 등으로 호칭하고, 이를 한국칸트학회를 대표하는 역서인 양 표출하지 말 것,

4. 혹시라도 한국칸트학회의 학술토론회나 공식 학술지에서 ‘한길사 판 칸트전집’에서 사용한 용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등 마치 ‘국정교과서’ 사용 지침 같은 것을 시행하려 하지 말 것,

5. ‘가독성’ 운운하면서 ‘한길사 판 칸트전집’ 역자 외 다른 학회 회원의 역서에 대해 독자를 오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다시 6월 20일에

6. 지난 6월 4일 한길사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여 망언과 불법적 행위를 한 번역자 대표들은 학회 회원 간에 불화를 야기하고, 과장 광고에 앞장서 학회의 명예 또한 실추시켰으므로 2018년 6월 30일까지 전 회원에게 공개 사과하고, 학회를 스스로 탈퇴하라고 추가로 요구하였다.

이제 이에 더하여

7. 한길사와 전집 주도자들은 지난 6월 4일과 동일한 규모의 기자회견장을 6월 30일까지 마련하여 당일의 반윤리적, 불법적 언사를 공개적으로 취소하고, 백종현과 독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요구사항 1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전집의 각 권이 정말 ‘정본’이라면 출간되는 순간부터 (설령 오탈자가 발견되어도) 일점일획도 수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전집을 주도한 ‘학자’라는 사람들도 출판인도 ‘정본’이라는 낱말 뜻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요구사항 2는 학회에서 공인 절차를 공시한 적도 밟은 적도 없으니, 불법적인 언사이기 때문이다. ― 이들은 이 전집이 학회의 활동 회원 다수인 34인이 모여 함께 한 작업이니 이로써 ‘공인’ 받은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다. 서로 교차 검토 작업한 것을 두고, 이 전집이 ‘집단지성’의 산물이라 말한다. 그런데 권권에 역자의 개인 이름이 박혀 있다. 집단지성의 산물이라면 개인의 몫으로 분할될 수 없는 것이 상례인데(집단지성의 전형으로 간주되는 영어나 독일어 위키피디아 항목 서술을 보라!), 이를 버젓이 사유화하고 있다. 이 역시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대충 사용하고 있는 사례로, 이는 번역에 종사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어휘 감각과 능력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화를 위해 동원하여 이렇게 부정확하게 사용한 말들도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

요구사항 3은 학회 내에 이 전집의 내용과 사용된 번역어의 보편적 사용에 반대하는 회원이 다수 있는데, 이를 학회의 이름으로 내는 것은 부당하고, ‘학회 공인’의 전집은 회원이 장차 자유롭게 다른 칸트 역서를 출간하는 데 족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있어서, 문명국 어느 칸트학회도 이러한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다.

요구사항 4는 학회장의 기자회견 장에서의 호언으로 미루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라 미리 학회 집행부의 명시적인 응답이 필요한 사항이다.

요구사항 5는 ‘가독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어는 자칫 어떤 번역서의 흠을 지적하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고, 실제로 기자회견장에서 그렇게 악용되었기 때문이다.

요구사항 6은 기자회견장 참석자들의 언행은 학회 회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더하여 타인의 명예훼손, 비방, 과장 광고 등은 학문 윤리 상, 사회 법규 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처음도 인격이요 끝도 인격인 칸트철학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학회의 정신에 배치되는 것인 만큼 그 같은 거짓 회원은 학회를 스스로 탈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요구사항 7은 지난 한 달 동안의 비방으로 백종현 번역서는 읽을 수 없는 나쁜 책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으며,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해 한길사 칸트전집은 근사한 것이라고 독자를 충분히 속였으니, 피해자 측의 최소한의 요구이다.

현재까지 한길사와 번역진의 반응

출판사 한길사는 지난 5월 예약 광고 개시 이래 내건 “칸트전집 정본 전격 출간”이라는 광고문을 6월 21일 자로 “칸트전집 전격 출간”으로 고쳐, ‘정본’이라는 터무니없는 낱말을 삭제했다.(그러나 6월 23일 현재까지도 예스24의 광고문에는 여전히 ‘정본’이란 말이 남아 있다.) 그리고 ‘공인’이니 ‘최초’니 하는 수식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나, 누구도 명확히 말한 바 없으며, 여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해당자들이 묵묵부답인 상태이다.

한길사 칸트전집의 불행한 탄생과 동참자들의 윤리의식 부재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김상봉이 기고문(<한겨레>, 2018년 6월21일)에서 부끄러움을 모른 채 밝혔듯이, 이 전집이 당초부터 (몇몇 회원들이 좁은 견식과 습관적인 낱말 사용으로 인해 둔해진 언어감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느낀 번역어를 포함하고 있는) “서울대 교수 백종현”의 칸트 번역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도를 가진 전집 기획을 학회의 이름으로 한다는 것은 공적 기구를 사욕의 도구로 삼은 것으로서, 비윤리적인 학자들이 모여서 학회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이다. 정상적인 학회는 오히려 학회 내에 서로 다른 칸트 해석 등장을 장려하고 회원 간에 학설의 쟁론이 활성화하게끔 해야 한다.

누가 백종현과 다른 칸트 해석을 가지고 있으면, 그는 또는 그들은 자신의 논문이나 저술 또는 번역서를 내서 논박하는 것이 학문의 정도이다. 백종현은 1988년 제1회 전국철학자 대회(광주)에서 기존 칸트 번역어에 대한 재고를 제안한 이래, 계속적으로 다수의 논문과 저술을 통해 이를 사용해보고, 2010년 회원들의 심사를 거쳐 학회지 <칸트연구>(제25집)에 논문 ‘칸트철학에서 ‘선험적’과 ‘초월적’ 개념 그리고 번역어 문제’(별첨 논문 파일 참조)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몇몇 회원이 그에 대해 촌평을 했을 뿐 어느 한 사람 이 논문을 반박하는 논문을 제출한 적이 없다.

철학자가 학술어 선택을 누가 제안한 것이니 반대한다는 감정으로 해서는 안 되고, 원전에 대한 자기 해석과 충분한 사례 검토 그리고 역사적인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하되,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면 우선 논문이나 해설문 등을 제출하여 공론에 부쳐야 한다. 이번 한길사 칸트전집에서 사용되는 칸트 용어는 34인의 번역진에 의해서 토의되고 그들의 독단으로 이 전집의 추진을 위해 사용 결정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김상봉의 기고문에 따르면, 번역 참여자들이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번역어 합의안이 마련되었는데, 이 전집의 자기 할당 분 문헌 번역에서는 이 합의안대로 하지만, “내가 번역하는 칸트 저작에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번역어(‘트란스첸덴탈’=‘선험론적’, ‘아프리오리’=‘선험적’)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집의 홍보 장에 등장한 이들은 이 전집으로써 칸트철학의 주요 용어는 통일되었으며, ‘기준’이 된 이 용어들을 칸트학계는 물론이고, 인접학계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 호언한다. (동참 번역자들도 자기의 저술에서는 저 전집 번역 시의 합의와는 달리 자기 식으로 쓰겠다고 마음먹고, 그것을 언론 매체를 통해 당당히 밝히고 있는데… 이들은 어쨌든 합세하여 백종현의 번역서에 맞설 전집을 내고, 백종현 번역서의 확산이 주춤해지면, 그때는 각자 하던 대로 하자는 내심을 가진 것이나 아니었는지를 의심해볼만한 사례이다.)

중요 용어 사용은 각자의 칸트 해석을 포함하고 있어 이미 학설 차원의 일인데, 동일한 ‘학자’가 전집에서는 이렇게, 자기 저작에서는 저렇게 한다면, 대체 그의 칸트 해석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 어쨌거나 한길사 칸트전집은 공동번역자도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 번역서 묶음일 것 같다.

또한 아마도 한길사 칸트전집은 <아카넷 한국어 칸트전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몇몇 주도자들의 전략적 제휴의 산물인 것 같다. 한길사 칸트전집은 몇몇 주도자들이 나라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내, 그것으로 다수의 회원을 자기들의 사업에 끌어들여 학회 내 활동 회원들의 다수를 형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학회 집행부를 장악한 후, 학회의 이름으로 사업을 수행, 그 결과물을 학회의 이름으로 발간하여 권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정본’이니 ‘공인’이니 하는 헛된 수식어를 덧붙여 불가침의 것처럼 외양을 갖춰서, 그것으로 백종현의 번역서 확산을 막자는 심산에 의해 나온 참으로 비윤리적인 기획 의도에 의한, 불행한 칸트전집이 되고 말았다. ? 학계의 축하 속에서 널리 읽혀야 할 ‘칸트전집’에 이러한 불순한 동기를 집어넣은 이들은 다시 한 번 학문의 정도, 인문학 정신을 성찰하고 관련자들에게 사죄하기 바란다.

칸트철학에서 ‘선험적’과 ‘초월적’ 개념 그리고 번역어 문제. (▶누르면 논문을 PDF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칸트철학에서 ‘선험적’과 ‘초월적’ 개념 그리고 번역어 문제. (▶누르면 논문을 PDF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예고된 대로 2019년 말까지 다수의 칸트 논저의 한국어 초역이 포함된 한길사 칸트전집이 완간되면, 이미 그로써 한국의 칸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고, 주위의 칭송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뭐가 불안하여, ‘한길사 칸트전집’, ‘누구 등 34역 칸트전집’, 어느 네티즌(닉네임: 밤의 등대)의 충고대로 전원 같은 의사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칸트번역연구회’의 ‘칸트전집’으로 칭하면 될 것을, 그 번역어 사용을 백종현처럼 분명하게 반대하는 회원을 무시한 채, ‘한국칸트학회 기획 칸트전집’의 이름을 고집하는지… 번역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거는 것에 그토록 자신이 없으면서, 왜 함께 모여 이런 책을 만들었는지… 백종현은 그 자신이 설립을 주창하여 세운 한국칸트학회의 회원이 아닌 것인지… 도대체가 여러 학설이 있는데, 다수결에 의해 그중 하나를 ‘정설’로 결정하고, 나머지 ‘이설’들은 이 ‘정설’로 통일할 것을 선포하는 지금의 한국칸트학회의 집행부 같은 것이 세상 어느 학계에 또 있을 것인지… 기자회견장에서 동료 회원의 작품을 거짓말로 비방하고, 자기들의 작품은 과대 포장하는, 사회 법규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여 학회의 설립 정신을 명백하게 위반했음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아무 것도 없는데”(김상봉) 이들에게 부당하게 학회를 떠나라 한다고 대드는 이의 윤리의식과 사회 법규 인식의 수준을 어떻게 납득할 것인지…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학계와 학회의 자정 능력에 의해 모두 신속하게 해결 해소되기 바란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공개 사과도 하지 않고, 실추된 백종현의 신뢰도에 대한 회복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행실을 사회 법규에 의해 바로잡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학문 활동임을 위장하여 학계에서 비루하고 책략적인 언동을 서슴지 않는 이들을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칸트학회 내에.

※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하대·서울대 철학과 교수,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소장,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한국칸트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철학』 편집인·철학용어정비위원장·회장 겸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이다.

주요 저서로는 Phenomenologische Untersuchung zum Gegenstandsbegriff in Kants “Kritik der reinen Vernunft”(Frankfurt/M. & New York, 1985), <독일철학과 20세기 한국의 철학>(1998/증보판 2000), <존재와 진리―칸트 <순수이성비판>의 근본 문제>(2000/2003/전정판 2008), <서양근대철학>(2001/증보판 2003), <현대한국사회의 철학적 문제: 윤리 개념의 형성>(2003), <현대한국사회의 철학적 문제: 사회 운영 원리>(2004), <철학의 개념과 주요 문제>(2007), <시대와의 대화: 칸트와 헤겔의 철학>(2010), <칸트 이성철학 9서5제>(2012), <동아시아의 칸트철학>(편저, 2014), <한국 칸트철학 소사전>(2015), <포스트휴먼 시대의 휴먼>(공저, 2016), <이성의 역사>(2017), <제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사회 윤리>(공저, 2017) 등이 있고, 역서로는 <칸트 비판철학의 형성과정과 체계>(F. 카울바하, 1992), <실천이성비판>(칸트, 2002/개정판 2009), <윤리형이상학 정초>(칸트, 2005/개정판 2014), <순수이성비판 1·2>(칸트, 2006), <판단력비판>(칸트, 2009),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칸트, 2011), <윤리형이상학>(칸트, 2012), <형이상학 서설>(칸트, 2012), <영원한 평화>(칸트, 2013),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칸트, 2014), <교육학>(칸트,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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