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세르나 파리1대학 교수.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3·1운동과 촛불혁명, 프랑스혁명과 신해혁명 등 공간·시간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혁명들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시야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원장 안병욱)은 27~28일 경기도 성남시 한중연 한국학대학원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서울대 역사연구소, 한국프랑스사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프랑스혁명에서 ‘촛불혁명’까지: 혁명의 세계사를 향하여”로, 시대·국가·지역별로 떨어져 있는 여러 혁명의 역사를 한데 모아 세계적 관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조발표자로 혁명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피에르 세르나 파리제1대학 교수가 나선다. 발표문에서 그는 인권사 연구에서 인간에 대한 착취와 동물에 대한 착취를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프랑스혁명 당시 부아셀과 제뤼제 같은 인물들을 사례로 들며 노예제 폐지, 여성 해방, 동물권 운동이라는 삼중의 투쟁을 함께 사고하는 흐름이 역사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적 멸시라는 문제는 동물권의 부정과 함께 작동한다고 확신한다”며 ‘생명체의 권리혁명’이라는 새로운 혁명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폴 체니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프랑스혁명사 연구에서 이뤄진 ‘공간적 전회’를 소개한다. 혁명을 프랑스 일국의 경제적 구조의 산물이 아닌 전지구적 자본주의 성립 과정 안에서 일어난 대서양 혁명으로 확장해서 이해하는 흐름이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개리옥 호주 모나시대학 교수도 혁명 ‘경험’을 중심으로 프랑스 혁명을 연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표를 할 예정이다.
배경한 부산대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의 관점에서 중국 신해혁명이 제국을 붕괴시키고 공화체제를 수립함으로써 한국과 베트남 독립운동 등 동아시아 지역 전체로 공화혁명을 확산시키는 작용을 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준비했다. 또한 그는 신해혁명으로 중화 제국 질서가 와해돼 주변 약소민족의 독립 요구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아시아 국제질서가 형성되기 시작되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외에도 윤해동 한양대 교수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서 3·1운동을,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4월 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을 세대론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발표를 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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