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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학술

“뒤늦었지만 인류학도들 공부 시작하는 길라잡이 기대해요”

등록 2021-05-02 19:24수정 2021-05-03 02:07

류정아 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
‘민족학과 인류학 사전’ 전 6권 완역
프랑스판 원전 번역 26년만에 출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선임연구원.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선임연구원.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번역하는 동안은 앎의 희열이 컸어요. 지식의 숲에 머무는 시간이었거든요. 정통으로 인류학을 공부한 연구자로서 저의 학문적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995년부터 번역에 매달려온 <민족학과 인류학 사전>(전 6권·커뮤니케이션북스)을 최근 출간했다. 이 사전의 원전은 프랑스 인류학자인 피에르 봉트(1942~2013)와 미셸 이자르(1931~2012) 주도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등 전 세계 인류학자 230명이 필자로 참여해 1991년 초판이 나왔다. 희생제의나 터부, 통과의례 등 인류학의 주요 개념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살피고 전세계 지역별 인류학 연구 현황도 담았다. 레비스트로스나 막스 베버와 같이 인류학에 영향을 많이 끼친 학자의 학술 여정도 담았다. 표제어는 모두 450개다.

“인류학 전공자가 가장 많이 참고하는 사전이죠. 지금껏 국내에 번역된 인류학 사전은 미국에서 나온 용어정리 사전 정도거든요.”

그는 1994년 파리 고등사회과학원에서 ‘남프랑스 축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이듬해부터 사전 번역을 시작했다. 동료 연구자와 함께 2000년 이전까지 3분의 2가량 초벌 번역했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이제야 책을 낼 수 있었다. 그는 “외국에서 수입된 학문인 인류학이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용어도 학자마다 다르게 쓰고 외국 학자들의 좋은 책도 거의 번역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전 발간이 인류학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전이 인류학의 학문적 논의를 일관된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으니 여기서 공부를 시작하면 되겠죠.”

그는 귀국 뒤 9년 가까이 시간강사를 하다 2003년부터 연구원에 정착해 주로 축제 연구를 해왔다. 그가 2006년 전국의 지역축제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연구한 보고서는 지금도 ‘축제연구의 바이블’로 꼽히고 있단다.

최근 출간된 전 6권 <민족학과 인류학 사전>.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최근 출간된 전 6권 <민족학과 인류학 사전>.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이번에 낸 사전의 표제어에는 ‘중국’ ‘일본’ ‘한국’도 있다. 각각 30쪽과 7쪽, 2쪽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사전의 원전 최신판이 2010년 나왔어요. 만약 지금 한국에 대해 쓴다면 분량이 더 늘어나겠죠.” 한국 표제어에는 ‘기혼여성은 자신의 성을 유지한다’, ‘양반 계급만 있던 족보가 오늘날에는 일반화되었다’, ‘무속인 3분의 2 가량은 여성이며 무속인들은 현재 발전하는 남한의 상황에 대단히 잘 적응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이 나온다. 일본은 이 나라 학자들이 해온 인류학 연구에 대한 기술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한국 인류학의 현주소에 관해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상아탑 안에 갇혀, 이미 알려진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 다양성이나 혐오, 인종차별 같은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해 우리 인류학계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요. 연구도 하지 않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지금 현재의 문제를 파헤쳐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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