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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밤을 잡아라’…너도나도 야간 마케팅

등록 2022-09-07 20:21수정 2022-09-08 02:01

전국 지자체 올빼미 관광객 잡기 안간힘…“돈이 되니까”
문화재 야행 인기, 전국 45곳서 야행, 경남은 올해 10곳
여수 밤바다, 한강 야시장, 광산 컨테이너 전시 등 인기
충북 청주 시민 등이 지난달 27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린 청주 문화재 야행에서 청주성 탈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 시민 등이 지난달 27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린 청주 문화재 야행에서 청주성 탈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낮보다 아름다운 밤.’

낮에만 관광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문화재·다리·시장 등에 불을 밝히고 밤 손님의 팔을 끈다. 야경, 야간 개장, 야간 공연, 야시장 등 호객법도 다양하다. 밤이 돼야 비로소 막이 오르는 야간 명소도 늘고 있다.

야간 마케팅으로 밤 나들이객을 잡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낮 관광이 경치·재미·놀이·체험을 ‘쓱’ 훑고 지나가는 것이라면, 밤은 관광객을 좀 더 머물게 ‘꽉’ 잡아두고, 잠까지 재워 주머니를 열게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밤 관광은 돈이 된다.

밤 마케팅의 선두는 ‘문화재 야행’이다. 문화재 야행은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 특색 있는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한 ‘밤 여행’을 말한다. 문화재를 중심으로 야경(경치), 야사(이야기), 야설(공연), 야로(걷기), 야시(시장), 야화(전시), 야식(음식), 야숙(숙박) 등 8가지 볼거리·할거리·먹을거리 등을 관광 상품으로 버무렸다. 올해 전국 45곳에서 야행이 진행됐거나, 앞두고 있다. 대구·세종을 뺀 전국에서 야행을 한다. 9~10월이 피크(절정)다.

야행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뿌리는 궁중문화축전이다. 2015년 봄 경복궁·창덕궁·창경궁 등 서울 옛 궁궐에 조명을 밝히고 문을 열었다. 밤을 그리워한 올빼미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병수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정책기획실장은 “궁중문화축전이 대박을 터뜨린 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문화재 야행을 시작했다. 밤 문화 향유를 그리워한 관람객이 폭발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인천 개항장 야행. 인천관광공사 제공
지난해 열린 인천 개항장 야행. 인천관광공사 제공

전국 야행은 정동 야행(서울), 피란수도 야행(부산), 오색달빛 야행(강릉), 천년 야행(경주), 밤드리노니다가(청주), 천년벗담(전주) 등 10곳이 시초다. 저마다 특색 있는 문화를 지닌 곳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야행은 45개로 늘었고, 문화재청은 이들 야행 프로그램에 모두 73억원을 지원한다. 전체 야행 예산의 40%다. 나머지 60%는 야행을 진행하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이순미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주무관은 “문화재, 사람, 이야기 등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화를 엮어 야행을 진행한다. 단순히 문화재를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지자체는 물론 주민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국 지역별 야행 지도. 문화재청 제공
전국 지역별 야행 지도. 문화재청 제공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문화재 야행이 진행된다. 서울에선 청계천 수표, 세종 영릉 등을 소재로 ‘동대문 월하홍릉’, 독립문과 옛 신촌역사 등을 주제로 ‘서대문 별을 따라 걷는 길’ 야행 등이 예정돼 있다. 인천에선 공화춘과 옛 인천부 청사 등을 중심으로 개항장 야행이 열리고, 강원에선 대도호부 관아, 수제맥주거리 등을 곁들인 강릉 야행과 춘천 야행 등이 기다리고 있다. 충북 청주, 충남 공주·강경 등은 지난달 말부터 4일까지 야행을 진행했다. 청주 야행엔 5만여명이 몰렸다. 박익규(56·청주시 서원구)씨는 “청주 중앙공원·성안길 등에서 열린 야행을 다녀왔다. 장인·장모부터 딸까지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문화재는 물론 옛 정취, 공연 등을 두루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부안, 전남 목포·순천·여수, 경북 경주·고령 등에서도 야행이 예정돼 있다. 경남은 야행 천국이다. 김해·남해·밀양·사천 등 올해 10개의 야행이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제주에선 서귀포가 신화와 전설 등을 주제로 이달 말께 야행을 연다. 정해규(36·회사원)씨는 “야행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거리가 있고, 밤 시간대에 진행돼 직장인 등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설경호 인천관광공사 축제이벤트팀 과장은 “2019년 인천 개항장 야행에 15만명이 다녀갔는데 교통·숙박·유흥비 등 1인당 소비 금액을 분석한 생산유발 효과가 3만원을 넘었다. 야행은 경제 효과를 동반한 대표적 문화 상품”이라고 밝혔다.

올빼미족을 유혹하는 야간 공연, 야간 개장도 적지 않다. 광주 광산구는 별밤과 예술을 접목했다. 광주 광산구 복합문화공간 ‘소촌아트팩토리’는 매일 자정까지 시민을 맞는 별밤미술관을 운영한다. 컨테이너(18.1㎡·5.5평) 두 면에 유리를 설치한 미술관은 블라인드가 열리면 작품을 볼 수 있다. 광산 별빛미술관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9월 개관했는데, 지금까지 작가 초대전 44차례, 주민 참여 프로그램 5차례를 운영했다. 하루 방문객은 3천여명 정도다. 박경옥 광산구 문화예술과장은 “시민들은 예술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고, 작가들에겐 대면 전시를 할 수 있어 상생의 기획전”이라고 말했다.

야경이 더 밝아진 전주한옥마을의 전주대사습청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시 제공
야경이 더 밝아진 전주한옥마을의 전주대사습청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시는 최근 한옥마을 문화시설과 골목길의 야간 경관 개선사업을 마무리했다. 한옥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 태조로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골목길에도 전통문양 경관등을 추가했다. 특히 한옥마을 진입로에 설치한 청사초롱등은 여행객·시민 등에게 한옥마을 길잡이 구실을 한다. 부채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 전주대사습청, 완판본문화관, 창작예술공간 등 문화시설에도 외부 조명을 설치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허갑수 전주시 한옥마을지원과장은 “이번 사업으로 가장 한국적인 관광지인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살렸다. 밤에도 다시 찾고 싶은 한옥마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부 조명 설치로 더 밝아진 전주한옥마을 안의 부채문화관. 전주시 제공
외부 조명 설치로 더 밝아진 전주한옥마을 안의 부채문화관. 전주시 제공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전남 강진군 세계모란공원에서 열리는 야간 행사 ‘한밤의 꿈’ 공연. 강진군 제공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전남 강진군 세계모란공원에서 열리는 야간 행사 ‘한밤의 꿈’ 공연. 강진군 제공

강원 춘천시는 다음달 3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춘천 의암호 소양강 스카이워크를 밤 9시까지 개장한다. 밤마다 미디어 파사드 영상과 레이저 등 멀티미디어 쇼를 펼친다. 영상 쇼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끝부분에서 빛을 쏴 옆에 있는 소양2교 옆면에 표출하는 방식이다. 이 기간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도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충북 단양군은 남한강 잔도, 고수대교, 도담삼봉 등 지역 대표 명소에 경관 조명을 설치한 ‘단양 야간 8경’으로 밤 나들이객을 모으고 있다.

10월2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한강달빛야시장 행사 전경. 서울시 제공
10월2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한강달빛야시장 행사 전경. 서울시 제공

10월2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한강달빛야시장 행사 전경. 서울시 제공
10월2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한강달빛야시장 행사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다음달 29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5∼10시에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푸드트럭 40여대와 판매부스 60여개가 참여하는 ‘한강달빛야시장’을 연다. 전남 여수 밤바다에서는 다음달 22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여수밤바다 낭만버스킹’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거북선대교 아래 낭만포차, 해양공원 3곳, 국동 수변공원 등 5곳에서 거리 가수·마술사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오는 23∼25일에는 가을 포크페스티벌도 열린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 전남 여수시 해양공원에서 열리는 ‘여수밤바다 낭만버스킹’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 전남 여수시 해양공원에서 열리는 ‘여수밤바다 낭만버스킹’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지난달 26~28일 충북 청주 내수읍 초정행궁에서 열린 농촌마당극잔치에서 청주시민 등이 대전극단 우금치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지난달 26~28일 충북 청주 내수읍 초정행궁에서 열린 농촌마당극잔치에서 청주시민 등이 대전극단 우금치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지난달 26~28일 밤 충북 청주 초정행궁 야외 마당에선 전국의 내로라하는 극단이 참여한 농촌마당극잔치가 열려 주변 농민·시민 관객 등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잔치를 기획한 김창곤 예술공장 두레 기획 단원은 “보다 많은 관객에게 공연 선물을 하려고 야간 공연을 한다.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도 밤 공연이 집중이 더 잘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박임근 정대하 손지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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