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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필진] 철원, 강원도 맞아?

등록 2007-03-20 15:43수정 2007-03-20 15:58

철원 동쪽 복주산에 새벽이 열린다. ⓒ 필진네트워크 아
철원 동쪽 복주산에 새벽이 열린다. ⓒ 필진네트워크 아
강원도 철원은 워낙 볼 것이 많고, 조용히 쉴 수가 있어 애용하는 여행지다. 그런데 가끔 왜 강원도일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겸재 정선이 금강산 여행길에 진경 산수화를 그렸다는 삼부연 폭포 ⓒ 필진네트워크 아
겸재 정선이 금강산 여행길에 진경 산수화를 그렸다는 삼부연 폭포 ⓒ 필진네트워크 아

경기도 연천과 포천 바로 옆에 강원도 철원이 자리한다. 하지만 생활권으로는 춘천보다 경기도 의정부나 포천을 더 많이 이용한다. 실제 취직을 할 경우에도 의정부나 포천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강원도 본토와는 한북정맥이라는 큰 산줄기가 가로막아 춘천 쪽으로의 출입이 어렵지만, 경기도 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철원이 경기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도선이 1500 불자의 정성으로 건립했다는 도피안사 ⓒ 필진네트워크 아
도선이 1500 불자의 정성으로 건립했다는 도피안사 ⓒ 필진네트워크 아

철원은 산들이 겹겹이 둘러싼 너른 벌판이 있기에 도시건설과 군사적 방어막 구축에 효과적인 땅이다. 하여 일찍이 후삼국의 궁예는 철원을 도성으로 정하고 태봉국을 세웠을 것이다. 의로운 도적 임꺽정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철원은 안보와 통일의 도시라 일컬어 진다. 상반되는 두 개념 속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희망이 엿보인다. 바야흐로 안보의 시대는 가고, 통일의 미래가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는 요즘이니 말이다. 그래서 일까? [철원이 왜 강원도 이어야 하는가?]라는 해답을 찾았다. 그래서 그런지 철원을 가면 괜히 특별함을 느끼게 된다.

도피안사 철불(비로자나불,국보 63호) ⓒ 필진네트워크 아
도피안사 철불(비로자나불,국보 63호) ⓒ 필진네트워크 아

원래 경기도였던 철원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에 강원도로 편재되었다. 강원도가 워낙 평야가 부족하다 보니, 주민생활 등을 고려하여 결정했으리라. 지금도 철원오대미가 꽤 유명하고, 쌀 생산량이 강원도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옛 철원의 대부분은(75%) 북녘에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우리가 알았던 철원은 실재의 25%에 불과했던 것이다. 철원이 둘로 쪼개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기도로 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다.


화개산 도피안사 삼층석탑 (보물 223호) ⓒ 필진네트워크 아
화개산 도피안사 삼층석탑 (보물 223호) ⓒ 필진네트워크 아

철원은 한반도에서 가장 젊은 땅인 동시에, 지질학적으로 남북을 나누는 추가령 구조곡에 해당한다. 하여 예로부터 함경도나 금강산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또한 경원선이 뚫리면서 강원도에서는 최초로 열차역이 세워진 곳이다. 교통이 발달하면 사람과 물류가 모이고, 사람과 물산이 모이면 돈이 돈다. 돈이 흐르면 도시도 흥청거리게 된다. 이 성장잠재력, 그 잠재력을 철원은 오늘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경기도로 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다.

철원에 뜬 보름달 ⓒ 필진네트워크 아
철원에 뜬 보름달 ⓒ 필진네트워크 아

한국전쟁 때 미군기에 의해 폐허가 된 철원은 변방의 낙후한 군사도시로 각인되어 왔다. 경기도로 환원 되었으면 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생각에 불과하게 되었다. 나머지 3/4과 합쳐질 통일 철원을 상상해 보자. 누가 경기도 부럽다 하겠는가?

직탕폭포 ⓒ 필진네트워크 아
직탕폭포 ⓒ 필진네트워크 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새삼 떠오르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실패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어느 교수의 발언 말이다. 물론 일반 민주주의를 이야기했을 것이고, 양극화를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분단을 인정하는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얘기이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희망 때문에, 역사를 5년이 아니라 50년쯤 후퇴시킬, 분단세력의 등장을 받아들이기가 내심 싫다.노무현의 실패가 밉지만, 다른 희망을 전진시키기 위하여, 저들의 집권을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철원이 왜 강원도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분단적 사고가 한나라당의 집권도 민주주의라 착각하게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다.

계곡 아래로 한탄강이 도도히 흐른다.(고석정 일대) ⓒ 필진네트워크 아
계곡 아래로 한탄강이 도도히 흐른다.(고석정 일대) ⓒ 필진네트워크 아

오늘도 한탄강은 북녘의 물을 싣고, 땅밑 계곡을 너울대며, 서해로 도도히 흐른다. 언젠가 기여코 되찾을 영화로운 철원 제국의 꿈을 꾸며 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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