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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사진으로 보는 가을산 풍경 열 장면

등록 2016-10-20 14:35수정 2016-10-20 14:54

<한겨레> 여행전문기자가 지난 10년 동안 찾은 우리 산 10곳
가을 날씨가 청명합니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설악산에는 10만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설악의 가을 풍경을 즐겼다고 합니다. <한겨레>가 절정의 단풍을 맞아 이병학 여행전문기자가 지난 10년 동안 지면에 소개한 국내 여행지 가운데 산지를 중심으로 10곳을 꼽아봤습니다. 풍경과 함께 전하는 이병학 기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현재 시점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같이 눈으로라도 단풍 놀이를 떠나보아요.

1. 외설악 천불동 나무들의 화려한 축제 (강원 속초시)

속초 설악동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천불동 골짜기를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속초 설악동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천불동 골짜기를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단풍 하면 설악산, 설악산 하면 천불동 계곡이죠.” 속초 설악동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한 구간인 천불동 골짜기는 외설악의 대표적인 바위골짜기다. 설악동에서 만난 해설사의 말마따나, 숱한 바위봉우리와 어우러진 단풍이 아름다워 해마다 단풍철이면 몰린 인파로 줄을 서서 산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가을 산길 걷는 맛은 앉아 쉬는 맛이다. 붉은 마음 노란 마음 한 장씩 털어내며 뒤돌아보는 맛이다. 산 빛깔 요란하고 물소리 소란해도, 굽이쳐온 길 돌아보면 모두 산그림자에 잠겨 고요하다. 산모퉁이마다 산꾼들은 쉬고 돌아보며 마음을 비운다. 선인들 발자국 같은 잎들이 무르녹은 산길이면서, 지금 한창 가을빛에 물든 청량한 숲길이다. 한 곳은 이름나고 붐비는 바윗길이고, 한 곳은 덜 이름나고 조용한 흙길이다. 두 길 모두 걷다가 앉아 쉬며 뒤돌아보기 좋은 바위들이 물가에 널려 있다. 깊고 험한 바위골짜기지만, 곳곳에 철계단·돌계단이 설치돼 있어 큰 부담 없이 외설악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설악동~비선대~귀면암~양폭대피소~천당폭포 구간이다. 7㎞, 왕복 6시간 소요.

▶관련 기사 : 낙엽길 따라가는 붉노란 가을 자취

2. 장흥의 자랑, 억불산과 사자산 (전남 장흥군 억불산, 사자산)

장흥 억불산 편백숲. 장흥/이병학 선임기자
장흥 억불산 편백숲. 장흥/이병학 선임기자

장흥엔 주민들이 자랑하고 싶어하는 아담한 산 둘이 있다. 장흥 읍내나 주변 마을 어디서든 바라다보이는 억불산(517m)과 사자산(667m)이다. 산자락이 온통 편백·삼나무로 덮인 억불산도, 산세가 엎드린 사자를 닮은 사자산도 주민들이 아끼는 주말 휴식처요 산행코스다. 두 산 정상의 조망도 빼어나 장흥 읍내와 멀리 득량만 앞바다 섬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억불산 이름은, 산에 부처를 닮은 기암괴석들이 무수히 많은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산 중턱의 며느리바위 전설에서 나온 ‘억부’(지아비를 기억한다는 뜻)산이 변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 억불산의 보배는 빽빽한 편백나무와 삼나무숲이다. 장흥의 조림가 손석연(1918~1997)씨가 1958년부터 심기 시작해, 무려 47만 그루의 편백·삼나무를 심고 가꾸며 120㏊의 헐벗었던 산자락을 울창한 숲으로 바꿔놓았다.

사자산은 이름 그대로 장흥 읍내를 향해 엎드린 사자를 닮았다. 산세가 ‘임금 제’ 자를 쓰는 제암산을 둘러싼 병풍 모습이라 해서 ‘어병산’, 임금(제암)의 스승이 되는 산이라 하여 사제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사자산 정상은 머리(570m) 쪽이 아닌 엉덩이(667m) 쪽이다. 두 지점과 능선 등 어디에서든 조망이 좋다. 사자의 어깨 뒤 능선 해발 535m의 탁 트인 지점에 봄~가을 패러글라이더들이 이륙에 나서는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 밑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관련 기사 : 편백숲서 ‘해원’ 돌담길 따라 ‘기원’

3. 절벽 끝 석탑 아찔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

비슬산(1084m) 대견사 앞 바위 끝에 세워진 3층석탑. 대구/이병학 선임기자
비슬산(1084m) 대견사 앞 바위 끝에 세워진 3층석탑. 대구/이병학 선임기자

비슬산(1084m)은 바위 너덜지대가 발달한 산이다. 1만~10만년 전 빙하기에 형성된 암괴류(커다란 바위 무리)가 산비탈 곳곳에 흘러내려 쌓여 있다. 2㎞에 걸쳐 여러 갈래로 내리뻗은 암괴류 모습이 마치 강물 같다 해서 ‘돌강’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돌강 좌우도 바위절벽 위아래도 한창 신록이 피어오르고 있다.

절벽 끝에 우뚝 선 석탑이 비슬산 풍경 중의 압권이다. 본디 9층 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지만, 주변에 흩어진 탑재를 모아 세운 현재 모습은 3층 석탑이다. 이 석탑은 멀리서 바라볼 때 돋보인다. 탑은 아름다우나, 2014년 ‘복원’했다는 대견사는 호화로워서 오히려 볼품이 없다. 나루터 옆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지점의 달성습지 풍경도 아름답다.

▶관련 기사 : 절벽 끝 석탑 아찔…뒤엔 분홍 진달래밭 어찔

4. 옛길·마을길 이어 만든 143㎞ 소백산자락길 (경북 영주시 소백산)

등산객들이 ’소백산자락길’을 걷고 있다. 영주/이병학 선임기자
등산객들이 ’소백산자락길’을 걷고 있다. 영주/이병학 선임기자

소백산자락길은 소백산(1439.5m) 둘레에 접한 영주·단양·영월(일부 구간)·봉화(일부 구간) 지역의 옛길·마을길을 찾아 이어 산자락에 조성한 143㎞ 길이의 생태·문화 탐방로다. 12구간(자락)으로 나뉜다. “고문헌을 뒤지고 어르신들 말씀을 참조해 옛길을 찾아 이었다”고 한다. 숲길 경치 빼어나고 역사·문화유산이 풍부한 탐방로로, ‘2011년 한국관광의 별’(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관)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오솔길에 쌓인 낙엽 두툼하고, 이야깃거리도 두툼하다는 제12자락길(좌석리~배점리 8㎞, 3시간 소요)을 걸으며 초겨울 숲길의 정취를 만끽했다.

커다란 바위가 굴러 내려와 마을에 자리잡은 데서 유래했다는 좌석리(좌석2교)에서 자작재로 오르는 길은 내내 짙은 물소리와 함께하는 산길이다. 내성천 상류인 사천의 한 지류 물길이다. 마지막 이파리까지 버린 나무들이, 푹신한 낙엽길에 저마다 긴 그림자들을 드리웠다. 자작재(자재기고개)는 자작나무가 많았던 데서 유래했다.

자작재 넘어 두레골(두여골·두내골)로 내려가면 장안사가 나온다. 절 못미처 길가에 작은 컨테이너박스가 있다. 탐방객들이 필요한 물과 과일, 간식 등을 진열해 놓고 사람 없이 운영하는 무인가게다. 사과를 하나 사들고 깨무니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관련 기사 : 다 비워 담담한 초겨울 산길 따라 옛이야기 ‘빼곡’

5. 머물고 싶은 아늑한 숲길이 서울 한복판에 (서울시 인왕산)

서울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 인근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서울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 인근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도심속 비밀 정원’, ‘서울 도심의 청정 생태계곡’…. 서울 인왕산 자락 부암동의 백사실(백석동천·백석실) 계곡을 일컫는 말들이다.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의 첫마디도 대개 “서울 복판에 이런 데가 다 있었네!”다. 이 짧고 깊은 골짜기는 메마른 도심 속에서 도드라지게 빛나는 청정 샘터임에 틀림없다. 백악산(북악산의 옛지명)에서 유래한 지명(백석동천·백석실)이 변해 백사실로 불리는 이곳은 1968년 무장간첩 침투사건 이래 군사지역으로 묶여 출입이 통제됐다가 2006년에야 일반에 개방됐다.

응선사 쪽 입구부터 하류 현통사까지 길이 500m가량의 짧은 골짜기지만 숲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비 오면 빗소리에, 비 그치면 물소리에 귀와 턱을 맡겨두고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숲이다. 참나무·느티나무·소나무·밤나무들 우거진 숲길 따라 끊이지 않는 탐방객들 인기척 사이로 청량한 바람소리와 새소리도 쉬지 않고 오고 간다.

백사실계곡 주변엔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7022, 7212, 1020 등 버스를 타고 창의문에서 내려 백사실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창의문~응선사 20분 거리. 백사실계곡 산책과 함께 세검정초등학교 안의 ‘장의사 당간지주’, 인조반정 뒤 칼을 씻은 곳이라는 세검정, 흥선대원군 별서였던 석파정(서울미술관), 현진건 집터 등 신영동·부암동 역사·문화 도보탐방을 해볼 만하다. 창의문~백사실~세검정~석파정~현진건 집터~창의문 약 3시간30분.

▶관련 기사 : 머물고 싶은 아늑한 숲길이 서울 한복판에

6. 단풍보다 진한 가을본색 억새 산행 (경기 양평군 마유산(유명산))

억새가 능선 위 산비탈을 따라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양평/이병학 선임기자
억새가 능선 위 산비탈을 따라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양평/이병학 선임기자

단풍이 한바탕 불타오르고 사그라질 무렵, 비로소 억새 무리는 능선으로 산비탈로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마유산 억새밭은 산 정상에서 좀 떨어진 남쪽 자락 경사면에 흩어져 있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그 흔한 억새 축제도 없이, 정돈되지 않은 산자락에 흩뿌려놓은 듯 자라는 억새들이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산의 산행 코스는 대략 세 가지다. 산 북쪽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서 짧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긴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휴양림 코스(3시간30분), 산 서쪽의 고개인 농다치나 선어치(서너치)에서 소구니산(800m)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3시간30분), 산 동남쪽 배너미재(배내미재·600m)에서 완만한 임도를 따라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거쳐 정상에 다녀오는 코스(3시간) 등이다.

억새밭을 둘러보기 위한 산행이라면, 설매재자연휴양림 쪽으로 올라 배너미재 주변에 차를 대고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길로 걸어오르면 된다. 마유산 정상까지는 3.5㎞쯤 되지만, 2㎞쯤부터 억새밭이 펼쳐진다.

▶관련 기사 : 단풍보다 진한 가을본색 억새 산행

7. 산꼭대기 오르면 북녘땅이 코앞에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화개산)

화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강화/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화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강화/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인천 강화군 교동도는 실향민들의 땅이다. 한국전쟁 전까지 황해도 연백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 가던 섬이었다. “전쟁 끝나면 돌아가려고 잠시 머물다”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 2014년 7월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에 교동대교가 개통돼 여행자들의 발길이 더 잦아졌다. 교동도 가운데 위치한 교동면사무소에서 화개산 정상까지 45분 걸린다. 면사무소 옆으로 오르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걸으면 풍물시장 위쪽을 지나 화개산 등산로 입구를 만난다. 산길 옆에서 연산군 유배지와 조선시대 한증막도 만날 수 있다. 완만한 길을 잠시 오르면 약수터와 효자묘 거쳐 정상에 이른다. 실향민들이 찾아와 북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곳이다. 북녘땅을 살필 수 있는 망원경도 한대 세워져 있다. 망원경이 아니더라도, 폭이 3㎞ 남짓이라는 물길 건너편의 북한지역 마을이 또렷이 눈에 들어온다.

▶관련 기사 : 산꼭대기 오르면 북녘땅이 코앞에

8. 상록수와 피톤치드 들어찬 경남 고성 갈모봉 편백나무 숲길 (경남 고성군 삼산면)

경남 고성군 편백나무 숲길 양 옆으로 20~30㎝ 굵기의 편백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성/이병학 선임기자
경남 고성군 편백나무 숲길 양 옆으로 20~30㎝ 굵기의 편백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성/이병학 선임기자

경남 고성읍과 삼산면 사이 갈모봉(367m) 산자락 60여㏊에 1970년대 전후로 심어진 20~30㎝ 굵기의 편백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고성 출신 임업인 윤영학(66)씨가 산을 사들여 ‘나무 한 그루 베면 두 그루를 심는다’는 정성으로 숲을 일궜다고 한다. 일부 삼나무도 있으나 90% 정도가 편백나무다. 국내 대표적 편백숲인 전남 장성 축령산의 나무들에 비하면 연륜이 짧지만, 울창하고 아름답고 향기롭기는 마찬가지다.

갈모봉 편백숲의 가장 큰 매력은 산자락과 등산로 곳곳에 일직선으로, 또는 굽이치는 오솔길을 이루며 뻗어 있는 편백나무 숲터널이다. 끝없이 도열한 곧고 붉은 기둥들이, 어깨에 사철 푸른 외투를 걸치고 발치엔 부드러운 낙엽더미를 쌓아두어 탐방객들의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마에 부딪는 청량한 바람도, 가슴 깊이 맘먹은 대로 드나드는 맑은 공기도 진한 편백향을 품었다. 지금 이 숲터널엔 초겨울 햇살이 앞다퉈 스며들어 탐방객들의 발끝을 밝히고 있다.

▶관련 기사 : 푸른 외투 입고 그윽한 향에 취해볼까

9.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산책길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제주도 한라산 북동쪽 기슭에 위치한 &#4352;&#4453;&#4358;&#4462;&#4523;&#4363;&#4457;&#4357;&#4467;&#4535;. 제주/&#4361;&#4454;&#4352;&#4456;&#4363;&#4466;&#4361;&#4449;&#4523;&#4363;&#4455;&#4523;&#4352;&#4462;&#4363;&#4463;&#4523;&#4364;&#4454;&#4352;&#4457;&#4540; 제주
제주도 한라산 북동쪽 기슭에 위치한 거문오름. 제주/세계유산연구원제공 제주

제주도는 오름의 나라다. 오름이란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368개에 이르는 오름들이 한라산 주변에 깔려 있다. 거문오름은 한라산 북동쪽 기슭에 솟았다. 제주의 오름동호회들에도 속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베일 속의 오름이다. 주민들 사이에 옛날부터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이랬던 거문오름이 지난 7~8월 탐방로를 만들고 국제트레킹 행사를 열면서 그 속살을 드러냈다. 두 달간 공개하고 탐방로를 다시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탐방객들이 몰려들면서 예약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거문오름은 오름의 대표적인 특성을 고루 갖췄다. 말굽형 모습에다 분지형 분화구, 알봉, 용암유출로, 자연동굴 등이 함께 있다. 그 사이로 숯가마터, 움막터, 잣담(돌담) 등 주민들이 살던 흔적과 갱도진지·숙영지터 등 일본군 주둔 흔적들이 생생하다.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을 보여주는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숲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거문오름 숲길 탐방은 주민의 삶과 역사, 지질·식생의 가치와 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여정이 된다. 70년대에 심은 삼나무가 이룬 울창한 숲을 시작으로, 잎지는넓은잎나무(낙엽활엽수)·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덩굴식물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5㎞에 이르는 숲길이다. 어둡고 음침한 냉기가 지배하는 숲길이다. 숲도 검고 흙과 돌이 깔린 바닥도 검다.

분출된 엄청난 양의 용암이 바다 쪽으로 흘러내려가며 만든 용암 유출로는 곶자왈(숲이 우거진 돌밭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검은 돌무더기 사이로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식나무·붓순나무 무리를 비롯해 붉가시나무·센달나무·개서어나무·때죽나무·덩굴수국·동백나무 등 온갖 수종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져 있다. 붓순나무는 탈 때 연기가 적어 4·3 항쟁 당시 주민들이 숨어 살며 땔감으로 썼다는 나무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자연 그대로의 탐방로라는 점이 거문오름 숲길의 매력이다.

▶관련 기사 : 빠져나올 수 없다, 이 어둡고 검은 매혹

10. 깊은 산 속 온천탕 신선놀음 (경북 울진군 백암산)

백암산은 울진군과 영양군 사이에 솟은 높이 1004m의 산이다. 울진 영양/이병학 선임기자
백암산은 울진군과 영양군 사이에 솟은 높이 1004m의 산이다. 울진 영양/이병학 선임기자

백암산은 울진군과 영양군 사이에 솟은 높이 1004m의 산이다. 정상 주위는 바윗자락과 급사면이지만, 백암온천 쪽 중산간 기슭은 소나무들이 빽빽한 완만한 오솔길이어서 부담 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까지는 8㎞, 왕복 4~5시간 걸리는 본격 등산길이다. 그러나 4㎞ 거리에 있는 백암폭포까지는 완만한 오솔길, 1시간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물길도 없는 짧은 산길이지만 솔향 진동하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나무숲은 오를수록 빽빽해지고, 솔잎 깔린 산길은 걸을수록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대개 지름 20㎝ 안팎의 소나무들이지만, 곳곳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진한 솔향을 내뿜으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큰 소나무 밑동에선 커다란 ‘V’자형 홈을 볼 수 있다. 송진 채취 흔적들이다.

백암폭포 골짜기가 가까워지면 바위 무리가 자주 보인다. 흰 밧줄을 따라 바윗길을 오르면 이른바 백암폭포가 나타난다. 말이 폭포지 물이 말라 수량은 아주 적다. 가로로 겹겹이 층을 이룬 거대한 바위절벽(높이 40m)에 가는 물줄기들이 간신히 걸려 있다.

▶관련 기사 : 깊은 산 속 온천탕 신선놀음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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