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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겉절이 같은 ‘햇와인’을 마셔보자

등록 2019-11-09 09:31수정 2019-11-09 09:33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14. 11월엔 보졸레 누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1월은 보졸레 누보지!”

와인도 잘 모르고, 돈도 없던 대학생 시절. 그래도 11월이면 꼬박꼬박 보졸레 누보를 마셨다. 인기가 많은 보졸레 누보는 품절이 되어서 구할 수 없다는 말도 전해 듣고는 출시 전에 예약을 해놓기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보졸레 누보를 마신 이유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대학생인 나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보졸레 누보가 맛있다는 느낌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매년 보졸레 누보를 마셨다.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었고,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와인을 마시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나 자신이 와인 맛을 아는 멋진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좋았다.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의 ‘보졸레’는 프랑스의 대표 포도주 산지인 부르고뉴의 최남단 부근에 있는 포도주 산지의 이름이고, ‘누보’는 새롭다는 의미다. 즉 보졸레의 새로운 와인이란 의미다.

‘가메’라는 품종의 포도를 9~10월에 수확해서 만드는 와인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출시된다. 수확한 해에 바로 마실 수 있는 ‘햇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보졸레 누보는 수확 후 6~8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병에서 숙성되기 때문에 과일향이 느껴지며 거친 타닌의 느낌이 적어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다른 레드 와인(적포도주)보다는 조금 더 차가운 약 13도 정도의 온도에서 마시면 좋다.

한때 국내에서 전성기를 맞았던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예전 같진 않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출시날에 맞춰 각종 파티나 이벤트가 줄을 이었고, 예약 판매만으로도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그렇게 정점을 찍었던 보졸레 누보는 2008년 이후부터 국내에서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보졸레 누보는 포도주 특유의 숙성된 맛을 내기보다는 그저 이벤트를 위한 와인 정도라는 인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원래 보졸레 누보는 태생 자체가 오래 두고 마셔야 더 맛있는 다른 포도주와 달리 3개월 안에 마셔야 하는 햇와인이다. 김치로 비유하자면 겉절이 같은 와인인 것이다. 겉절이를 오래 숙성시킨 김치와 비교할 수 없듯 보졸레 누보도 겉절이 같은 매력이 있다. 게다가 음식과 궁합도 잘 맞는다. 특히 와인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매콤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곧 보졸레 누보의 날이 다가온다. 와인을 마실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대학생은 어느덧 와인에 대한 글도 쓰는 술꾼이 됐지만, 11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보졸레 누보를 마시던 나만의 연말 행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올 한해, 좋은 와인 마시며 즐겁게 잘 보냈구나 하면서 짠! 내년에도 와인 많이 마실 수 있게 더 건강해지자 하고 짠!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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