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뇌병변 장애가 있는 지환(가명·6)이가 아빠를 보며 웃고 있다. 지환이 가족 제공
“평상시엔 웃질 않고 무표정으로 멍하게 있는 아이인데,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은지 아이가 갑자기 웃더라고요. 워낙 흔치 않은 일이라 급하게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지환(가명·6)이 아빠(42)가 웃으며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 할머니, 아빠와 함께 사는 지환이는 희귀 난치성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갖고 있다. 뇌전증과 뇌병변 장애로 폐의 절반이 제 기능을 못해 혼자 숨 쉬는 것이 버거운 아이는 아버지와 할머니 도움이 있어야 겨우 몸을 가누고,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6살이지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웃는 걸 보고 아빠는 얼른 사진부터 남겼다고 한다.
지환이 가족은 지난 5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보도 뒤 모인 후원금 2천만원으로 하루하루 힘을 내고 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인공호흡기, 영양분 섭취를 위해 배에 꽂은 위루관과 갖가지 약물까지 지환이에게 필요한 의료기기와 생필품 수는 하루하루 늘어간다. 그만큼 가족들의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잦은 경련으로 목에 가래가 차 이를 흡입할 석션을 매일 하는데, 석션기에 달린 호스가 일회용이라 자주 교체해줘야 하고, 갖가지 의료기기 대여와 영양식 구입비 등 치료와 생활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데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아빠는 “(지환이가) 늘상 쓰는 소모품이 꽤 많다. 아이가 직접 식사를 못하고 위루관으로 영양식을 섭취하니 영양분이 부족한데 (이번에) 비타민과 철분제도 구비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엔 지환이가 새로운 경련 반응을 보여 약을 추가했는데, 그 뒤로 무호흡증을 보이거나 갑자기 코피를 쏟기도 해 가슴을 쓸어내린 일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기도 절개 수술을 권장했지만, 작은 아이가 버티기엔 큰 수술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아빠는 새해가 되면 지환이와 하고 싶은 일들을 꼽아본다. “내년에는 지환이 채활치료를 다니고 싶어요. 일을 하느라 시간을 내는 게 어렵지만, (아이) 팔·다리가 굳어가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라도…그렇게라도 바깥에 나가면 아이 바람도 좀 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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