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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국산 고성능차 이번엔 먹힐까…지는 스팅어, 샛별 아반떼N

등록 2021-08-05 15:22수정 2021-08-06 02:50

‘스팅어’와 ‘아반떼N’ 번갈아 타보니
기아 스팅어 앞모습
기아 스팅어 앞모습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불거진 기아 ‘스팅어’ 단종설이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쳤다. 이 관계자는 “스팅어는 지금도 팔리는 차여서 단종을 말하기 이르다”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단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단종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건 스팅어 같은 국산 고성능 차의 인기가 낮아서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스팅어 내수 판매량은 출시 연도인 2017년 6122대에서 지난해 3525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1∼6월엔 1854대가 팔렸다. 고성능 차는 엔진 힘과 가속력, 코너링, 제동 등 주행 성능이 일반 자동차보다 나은 차를 말한다.

■ 스팅어, 준대형에 밀려 기대 못 미친 실적

출시 당시 엘란, 슈마, 포르테 쿱, K3 쿱 등 기아의 펀카(운전이 재밌는 차) 명맥을 잇는 자동차로 주목받고, 소유주 사이에선 ‘저평가된 차’라는 호평을 듣는 스팅어를 타고 지난 3일 400km가량을 달려봤다. 시승 차는 배기량 2497cc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고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친 4983만원짜리 사륜구동 차량이다.

한나절 스팅어를 몰아본 총평은 주행 성능 측면에선 아쉬움이 없는 자동차라는 점이다. 고속 주행 때 안정감과 급차선 변경 후 신속한 자세 잡기, 코너에서 상대적으로 덜한 쏠림 등 구동과 조향이 인상적이다.

물론 터보 엔진이라 가속 페달을 꾹 밟았을 때 차가 튀어 나가는 듯한 초반 가속감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엔진 분당 회전수(RPM)가 2천 이하인 구간에서도 정숙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엔진 힘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빨간색 브렘보 캘리퍼를 장착한 제동도 안정적이다.

기아 스팅어 뒷모습. 자동차 뒤쪽 지붕에서 적재함(트렁크) 끝까지 곧게 이어지는 패스트백 모양이자 적재함이 자동차 실내와 연결된 해치백 형태여서 적재함 문도 일반 승용차와 다르게 열린다.
기아 스팅어 뒷모습. 자동차 뒤쪽 지붕에서 적재함(트렁크) 끝까지 곧게 이어지는 패스트백 모양이자 적재함이 자동차 실내와 연결된 해치백 형태여서 적재함 문도 일반 승용차와 다르게 열린다.
같은 급의 국산 중형차 중엔 이 정도 주행감을 주는 차를 찾기 어려울 듯하다. 그런데 왜 팔리지 않는 걸까? 자동차 전문가인 곽창재 앨빈모건 실장은 “기아라는 브랜드 가치가 가격이 비슷한 제네시스나 수입차 등보다 떨어지고, 국내에선 인기가 낮은 해치백 차량이라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팅어 가격은 4천만∼5천만원대로, 이 금액이면 국산 차 중엔 제네시스 G70, 수입 차 중에는 베엠베(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을 살 수 있다.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그랜저, K8 등 안락한 준대형 승용차도 경쟁 차종이다. 이에 반해 스팅어는 차 높이가 낮아 주행 중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일반 중형차보다 더 많이 느껴지고, 뒷자리나 차량 실내 수납공간도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연비 역시 도심 8km/ℓ 내외, 고속도로 12∼14km/ℓ 남짓으로 낮은 편이다. 가격과 제조사 브랜드, 소비자 선호 측면에서 다소 모호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다.

스팅어는 한국보다 외려 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차다. 스팅어의 국외 누적 판매량은 8만6618대로 경쟁차인 제네시스 G70(3만9184대)보다 2배 이상 많다. 국내에선 G70이 스팅어보다 2배 넘게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 아반테N, ‘그래봤자 아반떼’ 편견 극복이 과제

기아 스팅어가 ‘국산 고성능 차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라면,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아반떼N’은 그 벽에 도전하는 또다른 자동차다.

현대차 아반떼N 앞모습
현대차 아반떼N 앞모습
이날 강원도 인제 자동차 경주장과 근처 도로에서 타본 3697만원짜리 아반떼N은 고성능 차를 목표로 했으면서도, 주먹이 2개 이상 들어가는 넉넉한 뒷좌석 무릎 공간, 직전에 출시한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N보다 개선된 승차감 등 일상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다는 가성비 차라는 점을 앞세웠다.

실제 경주장에서 달릴 땐 가격이 4천만원 미만인 준중형차를 타고 고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운전대를 과감하게 틀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동차의 성능을 향한 신뢰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차체가 바깥쪽으로 기울며 안쪽 바퀴가 미끄러지는 걸 막는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 등 주행 보조 기능을 대거 집어넣은 결과다. 국내 제조사도 수입차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다 성능은 그에 못지않은 펀카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다만 운전석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고 통풍 시트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편의 장비가 빠져있는 건 아쉽다 .

이번엔 성공할까?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은 큰 편이다. 다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평가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주행 성능과 거주성, 쾌적성을 함께 잡은 전기차의 가격 인하 경쟁도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그래봤자 아반떼’라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자동차 전문 유튜버 등 마니아들의 호평 속에 최근 출시한 고성능 차 코나N의 지난 6∼7월 국내 누적 판매량도 아직 28대에 그친다.

현대차 아반떼N 뒷모습. 적재함(트렁크) 안으로 차체 강성을 높여 비틀림을 막고 코너를 돌 때 쏠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빨간색 스트럿바가 보인다.
현대차 아반떼N 뒷모습. 적재함(트렁크) 안으로 차체 강성을 높여 비틀림을 막고 코너를 돌 때 쏠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빨간색 스트럿바가 보인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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