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지난 7월 프랑스 르노 본사와 중국 지리차가 맺은 업무 협약(MOU)에 따라 링크앤코와 서로 여러 가지 기회를 탐색 중”이라며 “링크앤코 쪽과 전기차 신차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링크앤코와 공동 개발하는 차량으로 전기차가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시뇨라 사장은 6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2022년형 SM6 시승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나 “내년에 우선 XM3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에 출시한 뒤 다음 단계로 링크앤코와 협력 차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르노삼성차 최대 주주인 프랑스 르노그룹은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인 지리차와 친환경 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르노삼성이 지리차·스웨덴 볼보의 합작사인 링크앤코와 한국 시장에서 판매할 친환경 차를 함께 개발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공동 개발키로 한 친환경차가 전기차인지는 그간 명확하지 않았다.
양쪽이 개발하는 전기차 신차는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지난해 SM3 전기차를 단종하며 친환경 차 전환을 맞아 생산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졌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르노 조에는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트위지는 협력사인 동신모텍이 수탁 생산하는 차량이다. 르노삼성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력으로 만드는 링크앤코와 손잡고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부산 공장의 일감 감소 우려를 해소하는 단비가 될 수 있다.
시뇨라 사장은 다만 “현재로선 신차를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으로 개발할지 등이 결정된 건 없다”며 “링크앤코와의 협업 논의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보유한 삼성카드가 최근 주식 매각에 나선 것을 두고 “지분 매각 배경은 모르지만 여전히 삼성과 논의 중”이라며 “현재 국내 출시 차량에 사용 중인 ‘태풍의 눈’ 엠블럼(로고)은 (삼성 쪽 지분 매각과 무관하게)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 쪽 지분 매각 이후 르노삼성이 르노 엠블럼으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 바 있다. 자동차 업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해선 “르노 본사의 지원 덕분에 최근에도 공장 가동 중단 없이 수급 차질을 덜 빚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이날 시승 행사를 가진 르노삼성의 중형 승용차 SM6는 국내에 지난 2016년 출시해 한차례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친 연식 변경 차량이다. 자동차 안에서 주유소와 편의점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기능과 긴급 구조 서비스 등을 추가했다. 단순 연식 변경 차량의 시승회를 별도로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뇨라 사장은 “SM6는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좋은 차인데도 소비자 인식이 낮은 게 아쉬워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SM6 뒷좌석의 경우 최적의 기술과 세팅을 조합해 현대차 쏘나타보다도 훨씬 나은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SM6는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뒤쪽 현가장치(서스펜션)에 좌우 바퀴를 철제 빔 하나로 연결하는 토션 빔 방식을 적용해 출시 초기 승차감이 나쁘다는 논란을 낳았다. 김태준 르노삼성차 영업·마케팅본부장은 “완전 변경 신차가 아닌데도 소비자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승차감과 엔진 성능 등을 꾸준히 개선해온 차는 SM6 외엔 드물다”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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