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코리아 누리집 캡처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7월 출시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티구안’의 강점은 가격이다.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치며 종전 모델보다 가격을 최대 240만원 인하해 4천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는 수입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티구안은 올해 7∼9월 석 달 새 국내 시장에서 1908대가 팔렸다. 8월 한 달에만 2.0 TDI 모델 820대가 팔려나가며 수입 SUV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뒷말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디젤(경유) 엔진을 탑재한 차량만 팔아서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티구안은 디젤뿐 아니라 TSI 가솔린(휘발유) 엔진을 얹은 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외부에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차) 등 유형이 다양하다.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디젤 엔진 재고를 한국에 떨이로 판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른 쪽에서는 환경 규제를 이유로 든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휘발유·가스차의 배출가스 측정 방식은 미국 기준(CVS-75)을 따르고, 경유차엔 유럽 기준(WLTC)을 적용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유럽에서 생산한 티구안을 한국에 들여오는데, 유럽 기준에 맞춰 이미 인증받은 디젤차를 국내에서 팔면 인증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는 거다 .
회사 쪽은 “현재 유럽에서도 티구안 디젤 차량을 팔고 있고 내년엔 한국 시장에 가솔린 차인 티구안 7인승 올스페이스와 대형 SUV 테라몬트, ID.4 전기차 등을 출시할 예정인 만큼 유독 한국에서만 디젤차를 판다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실제 차는 어떨까. 지난 21일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해 약 400km를 타봤다. 시승 차는 4159만원짜리 ‘2.0 TDI 프레스티지’ 차량이었다.
겉모습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각이 살아있는 차체가 단단해 보인다. 실내도 군더더기 없다. 운전석 위 머리 공간에 주먹 하나, 뒷좌석 무릎 공간엔 주먹 2개가량이 들어간다. 준중형차지만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차량 뒤쪽 적재함에 유모차나 접이식 휠체어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싣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 근처 수납공간이 크지 않다. 통풍 시트 기능도 없다.
시동을 걸면 디젤차 특유의 진동이 올라온다. 달릴 때 엔진음도 정숙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진동과 소음이 심하다고 느끼진 못했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2천 정도까지 올라가면 재깍재깍 기어를 바꾸며 엔진 소음을 억제하고 매끄럽게 속도를 높였다. 시승 중 엔진 힘이 부족하다고 체감하기 어려웠다. 승차감은 요즘 나오는 중형 승용차보다 단단하지만 불편하진 않다. 실연비는 15km/ℓ가량을 기록했다. 제원과 같다.
아쉬운 점은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 없다는 거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설정한 속도에 맞춰 차가 알아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가 차선을 벗어나려 할 때 막아주는 보조 기능만 작동한다.
이는 어댑티브 크루즈와 함께 활성화되는 ‘레인 어시스트’ 기능이 자동차가 차선의 가운데를 주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아니라, 이탈을 방지하고 차선을 넘어가려 할 땐 운전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대신 이 주행 보조 시스템의 설정 속도를 버튼 한 번만 눌러도 10km 단위로 변경할 수 있는 건 마음에 들었다. 티구안이 아닌 다른 차는 버튼을 꾹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승하는 동안 차에 전반적으로 불만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만큼 무난한 자동차라는 의미다. 높은 판매량은 여기에 수입차 프리미엄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쟁 차로는 옵션에 따라 가격이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기아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꼽아보고 싶다. 스포티지는 국산 차지만 실용성과 연비, 주행 성능 등이 티구안 못지않다. 둘 다 시승해보길 권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