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ㄱ사는 시중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얼마 전부터 매달 5천만원씩 자금 회수를 당하고 있다. 금융권이 내연기관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협력업체의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어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3일 자동차 부품 업계의 건의사항을 담은 대정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건의서 작성 전 총 세 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월14·25일에는 한국지엠(GM) 6개 협력사와 반월·시화공단 9개 부품사를, 2월8일에는 현대차·기아 9개 협력사를 만나 업체들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연합회는 부품사들이 당초 2021년 생산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은 반도체 부족 심화에 따라 완성차의 생산 회복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82개 상장사 연결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적자기업 수가 작년 1분기 18개에서 3분기 35개사로 증가했다.
부품사들은 시중은행의 자금 회수 조치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권이 엔진·트랜스미션 등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담보대출을 받았는데도 자금을 회수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부품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24시간 공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밝혔다. 또 미래차 기술에 맞는 투자와 인력 재편 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박 확보 어려움과 유류비 증가로 물류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연합회는 이런 부품사들의 건의사항을 모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벤처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해외투자를 심각히 고려하는 등 국내에서는 생존 자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임기 말이지만 현장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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