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대구,울산,광주 등 전국 자동차매매사업조합회 조합장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관에서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중고자동차 업계가 중고차 허위·미끼 매물 근절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의 진출을 허용할 게 아니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고차 거래 시장을 개선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 때까지 완성차 업체 진출을 최소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지난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회사들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연합회는 “중고차 업계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할 행위다. 대기업 진출로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 파괴로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장남해 연합회 회장은 기자회견 들머리 발언을 통해, 완성차 회사가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허위·미끼 매물이 근절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고차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중고차를 매개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일 뿐이다. 예를 들어, 사기범이 부동산으로 범죄 행각을 벌인다고 공인중개사를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매매 시장 정화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들은 허위 매물을 취급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런 범죄 집단은 정부가 상설 모니터링 기구를 만들어 발견 즉시 차단하고 고발 조치하는 등 강력한 단속 행위에 나서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의 시장독점적 지위도 중고차 업체들이 내놓는 반대 근거 중 하나다. 장 회장은 “신차 제조·판매에다 중고차 매매업과 중고차 수출, 폐차까지 더하게 된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점 공룡을 형성하게 된다.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의 잔존가치를 올리면 신차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 피해는 당연히 소비자와 기존 영세 사업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회는 중고차 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6개월·1만㎞ 이내 차량 품질보증 서비스 제공, 중고차 매매 공제조합 도입, 자체 통합민원 콜센터 운영, 중고차 전산체계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연합회는 “이들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3년간 완성차 회사 진출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 회장은 “지금 중고차 매매 업계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차 쪽과 자율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3년 정도만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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