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차체1 공장에서 로봇들이 차체 제작을 위한 용접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68년 동안 주인이 네 번 바뀐 회사가 있다.
법정관리만 이번이 두 번째다. 13년 전 전쟁 같은 파업을 겪었고, 구조조정으로 3천여명의 동료가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한 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불리던 쌍용자동차 이야기다.
지난 13일 오후 재매각을 앞둔 쌍용차의 경기도 평택 공장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쌍용차 쪽 제안으로 성사됐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땀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쌍용차는 오는 10월15일까지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이 추진된다. 만일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청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사전에 배포된 설명자료에는 그간 회사가 회생을 위해 노력해온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공장 외관은 쌍용차의 역사만큼이나 세월이 묻어났다. 공장 내부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거대한 로봇들이었다. 쉴 새 없이 관절을 움직여 부품을 옮기고, 불꽃을 튀기며 용접을 했다. 자동차의 뼈대를 만드는 차체 공장의 풍경이다. 이 라인에만 로봇 190대가 일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차체1팀 안종석 과장은 “용접, 공정 간 차체 이동은 100% 자동화, 볼팅(볼트를 조이는 작업)은 70% 자동화돼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조립1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 문을 조립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조립 공장으로 이동하고 나서야 작업자들이 보였다. 이동식 작업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차체에 빠른 손놀림으로 전장제품, 시트, 타이어, 도어 등을 조립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숨 쉬고 같이 먹고 같이 일한다”는 조립1팀 박진하 직장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 이후 직원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절실함을 느낀 거다. 장비나 설비 효율이 높아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누가 인수를 한다 해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7월부터 기술직 50%씩 2개조, 사무직 30%씩 3개조로 나눠 매월 순환 무급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장 투어를 마친 뒤에는 간담회가 마련됐다. 1988년 쌍용차에 입사한 차체1팀 김상원 공장은 강성 노조라는 말이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공장은 “아직도 기사에 강성노조 망해라 등의 댓글이 달린다. 2009년 이후 13년 간 파업을 안 했는데 왜 강성노조라고 비판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달 월급도 오늘 받았다. 급여가 연체돼도 불만 없이 다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제조사에서는 시도조차 못하는 전환 배치도 시행 중이다. 곽용섭 홍보팀장은 “다른 회사는 조합 반대로 전환 배치를 못하지만, 우리는 그때그때 물량에 맞춰 인력을 재배치하고 유연성 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제공
이날 예정에 없던 만남도 성사됐다. 그동안 회사 매각에 대한 언론 질의에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했던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선목래 위원장이다. 공장 내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선 위원장은 회사 매각과 관련해 “노사가 따로 없다는 부분을 항상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 계약이 파기된 에디슨모터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4차까지 실무협의를 했는데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특히 땅(평택 부지)에 대한 부분들만 보고 접근을 하다보니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쌍용차 평택 부지 26만평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개발 가치가 높다. 쌍용차 인수를 선언한 회사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큰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는 이유다.
다만, 부지를 개발해 낸 수익을 새 공장을 짓는 데 재투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조도 부지 문제를 인수협상 의제에서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선 위원장은 “에디슨모터스가 부지 문제를 워낙 띄워놔서 그걸 빼고는 얘기가 안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유승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방문했을 때 부지 이슈가 나온다면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쌍용차 공장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용도변경을 하려면 경기도의 승인이 필요하다. 선 위원장은 새 인수자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자금력과 기술력, 둘 중 하나는 부합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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