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회사 지리(Geely)자동차그룹이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02%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된다.
르노코리아는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계열 지리오토모빌홀딩스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현재 르노코리아 주식은 르노그룹이 80.04%, 삼성카드가 19.9%를 보유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는 신주를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리자동차그룹이 지분을 획득하면, 르노그룹과 삼성카드 지분은 각각 55%, 13%로 떨어지지만, 르노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스테판 드블레스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리자동차그룹의 이번 지분 참여 결정은 한국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와의 합작 모델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쪽은 지난 1월 한국에서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연구 개발해 2024년부터 선보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판매용은 물론 수출용 물량도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리자동차는 이번 협력에서 볼보의 소형차 플랫폼인 시엠에이(CMA)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분 참여는 두 회사의 협력을 더 공고히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리자동차그룹의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에 대해 “지리자동차그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전략의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한다. 지리자동차그룹은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내수용 저가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벗으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많다. 2010년 볼보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영국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 지분을 51%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메르세데스-벤츠 지분도 10% 가량 인수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로는 세계시장 공략이 어렵다 보니 합작사 형태로 유럽과 미국 선진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리자동차-볼보 합작 브랜드 폴스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설립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올해 초 폴스타2를 출시했다. 사전예약 일주일 만에 올해 판매 목표치 4천대 계약을 끝냈다.
시장점유율 하락 등 국내 시장에서 고전 중인 르노코리아 쪽에서도 지리자동차그룹의 제안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시장 판로가 확대되고, 지리자동차가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리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에 기술력이 있다.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 같이 공수표를 남발할 회사는 아니다”며 “지리자동차 산하 회사들의 기술력이 적용되면서 르노코리아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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