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10개월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관련된 교통사고가 400건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0% 가량이 테슬라 차량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2에 해당하는 기술로, 운전과 사고에 대한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단계이다. 운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5월15일까지 자율주행 ‘레벨2’로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과 관련된 자동차 사고가 392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73건이 테슬라 차량에서 발생했다. 혼다 90건, 스바루 10건, 포드 5건이었다. 현대자동차는 1건 보고됐다. 이들 사고로 모두 6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자율주행 레벨2는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부분 자동화’ 기술이다. 운전자는 항상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보조 시스템이 도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즉시 개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이라는 용어가 혼동을 빚어 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율주행 레벨2·3는 단순한 운전보조기능에 해당한다”며 “차량이 대신 운전해준다고 믿다가 사고가 나면 모두 운전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적용 중인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도 레벨2에 해당한다.
다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이번 보고서 결과만으로 자동차 제조사별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회사별 자동차 수, 운전자의 시스템 사용 빈도 등에 관한 세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고율을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엔비시>(CNBC) 방송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장착한 테슬라 자동차가 많아서 이 회사의 사고 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발표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6월 자동차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에 관한 사고 보고를 의무화한 뒤 처음 집계된 통계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스티브 클리프 국장은 “이번 데이터는 우리 조사관들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잠재적 결함 추세를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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