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2분기에 판매량 감소에도 제네시스와 스포츠실용차(SUV) 등 고급차 중심의 판매와 고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자동차는 21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35조9999억원의 매출을 올려 2조97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58.0%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이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기록인 31조265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달성한 최고치 2조5372억원을 뛰어넘었다. 현대차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건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8년 만이다.
2분기 차량 판매량은 97만63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3% 줄었다. 국내 판매는 18만2298대, 국외는 79만4052대에 그쳤다.
판매량이 줄었으나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제네시스와 에스유브이 같은 고급차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늘어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수급 이슈, 주요국 금리인상 등 여러 대외 변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감소했지만, 제네시스와 에스유브이 생산에 주력하며 고부가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투싼과 아이오닉5 등 에스유브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7% 늘었다. 전체 판매량 중 에스유브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47.3%에서 52.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 등 전기차 판매 비중 역시 3.5%에서 5.4%로 늘었다.
현대차는 고공행진 중인 환율 덕도 봤다. 현대차가 분석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증가 효과는 매출 2조1540억원, 영업이익 641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수급 장기화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로 발생한 손실(매출 -9050억원, 영업이익 -1820억원)을 크게 넘어선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상승한 126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의 수요 초과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공시(IR)담당 구자용 전무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누적된 자동차 대기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6월 말 기준 국내에서만 약 64만대의 미출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미출고 물량이 14만대 정도 된다”고 말했다. 미출고 물량은 소비자가 계약을 마치고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을 말한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1월 발표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연결부문 매출액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14%, 영업이익률은 5.5~6.5%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연초 발표한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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