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건물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언젠가 리콜을 할 테니 경고등이 떠도 절대 고치지 말라는 겁니까?”
쉐보레 말리부 차주인 송호준씨(43)는 지난해 10월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경고등이 떴다. 정비센터에서는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16만4천을 내고 부품을 교체했다. 그런데 올해 7월 한국지엠(GM)은 리콜 발표하면서 해당 부품을 전액 무상으로 교환해준다고 공지했다. 송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비로 교체한 비용을 보상해달라고 한국지엠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21일 정부 및 업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차량 결함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리콜 제도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두 곳이 운영한다. 차량 안전 리콜은 국토부가, 배출가스 기준 등 위반 리콜은 환경부다. 그런데 두 제도 간 일부 보상 기준이 달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리콜이 결정되기 전에 관련 부품을 자비로 교체한 경우 이를 제조사가 보상해주느냐의 차이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리콜을 결정한 날로부터 1년 전까지 운전자가 관련 부품을 자비로 교체했으면 제작사가 보상해주도록 의무화해뒀다. 반면, 환경부 리콜의 근거인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안전 문제는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직결되는 터라 무상 리콜을 기다리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배출가스 기준이 초과한다고 해서 당장 사고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GM의 환경부 리콜 고객통지문. 자동차리콜센터
보통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정상 기준을 넘어선다고 알아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송씨의 경우는 달랐다. 차량 계기판에 엔진경고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리콜 통지문에도 “증발가스 에미션 캐니스터 퍼지 펌프와 관련해 엔진 경고등 점등 및 배출가스 규제 수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닐 운전자가 어딨겠냐”고 말했다.
<한겨레>의 확인결과 한국지엠과 달리 현대자동차, 기아 등 다른 국내 제조사들은 환경부 리콜에도 국토부 규정을 적용해 부품 비용을 보상해주고 있다. 환경부 담당자도 “한국지엠을 제외한 모든 제조사가 보상을 해주는데, 유독 한국지엠만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쪽은 “법에 근거한 회사 내규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에 환경부는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이 담당자는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하거나 하위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 뒀다.
전문가들은 차량 제조사가 도의적 차원에서 반드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모든 사항을 다 법으로 만들 수는 없다. 관련 중앙부처에 유사한 법령이 있으면 유권해석을 통해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며 “한국 법이 미흡하고 소비자 중심으로 안 돼 있다 보니 한국지엠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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