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수출액은 70억달러 수준으로, 독일·미국·중국에 이어 4위였다. 독일은 전기차 수입에서도 1위로 나타났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 국가들이 전기차 수출입 상위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려, 전기차 교역의 중심은 유럽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8일 내놓은 보고서 ‘코로나 이후 주요국의 전기차 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기준 독일의 전기차 수출과 수입은 각각 288억달러, 177억달러로 세계 1위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수출 87억달러, 수입 36억달러)에 견줘 각각 229.7%, 387.6% 늘었다. 미국은 수출 101억달러, 수입 91억달러로 2019년에 견줘 각각 13.2%, 123.9%로 증가했고, 수출입 모두 독일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으로는 수출입 모두 미국 1위, 독일 2위였던 데서 뒤집혔다.
이번 분석 자료는 주요국 수출액 비교를 위해 유엔 국제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UN Comtrade)를 활용한 것으로, 각국의 무역통계와는 차이를 띨 수 있다고 무역협회는 밝혔다. 전기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배터리전기차(BEV)를 포괄하고 있다.
전기차 수입 실적을 보면, 미국과 중국(10위·29억달러)을 제외하면 상위 10위권 모두 유럽 국가들이었다. 유럽연합(EU)의 수입액이 전체의 83.1%를 차지해, 전기차 교역에서 중심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전기차 수출에서도 상위 10위 가운데 미국·중국·일본(8위)을 빼고는 전부 유럽 국가였다.
한국의 전기차 수출은 2019년 33억달러에서 2021년 70억달러로 112.2%로 늘었지만, 순위는 중국보다 한 단계 낮았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규모로 불었다. 중국의 세계 순위는 11위에서 3위로 올랐다. 중국의 전기차 수입은 2019년 35억달러에서 2021년 29억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무역협회는 “비야디(BYD) 같은 자국 브랜드의 성장과 미국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공장 등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현지 생산 본격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은 팬데믹 탓에 2020년 11.9% 감소했음에도 전기차 수출은 꾸준히 늘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8.1%에서 2021년 15.8%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국 전기차 주요 수출국은 미국과 유럽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수출 대상국 2·3위인 독일과 영국에서도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4위권 안에 드는 등 주요 시장에서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보다 226.3% 늘어난 660만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전기차 교역도 742억달러에서 1887억달러로 150% 이상 증가했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독일, 미국은 내수·수출·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수출 중점 국가로 경쟁국에 비해 경쟁력 제고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며 “지난달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통과된 데다 각국에서 전기차 육성을 위한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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