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승 자율운행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부드럽게 멈춰섰다. 시속 22㎞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정지 상태의 버스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나 싶더니 덜컹 하면서 급정거했다. 도로 옆에 서 있던 보행자가 횡단보도 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정성균 포티투닷 그룹장은 “횡단보도 쪽 보도에 사람이 서 있다고 차량이 계속 멈춰있으면 안되니, 천천히 움직이면서 보도 위 보행자에게 차량이 움직인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올라오니 급정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오전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를 탔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의 자율주행버스다. 이달 25일부터 서울시와 협력해 청계천 도로 3.4㎞에서 승객을 운송하고 있다.
버스는 안전요원(세이프티 드라이버)을 제외하고 총 7명을 태울 수 있다. 차량 크기는 현대자동차의 쏠라티와 유사하다. 탑승 전에는 다소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됐으나 막상 타니 개방감이 느껴졌다. 양쪽에 큰 통창과 천장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운전석 윗쪽 화면에선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인식한 차량 주변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 앞으로 오가는 차량·이륜차·보행자를 정확히 인식했다. 테슬라와 유사한 방식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자율운행 모드로 전환됐다. 시속 20∼25㎞로 달렸다. 너무 노후되지 않은 마을버스와 승차감이 유사했다. 앞 차량과의 거리를 스스로 잘 유지했고,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는 오토바이와 불법주차 차량, 무단 횡단하는 사람을 피해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특히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 리어카가 혼재된 공구상가 앞 도로를 속도를 줄여가며 안전하게 통과했다. 이 버스에는 카메라 12대, 레이더 6대가 탑재됐다.
출발·도착 구간과 일부 공사 구역, 돌발 상황에선 안전요원이 운전을 넘겨받는다. 일반 차량의 운전보조 기능(어댑티즈 크루즈 컨트롤)과 유사한 방식이다. 핸들을 돌리거나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수동전환된다. 교차로 신호에서 파란 불이 켜졌지만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전환해 운전했다. 꼬리물기로 앞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시험 단계였다면 안전에 유의해 자율주행으로 통과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탑승하기 때문에 꼬리 물기나 도로 폭이 크게 좁아질 땐 수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향후 기술 고도화가 되면 수동 전환 구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청계천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고 복잡한 곳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성균 그룹장은 “자율주행 차량도 일반 환경에 노출돼 기술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과 운전자들도 자율주행차량을 자주 접하면서 움직임을 파악하고, 안전하게 잘 주행하고 있다는 인식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티투닷은 현재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찍고 돌아오는 노선을 내년 상반기에는 광장시장(청계 5가) 인근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플랫폼 ‘탭!’(TAP!) 앱에서 예약하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향후 서울시와 협의해 유료화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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