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받으려고 했던 2023년형 차를 딜러 권유에 따라 11월22일에 받았는데, 12월5일부터 1300만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영업하고 있었어요. 이건 할인이 아니라 사기예요. 폭스바겐이 아니라 ‘폭스바겐세일’입니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12월 1천만원 넘는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해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400여명이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12월 할인이 전혀 없고 되레 가격이 오른다.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물량이 금방 빠져버려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딜러들의 독촉에 구매를 서둘렀다가 1천만원 넘는 손해를 봤다고 증언한다.
폭스바겐 할인 피해자 천아무개씨는 다음달 3일 폭스바겐코리아 본사 앞에서 같은 처지의 피해자 35명과 함께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초 2023년형 티구안 올스페이스 차량 구매 계약을 맺었다. 5천만원에 구매한 차량을 11월22일 인도받았는데, 12월이 되자 가격이 39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는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형 차량을 연말 프로모션으로 200만∼300만원 할인해주는 건 이해할 수 있다”며 “신형 차량인 데다가 절대 할인이 없다고 말해놓고선, 1천만원 이상 차 가격을 낮춰 파는 건 할인이 아니라 사기”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 피해자들이 딜러와 나눈 대화. 폭스바겐 피해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폭스바겐 딜러들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할인이 너무 없어서 12월까지 기다려보고 싶다”는 소비자의 말에 한 딜러는 “인기 차종은 할인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딜러는 10월에 문자로 “내년(2023년)부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계약이 많아져 12월 전에 차량이 모두 팔릴 수 있으니 11월에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사실을 들어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2월 폭탄 할인에 본사는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폭스바겐코리아 홍보담당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사 차원에서 차종별로 3∼8% 정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건 맞지만, 추가 할인은 딜러사가 직접 진행했다. 본사는 딜러사가 책정하는 가격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는 본사(수입사)와 계약을 맺은 국내 딜러사를 통해 판매된다. 본사는 모든 국내 딜러사에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넘기고, 딜러사는 자체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수익을 남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마이스터모터스·클라쎄오토·아우토플라츠 등 총 7개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한다. 이들 딜러사 모두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20% 넘는 할인 경쟁을 벌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딜러사 가격 책정에 본사가 관여 하지 않는다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주장에 대해 “절반만 맞다”고 말한다. 본사가 판매 목표를 달성한 딜러사에 ‘폭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 유명 수입차 회사 직원은 “딜러사가 연간 및 분기 판매 목표를 달성하면 본사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차량마다 1천만원 이상 할인을 해도 목표를 달성하면 그 이상 받아낼 수 있으니 폭탄 세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열린 7인승 패밀리 스포츠실용차(SUV)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 국내 출시 기자회견에서 차량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해 폭스바겐코리아의 월별 판매량은 이런 증언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10월 매달 1500대 미만이던 판매량이 11월에는 1943대, 12월에는 2678대로 치솟았다. 11월에는 평소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구매를 재촉하고, 12월에는 폭탄 세일로 판매량을 올렸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다음 달 3일 폭스바겐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본사 차원의 정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차액 보상 또는 평생 워런티(보증)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만약 집회 등 수단을 동원해도 본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 홍보담당자는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여지가 있냐’는 <한겨레> 문의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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