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수소상용차 보급 대수는 버스 281대, 트럭 5대 등 286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애초 목표로 잡았던 2천대에 견줘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2025년, 2030년 보급 목표가 각각 5천대, 3만대로 잡혀 있는 걸 고려하면 갈 길이 한참 멀다. 전기버스 보급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5190대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버스를 대량으로 보급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구매지원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수소충전소 등 기반시설(인프라)을 갖춘 지자체를 선정해 정부와 수소 업계가 혜택(인센티브)을 주는 내용의 사업이다.
수소버스 보급이 더딘 이유로는 우선 가격 문제가 꼽힌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수소버스 1대 값이 6억3천만원으로 전기버스(4억3천만원)의 1.5배에 이른다. 충전 기반이 부족하다는 사정도 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전기 충전소는 20만곳에 이르는데 반해 수소 충전소는 163곳에 지나지 않는다. 핵심 부품을 무상 교체해주는 보증 기간에서도 차이가 크다. 수소버스는 5년 50만㎞, 전기버스는 9년 90만㎞ 수준이다.
산업부는 “수송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부문의 친환경차 보급이 시급하다”고 밝힌다. 산업부에 따르면, 차종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승용차 3.9톤, 버스 62.6톤 수준이다. 버스 쪽이 승용차의 16배에 이를 정도로 많아 친환경차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저가 외국산 전기버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수소버스 대량 보급이 필요하다고 산업부는 설명한다. 핵심 부품 국산환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이날 설명회에서 수소버스 구매 보조금 증액,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확충과 더불어 수소버스의 엔진 역할을 맡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교체 비용을 지윈함으로써 수소버스의 보증 기간을 전기버스와 같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연료전지시스템 보조금은 국비 7천만원, 지방비 4천만원이다. 수소버스 구매보조금은 국비 2억1천만원, 지방비 9천만원으로 늘어난다. 국비 4500만원, 지방비 4500만원으로 돼 있는 저상버스 보조금 지원 대수도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보급할 수소버스 목표치를 400대로 잡아놓고 있다. 수소 소비량으로 따져 수소승용차(넥쏘) 2만대 분량이다. 현재 보급돼 있는 수소승용차(3만대가량)에 맞먹는 수준이라 생산·유통 등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에 의미 있는 규모라고 산업부는 설명한다. 수소차 1대당 연간 수소 소비량은 수소승용차 150㎏, 수소버스 6.2톤 수준이다.
올해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는 버스 운수업체, 수소 충전소, 수소 공급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며 수소버스를 최소 40대 이상 구매하도록 돼 있다. 산업부는 이날 설명회에 이어 17일 공모를 시작해 다음 달 16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3월 말까지 시범사업 대상을 확정한 뒤 4월부터 수소버스를 보급할 예정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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