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복직’ 약속 닉 라일리 지엠대우 사장(오른쪽)과 이성재 노조위원장이 16일 오전 인천 부평공장에서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상생 및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지엠대우 제공
2001년 2월 ‘무더기 정리해고’ 혹독한 시련
작년 10월 다시 흡수합병하며 속속 재입사
작년 10월 다시 흡수합병하며 속속 재입사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김해경(46·조립2부)씨는 5년전 이맘 때의 악몽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오후 그의 아내는 집(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에서 집배원이 전해 준 얇은 흰봉투를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내용물은 대우자동차 사장 이름으로 되어 있는 ‘근로계약 해지 통지서’였다. 남편이 정리해고 대상자에 들어간 것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아내에게 이 소식을 들은 김씨의 어깨는 한숨으로 내려앉았다. ‘18년동안 기름밥 먹으며 묵묵히 일해온 죄밖에 없는데…’라며 허공에다 절규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함께 정리해고를 당한 1725명의 동료, 가족들과 손을 잡고 매일 공장으로 ‘출근 투쟁’을 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와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생존의 문제에 부닥쳐 하는 수 없이 막일 노동꾼으로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새 일자리를 찾았지만 부도난 회사의 나이 든 기능공을 반기는 회사는 드물었다. 고생 끝에 인천 남동공단의 한 금형회사에 취업했다. 대우차 부평공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일자리였지만 그래도 달마다 나오는 월급이 고맙기만 했다. 그래도 2001년 2월의 악몽은 지워지지 않았다. 2006년 1월16일 김씨는 악몽을 새 꿈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 지엠대우차로부터 “부평공장으로 복귀해 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는 지금 부평공장에서 신형 중형차 토스카의 엔진 샤프트를 조립하고 있다. 김씨는 “회사가 해고 당시의 호봉을 인정해주고 아이들 학자금 지원 같은 여러 복지비도 원상 회복시켜줬다”며 “아내가 고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 뒷바라지 걱정을 덜게 됐다면서 크게 기뻐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정리해고된 동료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지엠대우가 지난해 10월 부평공장을 다시 흡수합병 하면서 2001년 2월 정리해고자들을 전원 재입사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닉 라일리 사장과 이성재 노조위원장은 16일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1081명이 재입사했고, 5월말까지 나머지 정리해고자들을 찾아 복직 의사를 확인하는 대로 모두 재입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엠대우가 이들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된 힘은 회사의 빠른 경영정상화다. 2002년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자동차 판매가 3배 가량 늘어 지난해 64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지난해 116만대였던 판매량을 1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평2공장의 근무체제도 오는 6월부터 주간 1교대에서 주야 2교대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당연히 일손이 달린다.
닉 라일리 사장은 “회사의 빠른 경영정상화는 상호신뢰와 존중의 노사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성재 노조위원장은 노사 상생의 협력관계가 마련된 배경을 ‘투명경영’과 ‘신뢰에 기반한 대화’로 꼽았다. 특히 닉 라일리 사장에 대해 “회사의 장기 발전방안까지 노조와의 대화로 수립하는 ‘철학이 있는 경영자’임을 확인했다”고 추켜세웠다. 닉 라일리 사장도 “회사의 장기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노조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면서 “지금까지 노조의 도움이 아주 컸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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