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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누가 날 훔쳐가요” 자동차가 신고

등록 2006-06-21 21:36

[자동차 특집] 텔레매틱스 서비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회사원 차아무개(45) 부장은 요즘 서울 시내 회사로 가는 출근길이 즐겁다. 얼마 전에 새로 산 차 때문이다. 단지 새 차를 모는 재미만이 아니다. 차 안엔 늘 길동무(?)가 기다리고 있다. 동무 이름은 차를 주문할 때부터 기본품목으로 들어간 ‘텔레매틱스’ 단말기다.

시동을 걸면 곧바로 길도우미(내비게이션)에 등록한 회사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회사까지는 그날그날 안내하는 길이 다르다. 집을 나서자마자 차가 꽉 막혀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걸리는 시간이 40~50분으로 일정하다. 평소 가던 길이 막히면 도우미가 다른 길을 안내해준다.

인공지능 갖춘 ‘네트워크 자동차’ 모든 정보 쏙쏙
길 안내는 기본… 위치정보·무선통신 등 척척

차 부장의 업무는 차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단말기를 통해 지난밤 사이 들어온 메일의 제목들을 죽 살펴본다. 날씨를 알아보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의 어제 종가도 확인한다. 주식시장 개장 전에 매도주문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운전대 바로 옆에 있는 버튼 하나를 살짝 누른다. 자동차회사의 서비스센터 상담원이 마치 바로 곁에 있는 여비서인 것처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거래하고 있는 증권사 객장으로 전화통화를 부탁하면, 곧바로 연결된다. 자주 찾는 전화번호는 서비스센터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돼 있다. 주행 중 전화연결 시도는 위험하기 때문에 서비스센터에서 이용자가 찾는 곳을 대신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차 부장의 자동차생활을 확 달라지게 한 텔레매틱스란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정보과학’(인포매틱스)의 합성어이다. 자동차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동통신망을 통해 운전자 또는 탑승자에게 교통안내에서부터 긴급구난, 원격 차량진단 등 여러가지 인터넷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술환경을 말한다. 위성항법장치(GPS), 컴퓨터, 무선통신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복합단말기가 차에 설치돼 자동차회사나 이동통신회사가 운영하는 ‘텔레매틱스 정보센터’와 24시간 소통이 이뤄진다.

국내에서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2002년 3월 에스케이텔레콤이 휴대전화에 길도우미 기능을 장착한 ‘네이트 드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현대·기아차가 2003년 말 ‘모젠’이라는 브랜드로 텔레매틱스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출고 단계에서부터 내장된 단말기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케이티에프(서비스명 K-Ways)와 엘지텔레콤(Ez Drive)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텔레매틱스 이용자들이 급증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 역시 이동통신사들과 제휴해 각각 ‘아이엔에스’(INS), ‘에버웨이’(EverWay)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고급차 구매자들에게 선택품목으로만 제공됐던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량용 텔레매틱스 단말기의 보급은 급증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추정으로는 2004년 말 36만대이던 보급대수가 지난해 말 110만대로 세 배 가량 늘었다. 올 연말에는 누적 보급대수가 230만대에 이르러 돌아다니는 차 10대 가운데 1대 이상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받으며 운행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요즘 국산 완성차업체들이 내장형으로 판매하는 신형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화면부터 눈부실 정도로 화려해졌다. 7인치 고해상 엘시디모니터에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어 실물과 거의 흡사한 길 안내 지도를 보여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단지 길 안내만 해주는 단말기가 아니라 무선이동통신이 가능한 메모리용량 30메가짜리 컴퓨터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첨단기능을 갖춘 내장형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값이 230만원(모젠 250만원)~380만원(INS-700)대로, 외장형보다 훨씬 비싼 게 흠이다. 하지만 단말기 보급이 확산되면 가격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단순한 이동수단이었던 자동차가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 자동차’, ‘생각하는 자동차’로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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