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커코리안, 닛산 사장관 사전작업 마쳐
경여진은 ‘신중’…성사땐 현대차 목표수정 불가피
경여진은 ‘신중’…성사땐 현대차 목표수정 불가피
지엠, 르노-닛산과 3차연합 추진
세계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최대 자동차 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르노·닛산 그룹이 지분 20%를 출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3자 연합이 형성되면, 생산대수 1500만대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르는 거대 자동차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이 이끄는 투자회사 트라신다는 지난달 30일 제너럴모터스 경영진에게 편지를 보내 르노·닛산과의 연합을 촉구했다. 트라신다는 지엠 주식의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커코리언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만나 사전 정지작업을 마쳤다. 르노·닛산은 전향적 반응을 나타냈다. 양쪽이 각각 10%씩을 출자하는 안이 유력하다.
커코리언의 제안은 닛산의 브이(V)자 회복을 이끌어낸 ‘곤 방식’의 개혁을 도입해 지엠의 경영쇄신을 꾀하고,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도라고 일본 언론들이 풀이했다. 그는 르노·닛산과 연합이 형성되면 보유주식을 프리미엄을 붙여 두 회사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무제휴 수준에 그치더라도 시너지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르노·닛산의 실적부진으로 ‘곤 신화’의 빛이 바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제안에, 곤은 “새로운 기회”라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곤이 커코리언에게 만남을 요청해 주식취득을 제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곤은 지엠 경영진과 이사회의 전면 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르노·닛산은 △부품 공동조달에 의한 비용삭감 △북미시장 판매협력 △완성차 상호공급 △신기술 공동개발 △중국시장 지엠 판매력 활용 등 제휴의 이점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르노·닛산도 상황이 좋지 않은 터여서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지엠 출자에 4천억엔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닛산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공은 현재 제너럴모터스 경영진에 넘어간 상태다. 지엠은 일단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제휴 방안 검토에 나섰다. 지엠으로서도 경영회복에 탄력을 받을 수 있고, 1위 자리를 넘보는 도요타를 견제하는 이점이 기대된다. 그렇지만 릭 왜거너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조기퇴직 희망자가 예상보다 많은 3만5천명에 이르는 등 독자 회복 가능성이 있으며, 규모 확대가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말 뉴욕증시에선 3자 연합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엠의 주가가 8.56% 급등했다.
한편, 두 거대 자동차그룹의 제휴가 성사되면 당장 지엠그룹에서 소형차 생산 전진기지로 특화되어 있는 지엠대우의 지위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사정은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에도 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08년까지 5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톱 5’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지엠과 르노·닛산과의 제휴협상을 계기로 세계 자동차 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다시 불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글로벌 메이저로 진입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박순빈 기자 parkje@hani.co.kr
도쿄/박중언 특파원, 박순빈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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