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km 주행시 연료값 84만원 절약…중고차 시세도 높아 보험영업을 하는 김진구(43·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씨는 요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기름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타고 다니는 차는 첫 국산 디젤승용차인 기아 프라이드이다. 지난해 5월 차를 구입했을 때만 해도 4만원쯤이면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이 요즘에는 5만3천~5만7천원이 든다. 1년여 만에 김씨의 기름값 부담은 30% 이상 더 늘어난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에다 정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지난해 7월 이후 두차례나 인상하는 바람에 김씨와 같은 디젤승용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보통 승용차를 디젤엔진 모델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유지비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 ‘생계형 운전자’라는 점에서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디젤차 연료인 경유값은 지난해 7월 이전에만 해도 휘발유의 7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5% 선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도 경유값은 휘발유 대비 80% 선을 유지하고 내년 7월부터는 85%로 고정된다. 디젤승용차의 이점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유지비용을 고려한 디젤승용차의 경제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기아 프라이드의 경우 올들어 7월 말까지 내수 판매대수 1만3603대 가운데 7038대가 디젤엔진차로 51.7%를 차지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도 프라이드는 디젤차 판매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베르나도 올들어 7월까지 7969대의 내수판매 가운데 디젤차 비중이 30.2%(2407대)를 차지하며 약진하고 있다. 국산 디젤차는 동급 가솔린엔진 차에 견줘 비싼 차값이 단점이다. 프라이드의 경우 1.5리터 디젤엔진 차량이 1.6리터 가솔린엔진 모델보다 판매가격(자동변속기 기본형)이 157만원 더 비싸다. 대신 높은 연료효율 덕분에 2만Km 주행시 연료비는 약 84만원(26일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 적용) 더 적게 든다. 주행거리 4만Km를 넘어서면 초기 차값 차이를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중고차 시세까지 감안한다면 디젤승용차의 경제성은 더 높아진다. 29일 전국중고차연합의 온라인 시세정보에서 지난해 7~8월에 출고된 프라이드 가솔린 모델은 950만~1050만원, 디젤은 1100만~1270만원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디젤차의 약진이 더 두드러진다. 올들어 7월까지 디젤승용차의 판매 증가율은 무려 1100%로, 전체 수입차 판매증가율(47.7%)보다 훨씬 높다. 올들어 디젤 모델들이 대거 출시된 영향이 크지만, 수입차 업계는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30% 가량 높은 연비를 가장 큰 판매증가 요인으로 꼽고 있다. 디젤엔진 터보차저 제조회사인 하니웰코리아의 최진환 마케팅부장은 “디젤엔진의 약점인 소음과 진동을 대폭 개선시킨 모델들이 나오면서 높은 출력과 연료효율 등 디젤승용차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산 중형차도 디젤 모델의 판매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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