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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현장] 서울모터쇼 화려한 무대 뒤 도우미들 엿보니

등록 2007-04-06 14:00수정 2007-06-14 18:18

“핸드폰번호 달라 막무가내 들이대시면…”
“슬쩍슬쩍 만지거나 뒷모습 찍고…엉큼남 꼴불견”
“명함주세요” 한수 위 ‘역공’…차의 모든 것 ‘줄줄’
5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 2007 ‘서울 모터쇼’ 행사장. 언론에 공개행사를 시작으로 본격 시동을 건 모터쇼의 리허설은 파장을 치닫고 있었다. 화려했던 조명이 꺼지고, 미끈한 맵시를 자랑하던 새 차들도 보호용 가림천에 몸을 숨겼다.

불 꺼진 전시장, 또 다른 무대

차량을 비추던 조명이 꺼졌지만 전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6일부터 일반에 정식으로 공개하는 관람행사를 위한 또 다른 리허설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전시 차량의 엔진을 살피는 엔지니어, 차에 남은 손때를 지우는 청소 아르바이트들, 장내 아나운서의 이어지는 마이크 테스트… 모터쇼의 또 다른 주인공인 도우미들도 불 꺼진 전시장 무대에서 도열해 연방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가십시오.”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몸짓과 함께 되풀이됐다. 환한 미소도 변함이 없다.


[%%TAGSTORY1%%]

평상복 갈아입은 그들의 일상

인사 연습을 끝마친 도우미들은 전시장의 눈길을 사로잡은 ‘도발적인 유니폼’에서 빠져나왔다. 갈아입은 뒤의 복장은 청바지와 트레이닝복 등 일상복 차림이었다. 유니폼을 벗고 평상복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도우미들은 더이상 화려하고 섹시한 모델이 아니라 일과를 마친 피곤한 직업인이었다.

“이제부터 뭐하실 거예요?”
“밥 먹으러 가야죠. 먹긴 먹었는데 먹은 것이 먹은 것이 아니라서…”(렉서스관 안효진)
“다리가 너무 아픈데 손님들에게 표정이 드러나니깐 웃어야 하고, 그런 것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렉서스관 안소영)
“새벽부터 나와서 힘들었어요. 1시간 쉬고 1시간 일하고…”(지엠대우관 김지혜)

모터쇼 현장에서 많은 관람객을 맞는 도우미들에게 언론 상대 리허설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쉬운 편이죠. 기자들은 예의를 잘 지켜요. 지킬 것을 지키니까요. 일반 관객들과는 다르죠.”(혼다관 이사랑)
“그래도 손님이 많은 것이 좋아요. 하루가 정신없이 가니까요. 오늘은 좀 심심했어요.”(지엠대우관 임지혜)

[%%TAGSTORY2%%]

끈질긴 작업남들 한방 먹이는 방법

모터쇼에는 멋진 자동차를 찾는 관람객 말고 또 한 부류의 꼴불견 관객 탓에 도우미들은 괴롭다. 이들이 ‘꼴불견’으로 뽑는 관객은 ‘작업을 거는 끈질남’ 유형이다.

“저희를 여성으로 느끼시고, 막무가내로 핸드폰 번호 요구해요.”(렉서스관 이영은)
하지만 현장에서 숱한 시련 속에서 직업적 노하우를 쌓은 도우미들의 수가 한 길 위다.

“저는 (당당하게) 명함 달라고 해요. 그것이 예의니깐. 호호호”(지엠대우관 김지혜) 그리고 “그냥 무시해요. 딴 곳 보고…”

[%%TAGSTORY3%%]

엉큼한 ‘과속·신호위반’ 짓들

이들이 꼴불견으로 꼽는 또한 부류의 관객은 자동차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도우미 몸매만을 관람 목적으로 삼으며 호시탐탐 스킨십을 시도하려는 관객이다.

“슬쩍 와서 만져요. 손 올리고 강하게 만지는 정도. 불쾌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낼 수 없으니 컨트롤하기가 힘들어요.”(렉서스관 안효진)
“패션모델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관객들도 의식이 바뀌어야 해요.”(혼다관 이사랑)

“모델에 대한 예의, 지킬 건 지켜 주세요”

이들이 지목하는 세번째 꼴불견 관객은 도우미들의 뒷모습에 집착하는 관객들이다. 반듯한 앞모습 대신 굳이 뒷모습을 찍으려는 이들의 요구를 도우미들은 ‘변태적’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관객 앞에서 도우미들은 모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모델로서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뒷모습 찍으면 안 되잖아요. 차랑 모델이랑 찍어야지, 나쁜 용도로 쓰면 안 되잖아요. 그런 남자관객이 많은 것 같아요.”(지엠대우관 임지혜)

[%%TAGSTORY4%%]

필기하고 공부한 흔적 빼곡

‘도우미용 교육자료’를 보니, 모터쇼 도우미라는 직업이 무엇을 갖춰야하는지에 대한 요건도 드러났다. 교육 자료에는 자동차회사의 현황, 전시 차량의 주요 제원, 유로 환경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관객들로부터 예상되는 주요 질문 등 암기사항이 빼곡했고, 필기를 해가며 공부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손때와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도우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을 때, 묵묵히 바닥을 쓸고 차를 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청소담당 아르바이트들이다. 이들의 당부는 한 목소리다.

“차 보시는 것 좋아요. 그런데 제발 만지지는 마세요.”(쌍용관 이주성) 전시된 새 차에 묻은 손때를 쉼 없이 지워야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배 고프고 다리 아프지만…

배 고프고, 다리 아프고, 음흉한 시선도 경계해야 하지만 모터쇼 도우미들에겐 많은 관객이 몰려들어 차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게 보람이고 기쁨이다.

“2007년 서울모터쇼는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많이 찾아오셔서 좋은 추억 만드세요.”(렉서스관 안효진·안소영)

도우미들이 다시 생글생글한 모습으로 “2007 서울 모터쇼 화이팅”을 외쳤다.

[%%TAGSTORY5%%]

글 : 박종찬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기자, 동영상 취재·편집 : 이규호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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