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힘입어 연간 판매량 급증…외국-토종업체 120여곳 사활 건 판촉전
가격인하·공장증설 잇따라 무한경쟁에 공급과잉 양상
시련기 맞은 현대·기아차 내년 60만대 체제로 승부 중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들의 각축장이다. 1위 업체인 상하이지엠(SGM)도 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한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715만대의 자동차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900만대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1천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단일시장 규모로는 미국 다음의 거대 자동차 판매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 앞 도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자동차들이 경연을 벌이는 듯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로 붐빈다. 택시 기사 주시앙첸은 “매년 신형 차량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에는 40여 가지의 새차가 출시됐는데, 내년엔 60여 가지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정봉 쌍용차 중국영업소장은 “두 자리수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소득 수준의 향상, 마이카 붐으로 한국의 80년대 후반과 같은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로, 동부에서 서부 내륙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한해 1천만대가 넘는 신규 수요가 생겨나는 이 거대 자동차 시장을 붙잡기 위해 펼쳐지는 업체간 경쟁은 최근 과열 양상까지 보인다. 차량 판매가격을 10% 이상 낮추는 것은 기본이고 공장 증설을 서두르는 곳도 부쩍 늘었다. 이치도요타는 연산 20만대 규모의 텐진 제3공장을 완공하고 준중형급 신형 ‘코롤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창안포드는 난징공장에서 곧 소형차 새모델인 ‘피에스타’를 생산할 계획이다. 유 소장은 “몇년 전만 하더라도 단종된 구형 모델을 내놓던 외국계 업체들이 이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신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안목과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연간 30만대 이상 승용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2005년까지 상하이지엠 밖에 없었으나 지난해 세 곳으로 늘어났다.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차도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 가동을 각각 앞두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2009년에 전체 생산 규모가 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중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는 120여 곳이나 난립해있다. 문제는 중국내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 과잉 양상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둥펑, 지리, 치루이 등 토종 업체들의 빠른 성장세로 시장 상황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외국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 내 생산기지를 넓히는 동시에, 연구개발센터 등을 통해 일부 기술을 이전받는 방식으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는 정책을 펴왔다. 1985년 설립된 상하이폴크스바겐(SVW)은 중국의 자동차시장 개방 뒤 첫번째 합작 자동차회사다. 천홍 상하이차 총재는 “상하이폴크스바겐이 등장하면서 낮은 기술력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왔던 중국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상하이차가 올해 처음 독자적으로 만든 중형 세단 ‘로위’는 중국 정부의 이런 육성 전략을 기반으로 탄생한 첫번째 차다. 로위 상하이점의 야오윈 영업소장은 “배기량 2500cc의 ‘로위 750’은 중국 시장에서 24만3800위안(약 3천만원)에 팔리는데, 벌써 동급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업체들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출까지 나서고 있지만, 아직 선진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할부 금융의 진전에 따라 또한번 폭발적 성장세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중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현대·기아차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2002년 베이징차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에 생산공장을 세웠던 현대차는 요즘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외국계와 토종 업체 할 것 없이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판매 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설립 초기 쏘나타와 엘란트라를 앞세워 ‘현대 속도’로까지 불렸던 기세는 한풀 꺾인 채 앞으로는 중국 토종업체와도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연간 60만대 생산 체제와 중국형 맞춤형 모델 판매를 앞세워 실적 회복을 벼르고 있다.
상하이/글·사진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시련기 맞은 현대·기아차 내년 60만대 체제로 승부 중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들의 각축장이다. 1위 업체인 상하이지엠(SGM)도 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한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715만대의 자동차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900만대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1천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단일시장 규모로는 미국 다음의 거대 자동차 판매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 앞 도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자동차들이 경연을 벌이는 듯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로 붐빈다. 택시 기사 주시앙첸은 “매년 신형 차량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에는 40여 가지의 새차가 출시됐는데, 내년엔 60여 가지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정봉 쌍용차 중국영업소장은 “두 자리수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소득 수준의 향상, 마이카 붐으로 한국의 80년대 후반과 같은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로, 동부에서 서부 내륙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중국 주요 자동차업체별 승용차 판매 실적
중국 상하이자동차 본사 로비에 전시된 첫 독자 모델 ‘로위 750’. 배기량 2500cc급 중형 세단으로, 동급 수입차 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점이 있다.
상하이차가 올해 처음 독자적으로 만든 중형 세단 ‘로위’는 중국 정부의 이런 육성 전략을 기반으로 탄생한 첫번째 차다. 로위 상하이점의 야오윈 영업소장은 “배기량 2500cc의 ‘로위 750’은 중국 시장에서 24만3800위안(약 3천만원)에 팔리는데, 벌써 동급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업체들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출까지 나서고 있지만, 아직 선진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다.
중국자동차 판매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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