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러스(왼쪽)과 제네시스
국산 대형 세단시장 한집안 맞대결
‘SM5뉴’는 쏘나타 트랜스폼에 혼쭐
수요층 겹친 신차 출시에 울고 웃고
‘SM5뉴’는 쏘나타 트랜스폼에 혼쭐
수요층 겹친 신차 출시에 울고 웃고
기아차 ‘오피러스’가 현대차 ‘제네시스’ 때문에 깊은 시름에 빠졌다. 내년 1월 ‘제네시스’ 시판을 앞두고 국내 대형세단 판매시장에서 서로 충돌하는 간섭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오피러스는 현재 대형승용차 부문에서 1년6개월째 판매 1위를 달리는 차다. 기아차의 한 대리점 직원은 “제네시스가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판매간섭으로 오피러스와 같은 대형차 시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경쟁 차로 벤츠 E클래스와 베엠베(BMW) 5시리즈 등 수입차를 지목했으나, 오히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네시스는 내년 1월8일부터 3.3ℓ와 3.8ℓ의 람다엔진이 얹히는 두 가지 모델로 국내에서 팔리게 되는데, 판매 가격은 대략 4천만~5천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천만원대 초반에서 5천만원대 중반까지 책정돼 있는 오피러스의 가격대와 거의 겹친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는 플랫폼(차체)과 엔진을 공유해 쓰면서 특히 국외시장에서 간섭 현상에 따른 문제점을 적잖게 안고 있었다. 그때마다 직·간접적 타격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기아차가 많이 받았다. 기아차는 이번엔 그 파장을 내수시장에서 직접 맞닥뜨릴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의 의도대로 제네시스가 벤츠와 베엠베에 견줘 가격은 훨씬 싸고 성능은 뒤지지 않는 차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다른 국산 대형차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급 수입차에 대응해 차체 길이와 너비 등을 더 길고 더 넓게 만들었다. 외형으로 따지면 에쿠스와 그랜저의 중간 정도다. 업계는 국산차 가운데 르노삼성의 ‘에스엠7’, 쌍용차의 ‘체어맨’ 등을 염두에 뒀던 수요층에서 제네시스로 갈아탈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판매시장에선 동급 차종에서 새로 출시되는 차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않다. 지난 7월 출시된 르노삼성의 ‘에스엠5 뉴 임프레션’은 현대차 ‘쏘나타 트랜스폼’이 나오면서 직격탄을 맞은 차다. 기존 에스엠5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임프레션의 11월 판매대수는 4천여대로 출시 첫 달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르노삼성 쪽은 지난 10일 내놓은 크로스오버차 ‘큐엠(QM)5’로 만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참 잘 달리던 쌍용차의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렉스턴’도 ‘베라크루즈’의 질주와 ‘모하비’의 출시 소식에 주춤한 상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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