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경영실적 추이
2년 연속 적자 못벗었지만 4분기 영업익 977억 ‘깜짝’
기아자동차가 지난 4분기에 1천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면서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5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2006년 1253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 4분기에 매출 4조6934억원에 영업이익 977억원, 순이익 379억원의 경영 실적을 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2006년 4분기에 견줘 7.8% 줄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많이 나아졌다. 김득주 기아차 재무관리실장은 “판매 감소와 환율 하락, 국내 레저용차(RV) 시장 침체, 수출단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이 줄었지만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으로 손실 폭을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아차의 4분기 성적표는 실적 회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기아차는 지난해 2분기에 어렵사리 4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서 탈출했으나 3분기에 다시 1165억원의 큰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 흑자 전환은 국외법인 부실과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온 기아차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아차의 매출 규모(15조9485억원)는 2006년보다 오히려 8.6% 줄어들었다. 그만큼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연간 554억원의 적자를 내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시장의 관심은 기아차가 올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다.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기아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3% 실현”이라는 흑자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인 모하비를 시작으로 새차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모두 다섯 가지 차종을 잇달아 내놓을 기아차로선 지난 2년 동안의 부진을 털어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해이긴 하다.
그러나 경영 환경은 세계 경기침체와 낮은 생산성 등 어느 한 가지도 만만한 게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의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김 실장은 “국내 부채(본사 기준)는 4조원이며, 연간 1조원 정도를 갚아나가야 한다”면서 “올해 사업계획이 달성된다면 추가적인 부채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올해 내수 32만7천대, 수출 88만8천대 등 121만5천대를 판매해 17조4223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기아차의 생산성, 제품 전략, 판매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목표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면서 “국외 설비투자가 마무리되고 제품력이 살아나면 중·장기적으로는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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