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도 씨드를 허하라
“슬로베키아 생산” 유럽전용 모델
출렁거림 적고 달리기성능 뛰어나
출렁거림 적고 달리기성능 뛰어나
새차 돋보기 / 기아 씨드 스포츠왜건
씨드는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도 ‘신기루’ 같은 차다. 말도 많이 듣고 보도자료도 많이 받는다. 자료의 제목은 화려하다. ‘씨드 유럽서 호평’ ‘씨드 올해의 차에 선정’ ‘씨드 20만대 생산 돌파’. 하지만 직접 타볼 기회가 거의 없다. 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기아 마크를 번듯이 달고 있지만 씨드는 우리에게 ‘너무 먼 당신’이다. 현재 국내에 굴러다니는 씨드는 50대 미만. 기아차에서 직원 등을 위한 시승용으로 들여온 것이 전부다.
씨드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가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을 개발하고 독일에 있는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럽 전용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호평 일색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지난 2월호에 씨드의 5도어 모델과 폴크스바겐의 골프, 닛산 티이다를 비교했는데 600점 만점에 골프가 451점, 씨드가 449점을 받았다. 티이다는 426점에 그쳤다. 씨-세그먼트(C-segment·준중형급을 뜻함)의 ‘영원한 황제’라는 골프에 거의 필적하는 점수를 받은 것이다. 과연 그 정도 성능을 보일까. 씨드의 스포츠 왜건 모델을 시승해 봤다.
씨드의 디자인은 우선 깔끔하고 날렵하다. 꼬리가 위로 치솟은 큼지막한 삼각형 헤드라이트와 깔끔한 2줄의 크롬 라인으로 장식된 그릴은 간결하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동급 차량이자 경쟁 차량인 현대차 ‘i30’과 비교하자면 씨드가 훨씬 든든하고 단단한 느낌이다. 남성적인 느낌이라고 해도 좋겠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은 역시 기아차 부사장인 세계적인 차량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차를 타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우선 유럽형이라는 말에 걸맞게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하다. 달리기 성능은 1600㏄ 디젤엔진이 맞나 싶게 걸출하다. 엑셀레이터를 살짝 밟자마자 쌩하고 튀어나간다. 최대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26㎏·m라는 숫자가 믿기기 힘들 정도다. 체감 성능은 제원표보다 훨씬 뛰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핸들링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국산 차량만큼은 아니었지만 핸들이 너무 가볍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보통 유럽형이라면 약간 무게감이 있어야 제맛이다.
?문제는 이 차를 국내에서는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메이드 인 슬로바키아’이니 들여올 때에 관세를 물어야 하는 수입차인 셈이다. 현대 i30과의 간섭 현상도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국외 생산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데 따른 노조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국내 개발 차량으로 유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지난해 초 생산 개시 뒤 씨드 3총사는 유럽에서 모두 20만대 이상 판매됐다) 차를 국내 카 마니아들은 손가락만 빨고 쳐다봐야 한다는 것도 좀 우습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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