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9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에 참가한 안전벨트 제조업체 ㈜삼송의 전시부스에서 바이어가 구매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코트라
창원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 가보니
전기차 부품 준비해온 업체 수출문 ‘활짝’
연구개발 여력없던 중소업체는 ‘위기감’도
전기차 부품 준비해온 업체 수출문 ‘활짝’
연구개발 여력없던 중소업체는 ‘위기감’도
‘기회이자 위기.’
세계 경기침체와 미래형 자동차의 부상 속에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가 갈림길에 섰다. 급격한 자동차업계 판도 변화로 글로벌 기업들의 부품구매처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선 기회다. 또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부품 수요가 늘어나며 이를 준비해온 업체들의 시장진입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연구개발 투자 등을 할 여력이 없던 중소부품업체들에겐 적잖은 위기이기도 하다.
코트라(KOTRA)와 경상남도, 창원시가 1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창원에서 열고 있는 ‘2009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은 한국 부품업체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자리다. 먼저 한국 자동차부품을 바라보는 유럽 완성차업계의 ‘눈길’이 달라졌다. 스웨덴 볼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국 부품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긴 적이 없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만난 볼보의 안데르스 뉘스트룀 구매총괄 부사장은 “기존에 아웃소싱했던 독일·일본 기업보다 비용도 싸고 품질면에서도 첨단부품을 맡겨도 될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스위치·컨넥터 등의 부품 구매를 상담하고, 생산공장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글로벌 자동차회사 바이어는 볼보만이 아니다. 독일 폴크스바겐, 베엠베(BMW), 다임러 벤츠를 비롯해 프랑스 푸조, 미국 포드 등 17개국 바이어 300여명이 한국업체들과 직접 구매상담에 나섰다. 발레오(프랑스), 마그나(캐나다), 델파이(미국)와 같은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선 180여개 부품업체가 참가했다. 코트라 쪽은 수출상담액이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한국 부품업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제품 세일즈를 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부품업체들이 미국시장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유럽시장에도 눈을 떠야 한다.” 샤를 에르발 푸조(PSA) 구매담당 이사의 충고다. 그는 “상하이 구매사무소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데, 한국 업체들이 먼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전시회 참가 바이어의 55%는 “한국 업체의 정보 부족으로 부품구매를 못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곳곳에서 부품을 구매하는 ‘글로벌 소싱’ 흐름에 한국 부품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해나간 부품업체도 있다. 아우디 헝가리공장, 폴크스바겐 중국공장 등에 엔진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 물 온도 조절기를 공급하고 있는 인지컨트롤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자동차부품만 32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전기자동차 부품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나선 업체도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 전기차용 인버터(PCU) 110대를 판매한 엘에스(LS)산전의 권봉현 이사는 “90% 이상 전기차 시장을 차지한 일본에 맞서, 새로 조성될 미국·유럽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부품업계 전체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단정하긴 힘들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의 김산 기획조사팀장은 “아직도 부품업체들이 완성차업체에 매어있는 구조는 크게 변함없다”며 “특히 납품단가 인하 등에 시달려 그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중소업체들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엔진 대신 배터리가, 미션 대신 모터가 쓰이는 미래형 자동차들이 늘어난다면, 엘에스산전·엘지화학·에스케이에너지 등 새롭게 진입한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부품회사의 관계자는 “결국 자금동원력과 기술력이 되는 데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요즘과 같은 격변 시기엔 리스크도 적잖다. 그동안 한국 부품업체들의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지엠이었다. 지엠은 일본 차와의 경쟁을 위해 과감한 글로벌 아웃소싱을 단행했고, 2~3년 전부터 매해 20억~30억달러어치의 부품을 한국 업체로부터 구입해왔는데, 이번 파산으로 몇달치씩 대금이 물린 국내 부품기업도 적잖다.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중소업체로선 감당이 쉽지 않은 것이다. 3년째 국제수송기계부품전을 주관하고 있는 코트라의 조환익 사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조정기인 지금 유럽·일본 완성차업체나 발레오 등 자동차부품 전문기업들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다면 한국 부품업체들이 더 큰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황예랑 기자, 김영희 기자 yrcomm@hani.co.kr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주소
요즘과 같은 격변 시기엔 리스크도 적잖다. 그동안 한국 부품업체들의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지엠이었다. 지엠은 일본 차와의 경쟁을 위해 과감한 글로벌 아웃소싱을 단행했고, 2~3년 전부터 매해 20억~30억달러어치의 부품을 한국 업체로부터 구입해왔는데, 이번 파산으로 몇달치씩 대금이 물린 국내 부품기업도 적잖다.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중소업체로선 감당이 쉽지 않은 것이다. 3년째 국제수송기계부품전을 주관하고 있는 코트라의 조환익 사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조정기인 지금 유럽·일본 완성차업체나 발레오 등 자동차부품 전문기업들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다면 한국 부품업체들이 더 큰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황예랑 기자, 김영희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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