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와 성능의 갈등 엔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하니스페셜 : 스페셜 콘텐츠] 엔진시대
빠르고 강한 차에 환경·경제성까지 자동차 개발자들은 요즘 골치가 아픕니다. 성능이면 성능, 연비면 연비, 지금까지는 둘 중 하나도 골치아픈데 이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직분사와 터보차저가 열쇠 그런데 모순관계여서 도무지 함께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던 두 요소를 최근 들어 속속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메이커 노력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엔진 입니다. 엔진, 특히 실린더 블록의 흡·배기 부분의 기술진화를 통한 성능개선이 매우 눈부십니다. 고압의 연료 직분사와 배기부분을 결합한 터보차저 기술의 발전이 이런 문제에 해답이 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선두에 선 업체는 독일의 라이벌 베엠베(BMW)와 아우디-폴크스바겐입니다. 이들은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유난히 돋보이는 엔진 기술을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도요타 결함사태 이후 이들이 부상한 데는 엔진기술을 선도해온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입니다. 디젤로 가솔린 이긴 아우디 아우디는 가솔린 분야에서 연료성층분사형(FSI, Fuel Stratified Injection) 직분사 엔진을 처음 선보인 뒤 전 모델에 적용했습니다. FSI 엔진은 연료가 실린더 외부에서 혼합되는 간접분사 대신 1500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인젝터를 통해 연소실에 직접 분사됩니다. 기존에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순서를 미리 압축을 한 뒤 압축-흡입-폭발-배기 순서로 바꾸어 엔진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아우디의 엔진 기술력은 터보차저 직접분사형(TDI, Turbocharged Direct Injection) 디젤엔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디젤엔진의 정수’라 불리는 TDI엔진을 단 차로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3년 내리 우승했습니다. 가장 혹독한 레이스라는 르망 24시 레이스는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24시간 연속주행을 하는 대회로 엔진성능뿐 아니라 내구성 또한 뒷받침돼야 우승할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가솔린 엔진 일색이었던 이 경기에서 “디젤은 경제성, 고성능은 휘발유”라는 편견을 깨버렸습니다. 에너지 소비 20% 줄인 베엠베 베엠베도 아우디-폴크스바겐과 방향은 비슷합니다. 베엠베는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라는 구호 아래 지난 5년간 자동차 한대 당 배기가스 배출량을 15%, 전체 에너지 소비는 20%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베엠베가 강점을 보이는 6기통 3리터 가솔린 엔진을 보면, 트윈파워 터보, 고정밀 직분사, 가변형 밸브트로닉이라는 신기술들이 적용되어 고효율과 배기가스 절감을 동시에 이룹니다. 가변형 밸브트로닉시스템은 흡입구 밸브 여닫이를 최적화하는 제어기술입니다. 미국에서도 포드가 최근 내놓은 에코부스트 엔진의 경우 터보기술과 직분사 방식을 통해 연비 20%, 이산화탄소 배출량 15%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최근에 개발한 R엔진과 직분사엔진을 통해 획기적인 성능과 연비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지난 1월 카니발R에 적용한 R 2.2엔진은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이 적용되어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 토크 44.5kgㆍm로 기존 모델(192마력, 36.5kgㆍm) 대비 동력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연비도 기존 모델(10.5km/ℓ) 보다 22% 향상된 12.8km/ℓ를 달성했습니다. 연비 22% 끌어올린 현대기아 터보기술과 직분사로 진화한 엔진 발전의 다음 단계는 디젤식 가솔린 연소방식 즉 압축착화-점화겸용(HCCI, Homogeneous charge compression ignition) 방식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가솔린과 디젤을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디젤식 압축폭발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실용화하면 출력과 연비가 30% 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일 벤츠는 이 엔진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S클래스급 차체에 1.8리터 엔진을 단 차가 최대 235마력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비도 현재의 두배에 이르는 16.7km가 나왔다고 합니다. 최욱 객원기자 choiwook@getch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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