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스포츠카 쇼룸.
[하니스페셜] 명차시승기/
업체마다 역사관 갖춰 ‘뿌리’ 뽐내
업체마다 역사관 갖춰 ‘뿌리’ 뽐내
지난 2일에서 17일까지 열리는 파리모터쇼에는 다른 모터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콜렉션이 있습니다. ‘경이로운 역사’라고 이름 붙인 자동차 역사관입니다. 자동차 전통을 제대로 가진 업체들은 자신의 차에 ‘신화’을 붙이고 싶어합니다. 르노와 벤츠, 마쓰다, 오펠과 닛산, 지프와 미쓰비시, 알파로메오와 시트로엥, 그리고 푸조 등이 그들입니다. 모터쇼의 구색 갖추기용 전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모터쇼를 즐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코스이죠. ‘오늘과 내일의 차’의 과거이기 때문이죠.
알파로메오는 본관에 주력 차종으로 현재의 줄리에타를, 역사관에는 1954년형 줄리에타 스프린트부터 1977-1985년 생산된 줄리에타 누오바까지 6대의 줄리에타를 놓아두고 있습니다. 오래 동안 디자인, 형태, 성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역사관이 없다면 최근 국내에서도 출시된 벤츠 SLS AMG의 걸윙이 과거 300SL과 C111, C112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없겠죠. 미쓰비시가 올해 시판을 시작한 전기차 아이미브 이전에 이미 1989년에 미니캡 EV라는 전기상용차를 만들었다는 것도, 포르셰를 잡겠다는 닛산의 스포츠카 370Z가 오랜 세월 진화해왔다는 것도, 시트로엥 C4 중에는 캐터필러가 달린 것도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죠.
이런 전통을 중시하는 제조사들의 태도는 본관에서도 이어집니다. 역사관에 참여하지 않은 베엠베(BMW)는 BMW 328 밀리밀레아를 부스 한복판에 놓았고 역사관에 단 한 대 전시한 마쓰다는 본관에 구형 MX5와 자신들이 만든 최초의 승용차인 R360을 전시했습니다. 그 옆에는 파리 모터쇼에서 새로 선보인 신형 MX-5가 자태를 뽐내고 있죠. 몇 대 전시하지 않은 롤스로이스조차 벽면에 과거의 사진들을 통해 역사를 자랑하고 푸조는 초기에 생산했던 자전거며 스쿠터까지 전시했습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친환경을 앞세우며, 전기플러그를 차에 꽂는 동안 이들 브랜드들은 자신의 역사와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전시된 차 한 대 한 대가 모두 뿌리를 가지고 있죠. 그 스토리와 역사, 신화를 관객들은 즐기는 것이죠.
많은 제조사들이 자동차를 뚝딱뚝딱 만들기는 하지만 그 차들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죠. 만드는 사람과 타는 사람 모두 소중히 여길 때 브랜드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언제쯤 서울모터쇼에서 ’전통의 소나타들’을 볼 수 있을까요?
윤형철 한겨레 카페테리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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