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2CV
[하니스페셜] 명차시승기 /
어휴! 지금 생각해도 지긋지긋했죠. 수많은 차를 타보았지만 이번은 좀 ’악몽’이었죠.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설레게 만든 것은 세계 3대 모터쇼 중의 하나인 파리모터쇼도, 명품브랜드들이 즐비한 샹젤리제 거리도 아니었습니다. 다름 아닌 프랑스의 대표적 명차, 시트로엥 2CV의 시승이었습니다.
42년 역사, 유럽 소형차시대 주역
이제는 푸조에 팔려 그룹 일원이 되어버린 시트로엥이 만든 베스트셀러가 바로 2CV입니다. 시트로엥 2CV는 1948년 파리오토살롱(현재의 파리모터쇼)을 통해 처음 등장한 이후 1990년까지 42년이라는 세월 동안 생산된 프랑스의 대표적인 올드카입니다. 생산된 대수만 무려 387만2583 대. 트럭이나 밴 형태의 파생종까지 합치면 800만 대가 넘게 생산된 차입니다. 프랑스 국민차로서 영국의 로버 미니, 이탈리아 피아트 500과 더불어 유럽 소형차 시대를 이끌어 간 주역이기도 하죠. 시승 모델은 1981년에 생산된 600cc의 시트로엥 2CV 6E로 2CV 중 가장 큰 배기량의 모델이자 가장 마지막 모델입니다. 엔진룸 옆의 커다란 휀더와 그 위에 툭 튀어나온 헤드램프, 둥그런 루프라인에서 뚝 떨어지며 끝나는 뒷모습, 직각에 가까운 옆면 등 올드형 디자인 그대로입니다.
앞뒤 2개 창문은 C필러에 창문이 생기면서 3개로 늘어났습니다. 1980년대에 생산된 차량임에도 접어 올리는 형태의 ‘폴딩 업’ 창문은 그대로입니다. 손으로 돌돌 말아 접어야 하는 캔버스 소재의 후드는 귀찮긴 하지만 개방감은 최고입니다. 최신 파노라마 루프 부럽지 않게 시원합니다. 버튼 하나 없는 스티어링휠과 속도계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올드카임을 다시 상기시킵니다. 1950~60년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차를 직접 몰게 되니 들뜨지 않을 수 없지 않겠어요?
운전석 앉는 순간, 이게 웬 일?
그러나 이게 웬 일입니까. 시트로엥 2CV의 딱딱한 운전석에 앉는 순간, 제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왜냐구요? 도대체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죠. 시트로엥 2CV의 4단 수동변속기가 문제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모양의 변속기였기 때문이었죠. 클러치와 함께 위치를 조작해야 하는 변속기는 ‘밀고 당기기’라는 또 하나의 조작법이 있었습니다. 클러치를 밟으며 기어놉을 밀고 회전시켜 위치를 바꾸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30년이나 된 차가 처음 운전하는 초보 운전자의 말을 쉽게 들을 리가 없죠. 이때부터 시트로엥 2CV의 시승이 아닌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2CV를 전달하러 온 전문 드라이버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출발은 이내 익숙해졌으나 주행 중 변속에서 타이밍을 놓치거나 제대로 기어변속이 되지 않아 멈추길 여러 차례. 결국 한 시간여의 운전면허교육 후 내린 결론은 ‘운행 불가’였습니다.
골목 골목 좁은 길, 아하! 그래서…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죠. 어떻게 했겠어요? 직접 운전이 불가했으니 손님 행세라도 해야죠. 기왕 이렇게 된 것, 편안하게 시트로엥 2CV와 함께 파리를 즐기겠다는 심산이었죠. 한국은 차량이 죄다 자동변속기이지만 실용적으로 차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에는 수동이 꽤 많습니다. 운전을 가르쳐준 전문 드라이버는 흔쾌히 기사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파리 시내는 큼직한 주요 도로 외에는 모두 일방통행입니다. 도로 폭도 매우 좁습니다. 운전하기 쉬운 도시는 아니죠. 노틀담 성당 주변의 작은 도로들을 다녀 보니 왜 프랑스에 이렇게 작은 차들이 많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도로 폭이 2미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48미터인 2CV 너비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실제 시내 주행 중 현재 양산되는 많은 차들이 진입할 엄두조차 못 내는 좁은 골목길을 2CV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녔습니다. 아주 편하죠.
2CV 시승은 결국 반쪽짜리였죠. 그러나 수많은 파리지엥의 시선 속에 올드카를 타고 파리 시내 구석구석을 누볐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윤형철 한겨레 카페테리아 객원기자
www.oldgarage.kr
왜냐구요? 도대체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죠. 시트로엥 2CV의 4단 수동변속기가 문제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모양의 변속기였기 때문이었죠. 클러치와 함께 위치를 조작해야 하는 변속기는 ‘밀고 당기기’라는 또 하나의 조작법이 있었습니다. 클러치를 밟으며 기어놉을 밀고 회전시켜 위치를 바꾸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30년이나 된 차가 처음 운전하는 초보 운전자의 말을 쉽게 들을 리가 없죠. 이때부터 시트로엥 2CV의 시승이 아닌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2CV를 전달하러 온 전문 드라이버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출발은 이내 익숙해졌으나 주행 중 변속에서 타이밍을 놓치거나 제대로 기어변속이 되지 않아 멈추길 여러 차례. 결국 한 시간여의 운전면허교육 후 내린 결론은 ‘운행 불가’였습니다.
시트로엥 2CV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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