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건설 인수전이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본입찰 마감일을 나흘 앞둔 11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양쪽은 자금과 도덕성이라는 ‘아킬레스건’에 손상을 입었다.
‘자금 확보’ 어쩌나
투자자 ‘M+W그룹’ 발뺀듯
계열사 자금도 끌어모아“
동반부실 빠질라” 우려 커 ■ 현대그룹, 자금 동원 ‘빨간불’? 이날 시장에는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하려고 했던 독일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엠플러스더블유(M+W)그룹이 인수전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설이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로 현대그룹과 이 회사의 ‘이상기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됐다. 엠플러스더블유그룹의 모회사인 슈툼프(스텀프)그룹의 게오르크 슈툼프(38) 회장이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취소한 게 단적인 예다. 이달 초 <한겨레>와 한 여러차례의 전화통화에서 “방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던 슈툼프그룹 쪽은 4일 이후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를 꺼렸다. 슈툼프그룹은 오스트리아 빈의 랜드마크가 된 ‘밀레니엄시티’라는 대형 쇼핑센터를 지을 정도로 상당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컸던 게 ‘결별’을 가져온 원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쪽은 “입찰 참여시 작성한 비밀유지 확약서의 비공개 의무조항 때문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현대그룹은 다른 외부 투자자를 찾는 한편,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조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기업어음 발행,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어음·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실탄’을 쟁여놓은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이 내다 파는 선박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회사 쪽은 “인수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그룹 안팎에선 계열사 동반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조 반발’ 어쩌나
“자동차 투자도 모자랄판
유동성 위기 자초 안된다”
노조 ‘인수 반대’ 목청높여
■ 현대차, ‘기업 도덕성’에 발목? “현대건설 인수에 앞서 정몽구 회장이 사회공헌기금을 내겠다고 한 약속부터 이행하라.”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기자회견을 열면서 내놓은 쓴소리다. 2006년 현대차그룹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약속한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돈을 쏟아붓는 건 무책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기금 출연은 진행중이며 아직 약속한 2013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현대건설 인수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속노조는 현대건설 인수자 선정 기준에서 ‘기업의 도덕성’ 부문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때도 당시 후보로 나섰던 두산그룹이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으로 최대 10점 감점을 당했던 사례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현대차, 기아차지부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관련 13개 노동조합이 이름을 올렸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불확실한 자동차시장의 미래에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현대건설 인수로 그룹 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1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규모 리콜사태나 미래 친환경차 개발 등에 대비하려면 매출액 대비 20%가량의 여유자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게 노조 쪽 논리다. 한편 이날 정책금융공사는 기업의 사회·경제적 책임, 인수 후 현대건설의 기업가치 훼손 등의 ‘비가격 요소’도 현대건설 인수 주요 평가기준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투자자 ‘M+W그룹’ 발뺀듯
계열사 자금도 끌어모아“
동반부실 빠질라” 우려 커 ■ 현대그룹, 자금 동원 ‘빨간불’? 이날 시장에는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하려고 했던 독일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엠플러스더블유(M+W)그룹이 인수전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설이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로 현대그룹과 이 회사의 ‘이상기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됐다. 엠플러스더블유그룹의 모회사인 슈툼프(스텀프)그룹의 게오르크 슈툼프(38) 회장이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취소한 게 단적인 예다. 이달 초 <한겨레>와 한 여러차례의 전화통화에서 “방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던 슈툼프그룹 쪽은 4일 이후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를 꺼렸다. 슈툼프그룹은 오스트리아 빈의 랜드마크가 된 ‘밀레니엄시티’라는 대형 쇼핑센터를 지을 정도로 상당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컸던 게 ‘결별’을 가져온 원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쪽은 “입찰 참여시 작성한 비밀유지 확약서의 비공개 의무조항 때문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현대그룹은 다른 외부 투자자를 찾는 한편,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조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기업어음 발행,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어음·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실탄’을 쟁여놓은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이 내다 파는 선박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회사 쪽은 “인수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그룹 안팎에선 계열사 동반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조 반발’ 어쩌나
“자동차 투자도 모자랄판
유동성 위기 자초 안된다”
노조 ‘인수 반대’ 목청높여
■ 현대차, ‘기업 도덕성’에 발목? “현대건설 인수에 앞서 정몽구 회장이 사회공헌기금을 내겠다고 한 약속부터 이행하라.”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기자회견을 열면서 내놓은 쓴소리다. 2006년 현대차그룹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약속한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돈을 쏟아붓는 건 무책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기금 출연은 진행중이며 아직 약속한 2013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현대건설 인수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속노조는 현대건설 인수자 선정 기준에서 ‘기업의 도덕성’ 부문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때도 당시 후보로 나섰던 두산그룹이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으로 최대 10점 감점을 당했던 사례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현대차, 기아차지부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관련 13개 노동조합이 이름을 올렸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불확실한 자동차시장의 미래에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현대건설 인수로 그룹 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1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규모 리콜사태나 미래 친환경차 개발 등에 대비하려면 매출액 대비 20%가량의 여유자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게 노조 쪽 논리다. 한편 이날 정책금융공사는 기업의 사회·경제적 책임, 인수 후 현대건설의 기업가치 훼손 등의 ‘비가격 요소’도 현대건설 인수 주요 평가기준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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