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안전·편의사양 향상
사전예약 5000여대 달해
차 판매량중 경차 13%대
1천만원 넘는 가격 부담
사전예약 5000여대 달해
차 판매량중 경차 13%대
1천만원 넘는 가격 부담
“기존 경차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경차급을 뛰어넘는 성능과 신기술을 실현한 역작이다.”
24일 신형 모닝(사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은 여러차례 표현을 바꿔가며 ‘경차급 이상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모닝이 국내 경차 시장의 ‘왕좌’ 자리를 굳히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구실을 해낼 것이란 자신감이다.
이날 제주도 해비치호텔에서 신차 발표회를 열고 본격 판매에 들어간 모닝은 여러가지 면에서 경차답지 않은 존재다. 경차로는 처음으로 6개의 에어백을 기본적용한 것을 비롯해, 원터치 선루프와 열선이 장착된 스티어링 휠(운전대),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경차 최초’라고 내세울 만한 최첨단 편의사양만 11가지에 이른다. 기아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신형 카파 1.0 엠피아이(MPI) 엔진은 최고출력 82마력, 최고토크 9.6㎏·m로, 세계 어느 경차보다도 강한 힘을 자랑한다.
사실 국내시장에서 경차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 전체 판매량 중 경차(16만579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19%에 불과했다. 2008년 경차 배기량 기준이 종전 800㏄에서 1000㏄ 미만으로 확대되면서 2007년보다 그나마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임에도, 경차 비중이 30%대에 이르는 일본이나 유럽에 견주면 여전히 낮다. 경차 모델 또한 달랑 모닝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2종류뿐이다. 차량 배기량을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국내 자동차 문화를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만들면 적자’라는 이유를 들어 업체들이 경차 개발을 외면해온 탓도 크다. 현대자동차는 2003년 단종된 ‘아토스’ 이후 아예 경차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는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닝의 조립생산을 외주업체(동희오토)에 맡기는 ‘우회로’를 택했다.
과연 신형 모닝은 이런 현실을 뛰어넘어 국내 경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지난 10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 이래 지난주까지 5000여대가 팔렸다. 신형 모닝의 가격은 880만~1105만원(수동모델 기준)인데, 대다수 소비자가 자동변속기를 선택하기 때문에 가장 싼 트림도 1000만원을 넘긴 셈이다. 풀옵션을 장착한 가격은 1495만원에 이른다. 서춘관 국내마케팅실장은 “소비자들이 경차에도 고급스러움과 안전을 갈망하고 있었던 듯 의외로 고급 트림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지만 ‘싸고 실용적’이라는 경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아차는 모닝을 기반으로 한 박스형 크로스오버(CUV) 차량도 올해 안에 내놓는다. 서 실장은 “올해 모닝 10만대와 크로스오버 차량까지 합해 경차 국내 수요의 70~80%를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으로 이름을 바꾸는 지엠대우도 여기에 맞서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계기로 마티즈 내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정부가 얼마나 정책을 지원해주느냐에 따라 경차 시장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안전사양만 강화하고 다른 거품은 뺀 저가형 모델이 없는 점은 경차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국내시장 경차 판매량 및 경차 판매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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