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전기차 ‘볼트’
지난해 말 미국에서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를 구매한 스티브 워타넥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주유소를 찾는다. 출퇴근할 때는 전기 모드로만 주행하고 주말에 가족들과 장거리 여행을 갈 때만 기름을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ℓ당 무려 51㎞를 주행한 셈이었다.
미국에서 전기차는 이미 현실 속의 ‘내 차’가 됐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7개 주에서 1500대 가까이 팔린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 볼트가 그 주인공이다. 볼트는 240볼트(V)를 기준으로 집에서 4시간가량 전기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8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다. 배터리가 닳은 뒤에는 1.4ℓ의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610㎞까지 늘어난다. 100㎞ 정도만 달려도 불안한 마음부터 앞서는 다른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한 셈이다.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엔진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쓰인다.
지난 27일 인천 한국지엠(GM) 청라주행시험장에서 직접 몰아본 볼트는 소문대로 당장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시동을 걸었을 때 작은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정숙함은 볼트가 전기차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주행감도 뛰어나다. 직선과 곡선 코스 모두에서 볼트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순간 가속력은 일반 차량보다 떨어졌다. 최고 속도는 161㎞/h이고,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는 약 9초가 걸린다.
하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 도로 위에서 볼트를 보긴 힘들다. 이날 안쿠시 오로라 한국지엠 부사장은 “볼트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아 올해 생산물량 1만2000대, 내년까지 4만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애프터서비스와 기술, 인프라 등 세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내일이라도 팔 수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의 출시 시점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업체들의 전기차 양산 계획이 애초보다 늦어지자, 공공기관을 뺀 일반인 보조금 지급 시기는 2013년 이후로 미뤄놨다.
인천/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