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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현대·기아차, 부품조달 딜레마에 빠지다

등록 2011-05-25 19:52수정 2011-05-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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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협력사 독점…파업땐 생산 차질 불가피
부품업체 다변화하자니 비용 늘고 효율성 떨어져
단가 1351원짜리 피스톤링 하나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자동차엔진용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노동자 500여명이 파업을 하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등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가 들썩였다. 25일 유성기업이 생산을 재개했지만, 현대·기아차의 정상조업은 28~29일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부품 공급 사슬에서 작은 고리 하나만 끊어져도 생산체제가 무너지는 현대·기아차의 취약한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이른바 ‘피스톤링의 교훈’이다.

사실 완성차업체가 피스톤링의 덫에 걸린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고베 대지진 때 일본 최대 피스톤링 제조업체인 리켄사는 2주간 공장가동을 멈췄다. 리켄사 의존도가 50%에 이르던 도요타는 직원 200명을 파견해 복구를 도울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03년엔 독일 금속노조가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부품공장 출입구를 봉쇄해, 헬리콥터로 부품을 나르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다.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할 수 있는 전례가 있었음에도, 현대·기아차는 위기에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유성기업 노조가 태업과 특근거부에 들어간 건 이달 초. 그러나 피스톤링의 75%를 유성기업에 의존하는 현대·기아차가 그새 확보해둔 재고는 평소와 비슷한 사나흘치뿐이었고, 결국 일부 생산차질을 빚었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피스톤링은 원가가 낮지만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몇개 업체가 독과점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대비하지 못한 완성차업체의 실책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시트 물량의 대부분을 납품하는 다스에서 지난해 6월 전면파업이 일어났을 때도 재고량이 나흘치밖에 되지않아 애를 태운 적이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1~2개 협력업체한테 50% 이상 의존하는 부품은 시트(다스), 헤드램프(에스엘), 로어암(센트랄모텍), 브레이크디스크(명화공업) 등 180여개에 이른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자승자박”이라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업에 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1~2개 협력업체만 키워준 탓”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부품업체 다변화를 대안으로 꼽는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노현승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기획조사팀 부장은 “부품 독과점을 문제삼게 되면 우수한 중소부품기업을 대형화·전문화하겠다던 국내 자동차정책 방향 전체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 생산규모이지만, 세계적인 부품업체는 서너개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도 “기술력이 높은 부품업체가 별로 없는데 어떻게 다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다변화로 부품 공급의 효율성과 비용절감 등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의 적기생산시스템(JIT)을 본따, 필요한 물량을 그때그때 끌어다 쓰는 재고 관리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식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전에 재고량을 모니터링하는 식의 위기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일본 대지진과 유성기업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공급망 재구축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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