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품질조사서 3년연속 순위 하락
도요타 부진속 빠른 성장 자만 우려
‘연비 과장’ 이어 브랜드 이미지 실추
발빠른 ‘리콜 결정’은 긍정적 평가
정진행 사장 “사태 장기화 막을 것”
도요타 부진속 빠른 성장 자만 우려
‘연비 과장’ 이어 브랜드 이미지 실추
발빠른 ‘리콜 결정’은 긍정적 평가
정진행 사장 “사태 장기화 막을 것”
‘성장통인가, 품질관리시스템의 구멍인가.’
미국 시장에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사상 최대 규모(국내시장 포함 200만대)의 리콜 사태가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도요타 리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일 미국 시장에서 187만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밝힌 데 이어, 4일에는 국내에서도 16만여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열린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시장에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발 빠른 대응은 안전상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리콜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을 끌다가 커다란 신뢰도 타격을 입었던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특히 “브레이크 등 스위치 결함으로 다친 경우는 없다. (이번 리콜은) 소비자 불만 접수에 따른 예방적 조처였을 뿐”이라며, 2010년 도요타의 리콜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판매 차량이 많아질수록 고객 불만과 그에 따른 차량 결함 보고, 경쟁업체의 견제 등이 늘어 ‘성장통’을 겪는 게 불가피한데, 그럴수록 적극 대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38만대를 리콜한 것을 비롯해,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자발적 리콜에 나서는 추세기도 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콜 자체보다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연비 과장 논란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에 직면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누적될 수도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리콜 사태가 정몽구 회장이 내건 ‘품질경영’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현지 업체와 대량 리콜 사태에 휩쓸린 일본 도요타 등의 부진을 딛고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키워온 현대·기아차가 자만에 빠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JD)파워가 집계한 ‘초기품질조사’(IQS·출시 3개월 된 차량에 대한 소비자 조사)와 ‘내구품질조사’(VDS·3년 이상 차량에 대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전년 대비 순위가 3년 내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장통이라면 다행이지만, 실제로 품질 관리에 이상이 생긴 거라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리콜의 원인이었던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이 처음 지적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품질 관리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현대차는 2009년에도 미국 시장에서 초기 모델의 브레이크등 스위치 기능 결함으로 한차례 리콜을 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후 정지 등 조립체에 3가지 개선 조처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2009년 리콜 차량 이외의 차량에서 동일한 문제가 또 발생한 것이다. 4년이 지나도록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김필수 교수는 “몇 년치 차량에서 유사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부품 관리 등 출고 이전 차량의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가 일단 발빠른 대응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된 차량이 거의 모든 차종을 아우르고 있어,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리콜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리콜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나라마다 법규와 모델이 달라 다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 자체 생산 등이 늘고 있긴 해도 범용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리콜 규모는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애 이완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앞서고 허준영 뒤쫓는 추세
■ “동아리 탈퇴하려면 50대 맞아라”
■ 진공청소기, 비싸다고 성능 좋은건 아니다
■ 이 와중에…탈북자, 연평도서 어선 훔쳐 유유히 월북
■ 재산 숨긴 재력가들 ‘후덜덜’, 왜?
■ 안철수 앞서고 허준영 뒤쫓는 추세
■ “동아리 탈퇴하려면 50대 맞아라”
■ 진공청소기, 비싸다고 성능 좋은건 아니다
■ 이 와중에…탈북자, 연평도서 어선 훔쳐 유유히 월북
■ 재산 숨긴 재력가들 ‘후덜덜’, 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