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주요3종 판매가
한국보다 최대 655만원 비싸
경쟁관계 캠리보다 높은 수준
“고품질·제값받기 마케팅 성공”
한국보다 최대 655만원 비싸
경쟁관계 캠리보다 높은 수준
“고품질·제값받기 마케팅 성공”
현대자동차 주요 차종이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9일 쏘나타·아반떼·그랜저의 한국과 미국 판매가를 조사해본 결과, 이 차들이 미국에서 최대 655만원까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차종은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각각 현대차 판매량의 57.4%와 61.2%를 차지하는 것들로, 각각 같은 수준의 트림(차급)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형 쏘나타 2.0 터보의 경우, 미국(SE 트림)에서 3502만원(뉴욕 판매가격 3만346달러)에 판매돼, 국내(모던 트림)보다 377만원 더 비싸게 팔렸다. 국내 판매 모델의 경우, 파노라마 선루프와 뒷좌석 열선시트를 장착하는 등 편의사양이 훨씬 우세한데도 가격은 더 낮았다.(표 참조)
더욱이 쏘나타의 미국 판매가는 오랜 경쟁자 도요타 캠리를 추월했다. 미국 시장에서 쏘나타(2.4 리미티드)는 캠리(2.5 XLE)보다 1083달러(125만원 정도) 비싼 2만8015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두 차의 배기량은 캠리가 오히려 0.1ℓ 더 높다. 8년 전인 2005년 쏘나타(2.4ℓ)가 캠리(2.4ℓ 스탠더드~XLE) 가격의 73~90% 선인 1만7830달러에 판매됐지만,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의 경우, 한-미 가격 차이가 655만원까지 벌어졌다. 물론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반떼 차량의 배기량이 각각 1.6ℓ(프리미엄 트림), 1.8ℓ(리미티드 트림)로 달라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대신 경쟁 차종으로, 두 가지 모델을 다 판매한 바 있는 한국지엠(GM) 크루즈의 가격을 참조해 비교해볼 수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동일한 편의사양을 적용한 크루즈 두 모델의 가격차는 200만원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아반떼가 미국에서 최소 400만원 이상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쏘나타와 아반떼에 비해 미국 시장 진출이 늦었던 그랜저(미국명 아제라) 3.3ℓ는 한국(셀러브리티 트림)에서보다 미국(단일 트림)에서 15만원가량 싸게 팔린다.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그랜저는 풀옵션인 데 비해, 미국 판매 모델은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어드밴스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이 제외돼 있다. 옵션까지 생각하면 거의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가격 조사에서 인센티브(현금할인)는 반영하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가격 비교사이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대차의 평균 인센티브는 1400달러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차값엔 판매세(뉴욕의 경우 8.4%)만 포함돼 있지만, 국내 차값엔 개별소비세와 부가세 등이 15~18% 정도 포함돼 있어, 미국에서 차를 한 대 파는 게 오히려 더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국내보다 미국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품질을 끌어올려 가격 할인 없이 수익을 최대화하는 제값받기 정책이 미국 시장에서 통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이 향상된데다 ‘10년-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과 미국 슈퍼볼 경기 중 광고 집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의 효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제값받기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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