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포드·도요타 등 잇따라 리콜
올 들어서만 1500만대 규모
경쟁 치열해지면서 완성도 저하
“충분한 테스트 없이 출시 탓” 지적
비용 줄이려 여러 차종에 같은 부품
불량 땐 대규모 리콜 사태 이어져
첨단 장비 늘면서 고장 잦아지기도
올 들어서만 1500만대 규모
경쟁 치열해지면서 완성도 저하
“충분한 테스트 없이 출시 탓” 지적
비용 줄이려 여러 차종에 같은 부품
불량 땐 대규모 리콜 사태 이어져
첨단 장비 늘면서 고장 잦아지기도
자동차 업계가 또다시 ‘레몬’(결함차량)의 악몽에 떨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닛산, 혼다, 아우디가 올 들어 발표한 리콜 차량만 1800만대에 이른다. 품질관리 실패와 더불어 자동차 첨단화와 비용 절감이 잇단 리콜의 요인으로 꼽힌다.
10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도요타자동차는 2004~2013년 27개 차종으로 생산한 639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67만대(26.2%)가 미국 시장에 해당한다. 도요타는 리콜 대상 차량들이 엔진 시동 장치 등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따른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2010년 차량 가속페달 결함으로 1400만대를 리콜하며 최대 위기에 빠졌던 도요타는 지난 2월에도 하이브리드 대표차인 프리우스의 리콜(190만대)을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가 문제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리콜에 나섰다면, 세계 2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시동 스위치 등 불량이 있는데도 최소 5년 넘게 덮어두다 최근에야 리콜에 나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엠의 리콜 차량은 630만대를 넘었다. 지엠의 일부 차종의 점화장치 결함에 따른 사망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3명이다. 포드 역시 북미 지역에서 판매된 차량 43만여대를 리콜하기로 했고, 크라이슬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86만여대, 닛산은 에어백 결함으로 99만대의 리콜 결정을 최근 내렸다. 혼다는 미국에서 미니밴 88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아우디가 배출가스 부품 관련 문제로 9800여대에 대한 리콜에 나섰다.
자동차 리콜이 잇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자동차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어서다. 자동차 시장이 더욱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미국 등 각 나라의 자동차 당국은 차량 결함 문제에 대한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도요타는 2010년 리콜과 관련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차량 결함 가능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문제로 최근 미국 법무부와 벌금 12억달러(1조2400억여원)를 내기로 합의하고 형사기소를 피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대규모 리콜 경험은 자동차 회사들로 하여금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게 했다.
이번 도요타 리콜 역시 과거의 경험에 더해 지엠 사태까지 터지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 역시 올 2월부터 생산한 제타와 비틀 등의 북미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연료가 샐 우려가 있다는 이유인데, 리콜 사태 전에 먼저 손을 썼다. 리콜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정확히 이유를 밝히고 리콜을 시행해야 오히려 믿음직하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다”고 전했다.
자동차 시장이 세계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차종에 같은 부품을 이용하게 된 것도 대규모 리콜 증가의 배경이다. 리콜이 수백만대 수준으로 이뤄지는 까닭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차종별로 다르던 부품의 상당수를 공통화함으로써 비용은 절감됐지만 한번 불량이 생기면 많은 차량으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사고 예방 장치 등 자동차 첨단 장비가 늘어나는 것도 리콜 요인이다. 현재 자동차 부품의 25%인 전자부품 비율이 5년 안에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편의·친환경·고연비 등의 흐름에 맞추면서 첨단 장비가 늘어나지만, 복잡해지면서 고장 빈도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자동차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리콜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자동차를 출시하다 보니 리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가장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의 제품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리콜이 빗발치는 것이다. 충분한 로드 테스트 없이 자동차가 출시되는 것이 잇단 리콜의 근본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리콜 사태를 바라보는 현대·기아차의 표정은 복잡하다. 주요 시장인 북미의 자동차 강자인 도요타와 지엠이 품질 위기에 처한 것은 현대·기아차에겐 반사이익이다. 도요타와 지엠은 품질 재점검에 나서 당분간 양적 성장을 꾀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지엠 등이 경영난에 빠지고 2009~2010년 도요타가 대량 리콜 사태를 겪을 때 북미시장 점유율을 힘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기회를 잡은 만큼 현대·기아차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품질문제를 실시간 대응하는 ‘글로벌 품질 상황실’이 더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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